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솔직히 음악엔 ‘젬병’이다(그렇다고 노래까지 못한다고 속단하지는 마시길!) 중・고 학창시절 음악이나 미술시간이 조금은 곤혹스러운 기억이 있다. 가령 음악시간에 음정을 못 맞춰 음악 선생님으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하고 아니면 미술시간에 스케치를 한다든지 할 때 잘하지 못한 편이었다. 그래서 음악이나 미술은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서 별 다른 노력은 기울이지 못한 채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악기를 하나 다루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 어찌하다 보니 잡기(당구, 장기, 바둑 등)에 능하지 못할 뿐 아니라 관심도
夜坐(야좌) 강정일당 깊은 밤 활동 멎어 고요에 묻어 두고 소슬한 빈 뜰에 하얀 달빛 밝아 오며 마음이 맑고 맑아서 내 성정을 보노라. 夜久群動息 庭空晧月明 야구군동식 정공호월명 方寸淸如洗 豁然見性情 방촌청여세 활연견성정한 낮보다는 어두운 밤이면 많은 사색에 잠긴다. 지나온 일도 회고하고, 앞으로의 일도 설계 한다. 만났던 사람, 만나야 할 사람을 떠 올리는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그릇이나 더 채워져야 할 시심의 주머니도 가만히 회상해 본다. 어쩔 때는 너무 왜소하고 너무 작아 보이기만 한다. 가느다란 성정도 보인다. 내
秋日作(추일작) 송강 정철 산에서 내린 비가 한 줌 댓잎 울려대고 풀벌레 가을 알고 침상 근처 서성일 때 세월을 붙잡지 못해 어찌 하리 백발을. 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 산우야명죽 초충추근상 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류년나가주 백발불금장계절이 바뀌면 쓸쓸해진다. 나이 한 살씩 더해지고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한 해를 재촉하는 가을은 쓸쓸함을 더한다. 그래서 그런지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두고 읊조렸던 시(詩)가 유독 많다. 반백이라 하여 인생 쉰 살이 넘어지면 점점 희끗희끗 흰머리가
존경하는 광양시민 그리고 기업인 여러분!다가오는 11월 4일은 우리 광양시와 시민들에게 매우 특별한 날입니다. 42년 전인 1981년, 대한민국 제2제철소 부지로 광양만이 확정 발표된 날이며, 한적한 농어촌 광양이 제철과 항만도시로 상전벽해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광양상공회의소는 이날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광양시와 여수광양항만공사 그리고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지난해 ‘제1회 광양시 기업인의 날’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광양의 오늘이 있기까지 헌신해주신 기업인들과 선배들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주제로 행사 의
여순 10・19 사건( ‘여순사건’ 혹은 ‘여순항쟁’으로 불리우기도 한다)이 발발한 지도 75주년을 맞이했다. 현대사의 비극이자 지역사회의 아픔으로 오랫동안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여순 10・19는 2021년 ‘여수 ‧ 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여순 10・19 특별법’)의 통과로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련된 사안의 진전 속도는 여전히 더디고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별로 실무위원회와 여순사건 위원회 지원단 등이 조직되어 희생자 및 유족
山中(산중) 율곡 이이 약초를 캐려다가 오던 길 잃었는데 온 산에 봉우리들 단풍 속에 묻히고 산승이 물 길러 오니 숲속에서 연기나. 採藥忽迷路 千峯秋葉裏 채약홀미로 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 林末茶煙起 산승급수귀 임말다연기깊은 산중에 들어가면 방향감각을 잃을 수가 허다하다. 나침반이 없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해가 떠있다면 그림자를 봐서도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겠지만 구름이라도 끼면 더욱 알 수 없다. 깊은 산중에서는 들어가면 더욱 그렇다. 시인은 사찰을 찾았던 모양이다. 잘 알고 있는 스님이 보이지 않아 산 속으로 물을 길으러 갔다고
