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화가 빠름을 실감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운위(云謂)하는 세태를 감안한다면 그럴만도 하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어 보통 사람들은 사회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녹록지 않다. 진즉부터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서 많은 일을 수행해 왔는데, 이제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네 삶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널리 알려진 챗GPT의 등장으로 우리의 일상에 주는 변화는 예전과 격이 좀 다른 것 같다. 무엇보다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까지 주고 받
盆城贈別(분성증별) 모재 김안국 연 자루에 제비 날아 꽃잎이 나부끼고 봄바람 살랑 살랑 이별의 한 심었는데 저 멀리 애끓는 봄은 돌아가리 그대여. 燕子樓前燕子飛 落花無數惹人衣 연자루전연자비 낙화무수야인의 東風一種相離恨 腸斷春歸客又歸 동풍일종상리한 장단춘귀객우귀가락국을 대표하는 유물을 꼽으라면 아마 연자루가 아닌가 싶다.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맹사성도 일찍이 연자루(燕子樓)란 시를 썼다. [가락국 옛터전에 몇 봄이 오고갔나(駕洛遺墟幾見春) / 수로왕 세운 문물 티끌따라 없어졌네(首王文物亦隨塵) // 가련하구나 제비만이 옛정회 를 못잊
霜月(상월) 용재 이행 저물녘에 가랑비가 하늘을 씻기더니 밤 되어 바람 부니 안개를 걷어 내고 서릿발 달빛에 비춰 아름다움 다투네. 晩來微雨洗長天 入夜高風捲暝煙 만래미우세장천 입야고풍권명연 夢覺曉鐘寒徹骨 素娥靑女鬪嬋娟 몽각효종한철골 소아청녀투선연맑은 날 밤이면 어김없이 내리는 촉촉한 이슬은 꽃이나 풀벌레들에겐 단비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추분이 지나면 날씨가 싸늘해지면서 무서리가 촉촉히 내린다. 한기(寒氣)를 느끼면서 동지 이후에 살을 에는 듯하게 찾아은 손님이 삭풍(朔風)이다. 시인은 이런 늦가을의 문턱에서 맑은 날 하룻밤의 정경
아내가 상경(上京)해서 나흘 정도를 홀로 지냈다. 이런 경우 흔히 남자들이 잠시나마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고 좋아들 한다. 아내로부터 상대적으로 간섭을 좀 덜 받으니 홀가분한 기분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개인차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말이다. 특히 정년 후 아내와 함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경우, 다른 말로 해서 흔히 ‘아내와 동선이 많이 겹치는’ 날에는 좋을 때도 있지만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빈도가 많으면 아내의 외출이 반갑다. 아내의 부재를 ‘자유로운 영혼’을 들먹이는 속내는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의 잔소리
閨怨(규원) 매창 이계랑 말하지는 못했어도 너무나 그리워서 하룻밤 마음고생 귀밑머리 희었는데 가락지 헐거워졌으니 소첩마음 알겠소. 相思都在不言裡 一夜心懷鬢半絲 상사도재불언리 일야심회빈반사 欲知是妾相思苦 須試金環減舊圍 욕지시첩상사고 수시금환감구위‘술은 왜 마시느냐’는 질문에 흔히 하는 대답은 ‘취하려고 마신다’고 한다. 주색(酒色)이라고 했다. 아마 술과 여자는 불가분의 상관관계로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시문에서 보인 시기(詩妓) 매창과 잔술을 나누었던 인사도 그랬던 것 같다. 짓궂은 사내에게 시 한 수를 남겼으니 ‘증취객(
유명한 관광도시 불란서 파리를 생각하면 에펠탑이 떠오르고, 호주의 시드니를 생각하면 오페라하우스가 떠오르며, 미국의 뉴욕을 생각하면 자유의 여신상이 상기된다.광양에는 이순신대교가 있고, 구봉산 정상에서 보면 왜교성 전투가 일어난 왜교성과 그 앞바다에서 이루어진 해상 전투지였던 장도, 송도 일대와 묘도의 광양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멀리 정유재란의 마지막 해상 전투지인 남해해협과 이충무공 전몰지가 바라보인다.우리 광양은 컨부두와 광양제철소가 있지만 순천과 여수에 비해 인구수와 관광객 방문자 수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여수는 낭만 바다
伯牙(백아) 용이 신항 나 혼자 즐거워 거문고 타나니 누구를 위하여 듣게 할 것인가 종자기 남을 위하여 거문고를 탔던가. 我自彈吾琴 不須求賞音 아자탄오금 불수구상음 鍾期亦何物 强辯鉉上心 종기역하물 강변현상심사상이 같거나 마음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벗을 빗대었을 때 흔히 백아와 종자기를 생각하게 된다. 이를 빗대어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벗이 없다면 더없이 쓸쓸하다. 진정으로 대화 나눌 수 있는 벗이나 친자가 없다면 인생의 참 맛을 알기가 어렵다는 말도 흔히 하기는 한다. 노래를 잘
