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懷(서회) 사옹 김굉필 한가한 곳에 사니 오가는 이 드물고 달 부르니 외롭고 쓸쓸한 나를 비춰 안개의 물결 위에서 산들만이 가득하네. 處獨居閒絶往還 只呼明月照孤寒 처독거한절왕환 지호명월조고한 憑君莫問生涯事 萬頃煙波數疊山 빙군막문생애사 만경연파수첩산자서전(自敍傳)이라고 했다. 자서전이라고 해서 살아 온 행적을 필설로는 다 쓸 수는 없으리. 그럼에도 다른 사람이 멀리서 가까이서 응시하면서 질곡의 삶을 왈가왈부하는 사람도 더러 만나게 된다. 붓을 들었다 해서 나의 생애를 다 쓸 수도 없어 보인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은 자기가 잘 알고
지난해 포스코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출범과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활동에 들어간 광양 지역사회와 포스코의 상생협력 TF가 출범 1년이 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이런 가운데 지난 3월 17일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이 최종 결정됐다.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포항 이전에 대해 전남도는 즉각 입장문을 통해 ‘포스코그룹 차원의 본사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고, 광양참여연대는 ‘포스코케미칼의 본사 광양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포스코의 지주회사 설립방침이
4월 1일, 포스코 창립기념일은 우리 대한민국과 광양시민에게 매우 뜻깊은 날입니다. 대한민국에게는 포항제철소로 시작한 제철산업이 광양제철소 창립으로 인해 세계 제1의 철강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날이고, 광양시민에게는 철강도시이자 산업도시로의 새로운 광양의 서막이 열린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0여년은 말 그대로 광양에겐 상전벽해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방세 수입은 1,000배가 넘는 4천억 원을 넘었고, 인구는 15만3천여명으로 2배가 증가했습니다. 1인당 소득과 가구당 소득은 230여개 기초 지자체중 전남 1위, 전
長霖(장림) 취연 일타홍 열흘의 긴 장마 고향 꿈 끝이 없네 눈앞에 고향의 길 멀고 먼 천리 길 근심에 난간에 기대 헤아리는 고향을. 十日長霖若未晴 鄕愁蠟蠟夢魂驚 십일장림약미청 향수납납몽혼경 中山在眼如千里 堞然危欄默數程 중산재안여천리 첩연위란묵수정수구지심(首邱之心)이라고 했던가. 귀소성(歸巢性)이라고 했던가. 사람은 나이 들면 먼 추억을 생각하거나 아련한 고향을 그린다. 고향은 아무렴해도 가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다. 개경의 옛터를 바라보며 [어즈버 태평연월일 꿈이런가 하노라]라는 시절가를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면 감상적인 생
食粥(식죽) 매월당 김시습 흰 죽이 미끄러워 아침밥이 편안한데 배부른데 누워서 한단의 꿈 꾸어보네 인생사 평생의 나날 고생일이 많더라. 白粥如膏穩朝餐 飽來偃臥夢邯鄲 백죽여고온조찬 포래언와몽감단 人間三萬六千日 且莫咻咻多苦酸 인간삼만륙천일 차막휴휴다고산환자가 아니라 해도 죽(粥)은 위를 편안하게 한다. 아침 일찍부터 논밭에 나가 일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아침 식사는 죽이 제 젹이라 한다. 아침엔 위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를 편안하게 하고, 위의 수축 운동을 돕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일을 하고 나서 아침밥을 먹고 나면 식곤증이