山庄雨夜(산장우야) 제봉 고경명 어젯밤에 송당에는 밤비가 내리고 시냇물의 소리를 누워서 들었는데 새벽녘 나무 둥지에 자던 새가 있구나.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樓 평명간정수 숙조미이루산장에서 하룻저녁을 묵었던 모양이다. 소나무 현(絃)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새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개울 흐르는 물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면 더 없이 정다운 자연현상이 아니랴.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솟아오르는 시심들이 저절로 발현되리라. 깜박 졸음이 왔던지 잠깐 눈을 부치는 순간 가만히 새 한 쌍이 나무 둥지에
올 해도 어김없이 ‘추석밥상’에 쏠린 민심의 향배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같았다. 과거에 비하면 덜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명절이면 흩어진 가족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가족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치에 대한 얘기는 자칫하면 지지하는 쪽이 달라 ‘집안싸움’까지 번지는 경우가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래도 정치 얘기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내년 총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있건만 벌써부터 선거에 관한 이슈들이 뉴스의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것을
최근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인명피해를 동반했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하는 가운데 재난상황에서 유관기관 간 신속하고 긴밀한 공조 중요성을 깨닫게 한 일이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도 있었다.지난 달 22일 오전 1시40분쯤 지하주차장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민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광양소방서 대원들은 지하주차장 접근을 시도했지만 시커먼 연기로 인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발화지점도 찾지 못했다.이때 광양경찰서 직원들이 관리사무소 CCTV 확보해 지하 2층 주차장에 주차된 차
縱筆(종필) 고봉 기대승 소나무에 물결치고 흰 구름 가득하네 산 사람이 캄캄한 밤 혼자서 걷노라니 개울물 옥구슬 소리 구르듯이 흐르네. 淸風動萬松 白雲滿幽谷 청풍동만송 백운만유곡 山人獨夜步 溪水鳴寒玉 산인독야보 계수명한옥깊은 산중은 아니라도 좋다. 모든 자연이 맑은 공기를 생성해 주고, 새소리 바람소리까지도 맑은 공기를 준다. 시청각이라 했다. 대자연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보는 것이 자연이고 듣는 것이 자연의 소리다. 흐르는 물소리, 돌 구르는 소리, 산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풍만하게 만든
추석 명절이 얼마 안 남았다. 조상을 섬기는 마음도 예전과 같지 않음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더욱이 젊은 세대는 선배 세대들과 확연히 다른 것 같다. 짐작하겠지만 작금에 이르면 덜하면 덜했지 더 하지 않는 세태로 변한 셈이다. 세상과 사회가 달라진 만큼 조상을 섬기는 마음도 예전과 다른 점은 당연한 측면도 있다. 더욱이 이런 세태를 탓하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그래도 조상을 극진히 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는 단순히 음덕(陰德)을 받고자 함은 아닐 것이다. 부모님이나 윗세대로부터 이어져 온 관습의 영향이 제일 클 것이다.
田家(전가)[2] 연암 박지원 솔개가 병아리 채다 닭소리 시끄럽네 아낙네 광주리 이고 개울 물 건너는데 누렁이 벌거숭이에 졸랑졸랑 따라가네. 鳶蹴鷄兒攫不得 群鷄亂啼匏花籬 연축계아확부득 군계난제포화리 小婦戴棬疑渡溪 赤子黃犬相追隨 소부대권의도계 적자황견상추수일꾼들이 논밭에서 일을 하면 아낙은 아침부터 점심 준비에 분주하다. 반찬을 준비하고 국을 끓여 샛참이나 점심을 장만하여 식솔들의 구미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모이를 쫓던 닭들이 이리저리 다니며 병아리를 몰고 다니고, 돼지우리의 도야지 녀석은 어서 먹이 달라고 꿀꿀 서성인다. 처마밑
田家(전가)[1] 연암 박지원 늙은이 참새 지켜 비탈길에 앉았는데 개꼬리 수수 이삭에 참새가 매달리고 시골집 모두 나가고 사립문이 닫혔네. 翁老守雀坐南陂 粟拖狗尾黃雀垂 옹로수작좌남피 속타구미황작수 長男中男皆出田 家田盡日晝掩扉 장남중남개출전 가전진일주엄비한가하기 그지없는 농촌 풍경은 1970년대 이후에 사라지고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한가한 그 농촌에 좋았고, 대가족제도 하에서 20여명이 넘는 식구가 옹기종기 앉아 밥을 먹었던 생각을 하면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물동이 이고 가는 아낙의 서툰 걸음마에 강