옛 말에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요구했을 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포스코가 지주회사인 포스코 홀딩스의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의 본원을 포항으로 이전한 것은 결국 포항시민들의 반발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포항시와 포스코의 관계는 협력관계 보다는 치열한 갈등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반면, 포스코의 핵심사업장이 있는 광양은 포스코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 왔다. ‘우리 포스코, 우리 광양시’란 구호가 포스코에 대한 광양지역민의 애정을 대변한다 할 것이다.그런데 최근 광양시와 포스코의 관계
근자에 치유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치유(治癒)는 치료(治療)와 많이 다르다.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우선 치료는 물리적인 측면(혹은 신체적인)과 보다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반대로 치유는 정신적인 질환의 개선과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사람이 다치면 흔히 ‘치료를 받는다’고 하는 걸 보면 치료라는 말도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던 것 같다. 치유도 진즉부터 사용되기 시작했겠지만 치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 연원이 짧은 셈이다. 그럼 왜 근래에 치유라는 말을 부쩍 많이 쓰게 됐을까. 우선 현대인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고 정
悲秋(비추) 삼괴당 신종호 하얀 옥 갈고리에 가는 달 걸려 있고 서리바람 이슬 국화 뜰 속에 가득한데 시름에 묻을 곳 없이 흰머리를 심는다. 月子纖纖白玉鉤 霜風露菊滿庭秋 월자섬섬백옥구 상풍로국만정추 天翁不辦埋愁地 盡向寒窓種白頭 천옹불판매수지 진향한창종백두가을이 되면 소소함을 느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움츠리는 겨울을 맞이해야 되기 때문이다. 다시 겨울은 폐장(閉藏)이란 한 해의 쉼을 말해준다. 활동하는 시기엔 순간적으로 지나는 계절을 잊지만 한가한 겨울이 되면 고향을 생각한다. 희끗희끗 길어진 하얀 머리털을 보면 친지와 친구가
春睡(춘수) 월헌 정수강 연기는 곳곳마다 밝은 햇빛 집집마다 사람들은 한가하게 베개를 즐기는데 봄 풀은 연못가에서 젖어 있소 꿈속에. 處處靑煙起 家家白日長 처처청연기 가가백일장 人閑好憑枕 春草夢池塘 인한호빙침 춘초몽지당매서운 바람에 어깨를 움추렸던 겨울을 지내고 봄이 돌아오면서 어깨가 무겁고 몸이 나른해 진다. 흔히 ‘봄을 탄다’고 했던가. 온 몸이 나른해 지고 모든 생활에 의욕이 없다. 논밭에 나가는 씨를 뿌리고 겨울살이를 거두어 들이는 것조차 잊고 춘몽(春夢)을 꾸거나 춘수(春睡)를 즐기는 것도 연중 행사처럼 빼놓을 수 없는 예
근래 들어 인문학의 열풍(?)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예전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한 때 열풍이라고 할 정도면 대단한 유행이 함축되어 있다. 대중들은 다소 변덕스럽기도 하지만 탓할 건 못 된다. 대중들 입장에서 기대한 만큼 얻는 게 없다면 철회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인문학의 열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사회학, 심리학 등 그 범위를 확대할 수 있겠지만 문학, 역사, 철학을 핵심 범주에 넣는데 무리는
書懷(서회) 사옹 김굉필 한가한 곳에 사니 오가는 이 드물고 달 부르니 외롭고 쓸쓸한 나를 비춰 안개의 물결 위에서 산들만이 가득하네. 處獨居閒絶往還 只呼明月照孤寒 처독거한절왕환 지호명월조고한 憑君莫問生涯事 萬頃煙波數疊山 빙군막문생애사 만경연파수첩산자서전(自敍傳)이라고 했다. 자서전이라고 해서 살아 온 행적을 필설로는 다 쓸 수는 없으리. 그럼에도 다른 사람이 멀리서 가까이서 응시하면서 질곡의 삶을 왈가왈부하는 사람도 더러 만나게 된다. 붓을 들었다 해서 나의 생애를 다 쓸 수도 없어 보인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은 자기가 잘 알고