題伽倻山讀書堂(제가야산독서당) 고운 최치원 첩첩한 바위 사이 봉우리가 울리는데 지척에서 말소리도 분간하기 어렵구나 들릴까 시비 두려워 물을 시켜 온 산을. 狂噴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광분첩석후중만 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 상공시비성도이 고교유수진롱산속세의 어두운 소리가 듣기 싫어 산을 찾는 사람이 더러 있다. 흔히들 진세塵世라고 했던가. 아마 그랬던 모양이다. 산에 가면 물소리 새소리가 진세의 어두운 그늘을 막아주기도 한단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들의 또 다른 소망의 소리를 듣는다. 굳이 선도의 길은 아닐지
嚴川寺午睡(엄천사오수) 점필재 김종직 보리가 익은 들에 교조에 방해되랴 여가에 야승 절에 잠간만 쉬리이다 어느새 낮잠 들으니 떡을 굽는 노파는. 麥熟何妨省敎條 偸閑蹔憩野僧寮 맥숙하방성교조 투한잠게야승료 翛然午睡無人覺 只有林間婆餠焦 소연오수무인각 지유림간파병초식곤증이 없는 사람도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이 온다. 꾸벅꾸벅 졸리는 생리적인 현상을 어찌 잠을 청하지 않고 견딜 수 있으랴. 시인도 하루의 생활에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만 겹치는 졸음을 참지 못해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그 잠을 흔히 꿀잠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꿈의 깨어
登樓望膺(등루망응) 물재 손순효 높은 다락 홀로 앉아 들판을 바라보니뜬 구름 다 걷히고 매 한 마리 떴는데천 층에 티끌 날려서 어느 것에 묻히랴.獨坐危樓望四郊 浮雲捲盡一鷹高독좌위루망사교 부운권진일응고翩翩直上千層碧 那箇飛塵點羽毛편편직상천층벽 나개비진점우모누각과 정자를 혼동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그러나 두 가지의 의미 는 다르다. 누각과 정자는 기단부 터 마루까지의 높이, 즉 종고(宗高) 를 중요시 한다. 누각과 정자 사이 엔 차이가 많아 1m 이상이다. 누각 은 고상식으로 2층 집(이규보의 정 의)이란 원형으로 되어 있다. 그 반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지역 소멸이라는 용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해 전라남도 인구는 1 만5,106명이 줄었다. 전남인구 200 만명이 무너진 것은 한참 전의 일이다. 전남도내 22개 시군 중 지난해 인구가 줄지 않은 시군은 광양시와 영광군 2개 시군에 불과하다. 가히,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인구감소는 장차 가장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여기 저기서 나오 고 있다. 저출산과 함께 다가오는 고령화 문제는 지역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무너뜨리게 될 위협요소다.전남에서 가장 젊은
稷粥稷粥(직죽직죽)[2] 제호 양경우 피죽이라 외쳐본들 무슨 이익 되겠으며고을 아전 장부책에 세금이 너무 많아피죽에 굶주린 배도 채우지도 못하리.汝呼稷粥復何益 里胥手持官帖來여호직죽부하익 리서수지관첩래租稅之徵多色目 嗚呼稷粥充腸不可得조세지징다색목 오호직죽충장부가득아침에 관원이 와서 남편 옷 한 벌을 만들어 주려고 짠 옷 베를 칼 로 잘라가고 나니, 오후엔 다른 관 리가 또 와서 세금독촉을 했다는 비정한 시문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의 우리 사회상은 모두가 그랬던 모양이다. 심지어는 매관매직도 번 번하게
稷粥稷粥(직죽직죽)[1] 제호 양경우 지난해 추수 못해 백성들 굶주리고조밥 꽃 쌀밥 꽃 먹지도 못 하는데하물며 푸성귀 없는데 피죽인들 있으리.煎稷作粥也不惡 去年失秋民苦飢전직작죽야부악 거년실추민고기茹草不辭況稷粥 粟飯花稻飯花喫不得여초부사황직죽 속반화도반화끽부득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사회는 많 은 변화를 가져온다. 사회적인 변 화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변화의 몸 부림도 여러 곳에서 찾아본다. 평민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다가 들숨일망정 내쉬는 안타까운 모습도 본다. 잠자고 있던 훈민정음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면서 판소리 마 당을 비롯해서 한글