조선 왕조는 초기부터 왕명출납과 관계된 기록을 남겼는데, 그것이 승정원일기다. 임금의 행적에 관한 글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그 내용 중에는 시시콜콜한 일들도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태종(이방원)은 어느 날 사냥하는 도중에 말에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말이 움직이는 상태에서 떨어졌는지 아니면 방심하다 서 있는 말에서 떨어졌는지 그것까지 따질 계제는 아니다. 말에서 떨어진 뒤 태종의 반응이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말에서 떨어진 뒤 일성이 “이 사실을 사관이 알지 못하게 하라”고 측근들에게 입단속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松京醉詠(송경취영) 기봉 백광홍 만월대에 가에서는 술잔을 높이 들고 오백 년 고려왕조 피리소리 구슬픈데 궁전은 잡초에 묻혀 누가 알리 그 때를. 滿月臺邊把一盃 半千基業笛聲哀 만월대변파일배 반천기업적성애 誰人認廳當時事 宮殿荒凉但草萊 수인인청당시사 궁전황량단초래질풍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외세, 신진세력에 의한 개혁의 진풍경 속에 고려 말의 세태는 요동쳤다. 특히 위화도 회군 이후에 왕조는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백년 도읍지를 뒤로 하고 개경이 폐허된 이후 황량하기 그지없이 그저 잡초에 묻혀 버렸다. 이런 역사의 단면을 잘 알고
雙溪方丈(쌍계방장) 휴정 서산대사 갯 마루 흰 구름에 동쪽 달빛 밝으며 꽃비는 내려오고 스님은 앉아 있는데 나그네 산새 소리에 잠이 들어 있구나. 白雲前後嶺 明月東西溪 백운전후령 명월동서계 僧坐落花雨 客眠山鳥啼 승좌락화우 객면산조제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워 나리의 운명이 위기에 있을 때 구국을 했던 이들이 많다. 임금은 그의 무훈을 높이 사서 정승을 내렸지만, 3일만에 도중하차했으니 그를 가리켜 삼일정승이라고 부른다. 전쟁의 후유증은 나라 안팎에 조용하지를 않아 일본 특사로도 다녀 오기도 했지만 조용히 쌍계사 방장스님을 찾기도 했던
題茅齋(제모재) 유일재 김언기 달빛은 빈 처마에 책상 밝게 비추고 연기는 성긴 문에 푸름에 이어질 때 썰렁함 오히려 즐겨 마음속이 한가해. 月入虛簷明照榻 烟生疎戶翠連山 월입허첨명조탑 연생소호취련산 蕭條雖甚吾猶樂 爲是身心兩得閒 소조수심오유악 위시신심량득한인적이 끊긴 밤이 깊어질수록 적막함은 더한다. 오히려 적막한 밤이 되면 온통 자연이 친구가 되면서 한가하고 느긋함을 느낀다. 찬바람이 엄습해 온다고 한다. 썰렁한 기분이 감돈다. 이럴 때는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가 기다려진다. 이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외로움 속의 즐거움
광양 백운산은 광양시를 상징하는 영산으로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지역민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오고 있는 해발 1222m의 뛰어난 풍수지리와 봉황, 여우, 돼지 등 삼정의 기(氣)와 성불, 어치, 금천, 동곡 등 4대 계곡을 거느린 우리나라 100대 명산이자 식물의 보고이다.광양 백운산 자락에는 천년의 숲길, 섬진강 매화길, 외갓집 가는 길 등 둘레둘레 걸을 수 있는 9개 코스, 총 126.36km의 특색있는 둘레길이 잘 정리되어 전국에서 수많은 등산객이 찾아오고 있다.필자는 광양시의 자랑이고 어머니 품 같
夜吟(야음) 호연재 김씨 삶이란 석자인 걸 시린 칼에 불과한데 마음은 한 점 등에 붙어사는 신세여라 서러워 한 해 저무니 흰 머리가 더해가. 生涯三尺劍 心事一懸燈 생애삼척검 심사일현등 惆悵年光暮 衰毛歲又增 추창연광모 쇠모세우증낮보다는 밤이 되면 무언가 허전해진다. 오늘 하루도 반성하고, 지난날도 회상한다. 걸어왔던 발자취를 낱낱이 회상하다 보면 허무함과 잘못됨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주섬주섬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후회덩어리이지만 삶이란 굴레에선 나의 차곡차곡한 역사이자 삶의 역경이다. 그래서 인생의 삶이란 시린 칼에 불과하다고
1990년대 초반, ‘내탓이오’라는 스티커를 자동차 뒷문에 붙이고 다니는 차량들이 거리를 채운 적이 있었다. 문제에 대해 남을 탓하기 보다 자신이 먼저 반성하자는 운동이었다. 천주교에서 시작된 ‘내탓이오’ 운동은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남을 탓하기 보다 자신부터 반성하자는 취지의 운동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내탓이오’라는 스티커를 자동차에 붙이고 다닌다고 해서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누구나 남을 탓하기 전에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경구로서는 유효했다고 본다. ‘내탓이오, 내탓이오, 나의 큰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