지난달 심은 콩들이 무거운 흙을 뚫고 올라와 초록으로 줄지어 밭을 채워준다. 조금한 바람에도 한들거리는 모습이 평화롭고 예쁘다. 그것도 잠시 콩들 사이로 풀들도 함께 자라나 빈 공간을 빼곡하게 채운다.“저거 그대로 두면 안 돼, 더 크기 전에 구와로 툭툭 긁어 버려” 하고 얘기하시는 동네 할머님들의 말에 “예” 하고 대답한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러간다.그사이 풀들이 쑥쑥 자라 구와대신 호미를 들고 풀을 맨다. 뽑아낸 풀들이 얼마나 많은지 콩밭 고랑의 흙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야 숙제를 마친 것처럼 속이 후련하다.콩들이 며칠 간격으
인류역사는 초고도 문명으로부터 시작해 꾸준히 지구촌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고 있습니다. 앞으로 쓰여 질 역사의 중심이 되고 결국 주인공이 될 것 또한 분명합니다.조금씩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산술속도로 달려오던 인류문명이 60~70년대를 거치며 log속도로 급성장 하더니 21세기를 화려하게 문화의 꽃을 피우며 구촌의 문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문화 문명의 발전이 빛의 속도로 달려가니 오히려 인류의 나약함이 드러나고 점차 사이버세상으로 전환하며 생활 속의 AI시대가 고개를 드는 요즘입니다.어느새 오랫동안 정신적인 지주로
지역사회와 포스코의 상생협력을 위한 '전남도·광양시-포스코 간 상생협의회 TF' 회의가 몇 달째 제자리걸음 중인 가운데 민선 8기가 어떤 해법으로 실타래를 풀어갈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요즘이다. 지난 13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내 포스코와 전라남도, 광양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상생협의회 TF 2차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밝혔다. 앞서 4월20일로 예정했던 ‘상생협의회 TF’ 첫 회의에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 임원 등 2명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참했다. 이날 5대 상생방안 제시와 합의안 도출 관련
울 너머 빨간 장미가 목울대를 토해내는 6월, 새떼들의 요란한 지저귐 사이로 일렁이는 유월 빛이 따갑다.나름의 생존 방식으로 자연의 질서를 순응하며 살아가는 유월의 숲속은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존재한다.평화롭게만 느껴진 숲속에도 영역 다툼이 벌어지고 한 때의 어스름이 있고 아포소리와 철모를 눌러쓴 어린 병사들의 두려움이 그 속에 배여 있다.유월은 현대사의 아픔 6.25전쟁, 보훈의 깃발이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붉은 상흔으로 꽂혀 있는 달이다.몇 해 전 6.25전쟁 특집 방송 다큐를 통해 보았던 강원도 화천 백암산 기슭에 널브러져 있
5월 두 번째 주말 오늘따라 미세먼지도 없는 깨끗한 하늘에 바람마저 적당한 좋은 날씨다.전날 내려온 딸을 위해 가족들과 쇼핑을 하고 돌아왔더니 오랜만에 북적이는 곳에 다녀와서인지 피곤이 몰려왔다.깜빡 졸았을까. 눈을 떠보니 청명했던 밖은 어느새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습관처럼 휴대폰을 확인하는데 문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언뜻 ‘故’자도 보이고 친구 이름도 눈에 띈다. 스팸문자가 들어왔나 싶어서 그냥 지나가려다 혹시나 해서 문자를 열었더니 친구와이프가 보낸 문자였다.친구가 오늘 생을 마감했다는…나는 충격을 받은 나머지 망부석처럼 그
봇물 터지듯 길거리마다 인파가 넘치고 들뜬 세상이 펼쳐지는 요즘입니다.30개 여 월만의 일탈의 즐거움이 눈앞에 펼쳐지니 잃어버린 세월 속에 흩어진 인정들조차 그림조각 맞추듯 하나둘씩 모이고 희미한 추억들도 새록새록 피어납니다.번잡했던 거리들이 벌써부터 온통 불야성을 이루고 옹기종기 모여 야정을 달래는 소리가 새벽을 깨울 만큼 곳곳이 늦은 봄날 뜨거운 열기를 뿜어냅니다.세월도 촛불도 녹여버린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역풍으로 청색 적색이 바뀌고 청와대 기운이 용산기운 따라 이리저리 변화의 물결과 물보라 피우며 현주소를 새롭게 기록합니다.