지난해 포스코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출범과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활동에 들어간 광양 지역사회와 포스코의 상생협력 TF가 출범 1년이 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이런 가운데 지난 3월 17일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이 최종 결정됐다.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포항 이전에 대해 전남도는 즉각 입장문을 통해 ‘포스코그룹 차원의 본사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고, 광양참여연대는 ‘포스코케미칼의 본사 광양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포스코의 지주회사 설립방침이
4월 1일, 포스코 창립기념일은 우리 대한민국과 광양시민에게 매우 뜻깊은 날입니다. 대한민국에게는 포항제철소로 시작한 제철산업이 광양제철소 창립으로 인해 세계 제1의 철강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날이고, 광양시민에게는 철강도시이자 산업도시로의 새로운 광양의 서막이 열린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0여년은 말 그대로 광양에겐 상전벽해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방세 수입은 1,000배가 넘는 4천억 원을 넘었고, 인구는 15만3천여명으로 2배가 증가했습니다. 1인당 소득과 가구당 소득은 230여개 기초 지자체중 전남 1위, 전
長霖(장림) 취연 일타홍 열흘의 긴 장마 고향 꿈 끝이 없네 눈앞에 고향의 길 멀고 먼 천리 길 근심에 난간에 기대 헤아리는 고향을. 十日長霖若未晴 鄕愁蠟蠟夢魂驚 십일장림약미청 향수납납몽혼경 中山在眼如千里 堞然危欄默數程 중산재안여천리 첩연위란묵수정수구지심(首邱之心)이라고 했던가. 귀소성(歸巢性)이라고 했던가. 사람은 나이 들면 먼 추억을 생각하거나 아련한 고향을 그린다. 고향은 아무렴해도 가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다. 개경의 옛터를 바라보며 [어즈버 태평연월일 꿈이런가 하노라]라는 시절가를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면 감상적인 생
食粥(식죽) 매월당 김시습 흰 죽이 미끄러워 아침밥이 편안한데 배부른데 누워서 한단의 꿈 꾸어보네 인생사 평생의 나날 고생일이 많더라. 白粥如膏穩朝餐 飽來偃臥夢邯鄲 백죽여고온조찬 포래언와몽감단 人間三萬六千日 且莫咻咻多苦酸 인간삼만륙천일 차막휴휴다고산환자가 아니라 해도 죽(粥)은 위를 편안하게 한다. 아침 일찍부터 논밭에 나가 일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아침 식사는 죽이 제 젹이라 한다. 아침엔 위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를 편안하게 하고, 위의 수축 운동을 돕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일을 하고 나서 아침밥을 먹고 나면 식곤증이
題伽倻山讀書堂(제가야산독서당) 고운 최치원 첩첩한 바위 사이 봉우리가 울리는데 지척에서 말소리도 분간하기 어렵구나 들릴까 시비 두려워 물을 시켜 온 산을. 狂噴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광분첩석후중만 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 상공시비성도이 고교유수진롱산속세의 어두운 소리가 듣기 싫어 산을 찾는 사람이 더러 있다. 흔히들 진세塵世라고 했던가. 아마 그랬던 모양이다. 산에 가면 물소리 새소리가 진세의 어두운 그늘을 막아주기도 한단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들의 또 다른 소망의 소리를 듣는다. 굳이 선도의 길은 아닐지
嚴川寺午睡(엄천사오수) 점필재 김종직 보리가 익은 들에 교조에 방해되랴 여가에 야승 절에 잠간만 쉬리이다 어느새 낮잠 들으니 떡을 굽는 노파는. 麥熟何妨省敎條 偸閑蹔憩野僧寮 맥숙하방성교조 투한잠게야승료 翛然午睡無人覺 只有林間婆餠焦 소연오수무인각 지유림간파병초식곤증이 없는 사람도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이 온다. 꾸벅꾸벅 졸리는 생리적인 현상을 어찌 잠을 청하지 않고 견딜 수 있으랴. 시인도 하루의 생활에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만 겹치는 졸음을 참지 못해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그 잠을 흔히 꿀잠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꿈의 깨어
登樓望膺(등루망응) 물재 손순효 높은 다락 홀로 앉아 들판을 바라보니뜬 구름 다 걷히고 매 한 마리 떴는데천 층에 티끌 날려서 어느 것에 묻히랴.獨坐危樓望四郊 浮雲捲盡一鷹高독좌위루망사교 부운권진일응고翩翩直上千層碧 那箇飛塵點羽毛편편직상천층벽 나개비진점우모누각과 정자를 혼동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그러나 두 가지의 의미 는 다르다. 누각과 정자는 기단부 터 마루까지의 높이, 즉 종고(宗高) 를 중요시 한다. 누각과 정자 사이 엔 차이가 많아 1m 이상이다. 누각 은 고상식으로 2층 집(이규보의 정 의)이란 원형으로 되어 있다. 그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