인터넷 포탈 실시간 검색창 가 휙~휙~지나간다.반가움에 클릭! 클릭! 벌써 몇 번째 눌렀다. 마스크, 자가진단키트, 거리두기, 예방접종, 재난문자발송 등 우리는 지난 2년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단어들을 맞이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잘 견디고 버텨왔다.그동안 마스크로 입을 봉인한 채 견뎌야만 했던 인고의 시간들, 의심스런 눈빛으로 사람을 경계하며 움츠려 들었던 일상들이 얼마나 우울했던가? 소소한 일상마저 무너져 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겨워 촘촘한 그물망을 짜며 모든 걸 묶어 두었다.매일 수다를 떨며
마당 한쪽에 설치된 대형 은색솥에서 삶아 꺼낸 고사리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뜨거운 고사리를 소쿠리 채 들고 까만 망이 펼쳐진 마당 한가운데로 줄달음친다.탈탈 털어 망 가득 널어 놓고 허리 받쳐 올려다 본 남정농장 모습은 지금까지의 뜨거움도 허리아픔도 모두 잊게 해준다.흰색과 자주색이 풍성하게 어우러져 농장 초입을 딱 버티고 서 있는 자목련 두 그루와 그 옆에서 절정을 지나 노란빛이 바래져가는 산수유 그리고 그 아래 산달뱅이 밭에선 마을학교 아이들이 지난 늦가을 심어 놓았던 봄동과 겨울초 꽃대가 쑥- 올라오더니 송이송이 노오
우리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을 주민자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주민자치가 꽃피우려면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주민자치가 주민의 삶 속에 정착되고 실질적으로 주민이 지방행정에 참여할 때 이뤄진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주민자치는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관변조직으로 인식돼 자치라기보다는 관치에 가깝게 받아들여져 온 것이 현실이다.하지만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주민자치를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물으며 주민자치가 무엇인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를 극복해 나가 보다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주민자치는 어떻게 이룰
그동안 코로나19 정부방역 방침을 수용하고 수칙을 지켜온 사회적 거리두기 저력이 무색 할 만큼 최근 확진자가 급증했습니다.5천만 인구 중 1천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역사상 유래 없는 기록을 쏟아냈습니다.그로인해 어수선한 K방역의 아성이 흔들리고 나라의 위상마저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며 우리 모두는 위기감과 허탈감을 경험해야 했습니다.그러나 위기 속 기회는 있는 법입니다. 24개월 동안 고통분담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동참해준 우리 국민의 강인함과 단결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분명한 것은 코로나 확산세가 지난 2년여를 넘는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8! ‘인구절벽’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거창하게 국가와 도·농 붕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장 광양시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라떼(나때)는 말이야~’를 한번 외쳐본다면 형제들이 많았던 시절 태어난 저는 낯선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이 흐름에는 인구고령화와 함께 학력인구 감소도 함께합니다.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학교의 핵심 구성원인 ‘학생 수’였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약간
요즘 우리 지역의 이슈는 단연 ‘포스코의 소통’이다.포스코는 지난 1월 28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포스코 그룹 전체의 전반적인 경영전략과 신규투자 등을 주도하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본사를 서울로 결정했다.그러나 포항시의 강력한 요구로 2월25일 포스코가 돌연 기존의 결정을 뒤집고 ㈜포스코홀딩스와 미래기술연구원의 본사 소재지를 모두 포항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우리는 어떠한 협의나 의견제시 기회도 부여받지 못한 채 철저히 소외되고 무시되었다.이에 우리는 무엇을 꼭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더
2월 어느 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다급함이 묻어났다."아야, 최근에 세 자녀의 아버지고, 직장 동료고, 우리의 이웃으로 성실하게 일하던 광양시청 소속 공무원이 원인 불명의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단다. 어쩌면 좋겠냐?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겠냐?" 그의 목소리에 아파하는 마음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됐다.한 해를 결산하고 계획을 세우는 정기총회가 있는 시점이라 선뜻 답을 할 수 없었다. 전화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만 하고 있었다.긴 시간 통화가 이어지며 서로 밀고 당기는 시간이 찾아 왔다.
비바람도 막아주고 사생활도 적당히 보호해주는 아늑한 울타리며 당당히 버티고 서서 멋진 남정들녘을 반쯤 막아 버리는 방해물이기도 하는 대나무밭.그 가장자리에서 남편은 추운 겨울에도 짬짬이 대나무를 베기 시작하더니 산책길에 그것을 하나둘 산꼭대기까지 옮겨 놓았다. 남정꽃동산 대나무 울타리 교체 작업을 마치고 저녁 찬거리로 봄동과 시금치를 소쿠리에 담아놓고 봄동 사이사이에서 올라오고 있는 냉이와 달래를 한 웅큼 캐서 힘들게 일어나는데 남편이 농장 꼭대기에 가보자 한다.소쿠리를 길바닥에 그대로 두고 산 쪽을 향한다.며칠 만에 보는 농장의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광양의 품 속에서 1983년 태동을 시작한 이후 벌써 3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광양시와 지역사회의 따뜻한 사랑과 응원으로 광양제철소는 세계 최고 · 최대의 자동차강판 생산 제철소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포스코가 저탄소 · 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 기술혁신 가속화, ESG 경영 강화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지속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한다고 지난해 12월 밝혔습니다.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포항과 대구경북지역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지역사회를 지
필자는 지난해 이어 (재)광양시어린이보육재단 2022년 예산출연 동의안의 연이은 부결 소식을 접하며 안타까움을 전한다.과연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자는 구호는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의심스러웠다.광양시의 핵심 정책이 뭐냐고 물으면 우리는 뭐라고 답할까 고민한다. 필자는 자신 있게 ‘보육’이라고 말하고 싶다.인근 지자체의 경우 여수는 해양, 순천은 정원, 하동은 관광이라고 홍보한다.광양시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2017년 6월 전라남도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으며, 2017년 출범 시 기본재산 2억원을 시
잠에서 깨어 물 한 모금 마시자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릇에 남아있던 나머지 물마저 꿀꺽 마셔버린다.약간의 포만감이 온몸을 감싼다. 어둠 속 희미하게나마 사물의 실루엣이 보이자 두툼한 옷을 챙겨 입고 농장을 나선다.농장 중턱쯤에 다다르면 집을 나설 때의 차가운 냉기가 어느새 사라지고 따뜻한 기운이 온 몸에 퍼져 있다. 내친김에 소나무 숲 미니 둘레길도 서너 바퀴 걸어본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어느 날부터인지 설거지할 때면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지 못하고 줄줄줄 새는 느낌이다. 세탁기 돌리는 시간도 점점 길어진다. 세탁기가 오래되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늘 높이 쏘아올린 위성 발사체처럼 조심스럽게 매뉴얼에 따라 신중하게 발사 버튼을 누르듯 우리들도 내‧외부 환경을 바라보고 신중한 결정과 결정 후 새로운 각오와 계획을 세우기 좋은 때 입니다.떠밀려오듯 올라탄 임인년의 큰 배는 이제 망망대해를 향해 출항을 시작했습니다.선장인 자신이 직접 파도와 맞서고 순항과 난항의 길을 운전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지요.보이는 변수보다는 보이지 않는 변수가 많은 바다처럼 매사 의사 결정과 선택의 기준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첫 번째 마음은 바로 위로입니다.지나친 자신감을 배제
필자가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피해를 받고 찾아오는 시민을 자주 본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가계와 기업의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가계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재난지원금과 정부지원대출을 시행하는데 이런 절박함을 이용한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사기들이 급증하고 있다.경찰은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수집에 취약한 노인층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스미싱 유형과 피해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시에서 관리하는 전광판, 플랜카드 게시대에 보이스피싱 예방문구를 제작해 현출하고 있다.또한 금융기관을 방문해 고
11. 꽃차가 전해준 일상의 행복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몸이 움츠러든다. 동지를 앞두고 어둠이 조금씩 빨리 찾아온다.이른 저녁을 먹었는데 밖은 깜깜하기만 하다. 밖은 춥고 어두운데 방안에 있는 난 등 따시고 배부르고...찻잔 속에 노란 꽃 두 세 송이 조심스레 담아 본다.팔팔 끓인 뜨거운 물을 찻잔에 부어주니 노란꽃물이 조금씩 퍼지더니 어느 샌가 노랑이 찻잔을 가득 채워 버렸다.너무 곱고 예뻐 바로 마실 수가 없어 한참을 들여다보기만 한다. 찻잔이 어느 날은 노랑이고 또 어느 날은 주황이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풀 냄새 가득한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