塹城壇(참성단) 사숙재 강희맹바다 위 외로운 성 참성단은 차가워라 바람 불어 이슬 기운 풀잎에 맺히는데도인이 시를 읊으니 달빛만이 가득하네.海上孤城玉界寒 風吹沆瀣露凝溥해상고성옥계한 풍취항해로응부步虛人在靑冥外 吟罷瓊章月滿壇보허인재청명외 음파경장월만단강화도는 단군의 유역지로 널리 알려진다. 남한에 있는 가장 오래 된 유적일 뿐 아니라 단군의 고조 선 통치와 관련한 곳이다. 참성단 은 고조선의 시조 단군이 하늘에 제사했던 제천단(祭天壇)으로 이 후 신성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고려 원종 때는 국난으로 왕이 직접 이곳에 올라 제사를 지냈다
松(송) 삼탄 이승소 한 치의 뿌리를 앞 섬돌에 심었더니어느새 우뚝 우뚝 푸른 일산 기울려껍질에 이끼 찍어서 받으리라 송진을.寸根移植近前墀 已見童童翠蓋欹촌근이식근전지 이견동동취개의待得霜皮圍四十 斸開蒼蘚拾流脂대득상피위사십 촉개창선습류지소나무 이용 가치는 많다. 첫째 의 쓰임은 아무렴해도 집을 짓는 주재료가 소나무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둥과 서까래는 물론 들보 까지도 다른 나무는 제외하고 소나 무를 첫 번째 반열에 두었다.산을 푸르게 하는 나무가 소나무이며, 사철 푸른 나무를 씩씩한 기상인 소나무에서 찾는다. 아궁이를 달구 어 구들
睡起(수기) 사가정 서거정 주렴의 그림자가 깊숙하게 돌아들고연 향기 끊임없이 풍겨오는 베게머리잠에서 꿈을 깨보니 빗소리가 들려오네.簾影深深轉 荷香續續來렴영심심전 하향속속래夢回高枕上 桐葉雨聲催몽회고침상 동엽우성최이따금 깊은 잠에 취하는 수가 많다. 의식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곤한 잠에 취한다. 마치 죽었다가 깨어나는 착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선현들이 썼던 소설의 소재 중에 몽자류 작품이 많았던 것도 이런 면에서 다소 이해할 수도 있 을 것 같다.머리를 조이라고 잠깐 눈을 붙이는 시간이 불과 얼마 되 지 않지만 꿈속의 기간과 과정
落梅(낙매) 운초 김부용 박꽃이 시들더니 봄바람에 열매 맺어해마다 쉬지 않고 봄소식에 이르나니오히려 이별 슬퍼서 인간보다 낫구나.玉貌氷肌苒苒衰 東風結子綠生枝옥모빙기염염쇠 동풍결자록생지棉棉不斷春消息 猶勝人間恨別離면면불단춘소식 유승인간한별리퇴계 이황을 가리켜 매선(매화 선비)이라 부른다. 매화를 극진히 사랑했기 때문이다. 매화를 두고 시를 쓰거나 화선지를 채우는 시인 묵객들 한량이 많았다.그도 그럴 것이 매화는 모진 추위를 견디어 내면서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그 래서 매화를 일컬어 한매(寒梅)라고 했다.강한 추위를 견디는 인내 를 사
지난 10월 28일 광양기후·환경 네트워크 밴드에 다음과 같은 안내 문이 올라 왔다.‘안녕하세요? 정리수납전문모모 성광숙입니다.광양시에서 2022년 신 중년 여 성을 위한 직업 창출 프로젝트 교육 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자격증 발급비까지 전액 무료로 운영되며 별도의 신청서와 나이 제 한이 없으니 신청을 원하시는 분들 은 댓글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성광숙 강사님은 광양시 그린 리 더이며 정리수납 전문가이다. 올해 봄 광양시 그린리더 교육에서 강의 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 열정과 강의 기술에 홀딱 반했었는데 밴드에 아 주 착한 교육
述樂府辭(술악부사) 괘애 김수온시월의 얼음 위로 찬 기운 엉키는데 차라리 임과 함께 얼어서 죽을 지고새벽닭 울지 말거라 네가 울면 나죽는다.十月層氷上 寒凝竹葉棲십월층빙상 한응죽엽서與君寧凍死 遮莫五更鷄여군령동사 차막오경계사랑하는 임과 함께 있으면 추위 도 아량곳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추워도 춥지 않고 물씬 체온의 열 기는 차가운 얼음도 무르녹혔을 것 이니. 흔히 사랑의 묘약이라는 말 도 스스럼없이 한다.남녀 간의 사 랑은 예나 이제나 끈끈하여 칼로도 벨 수 없는 불같은 그런 것이었음 은 분명해 보인다.작가는 시월의 얼음 위로 찬 기
秋日(추일) 매헌 권우대나무 그림자 책상 밑에 스며들고 국화 향 나느네 옷의 깃에 가득해라지는 잎 기세 일으켜 비바람에 날리네.竹分翠影侵書榻 菊送淸香滿客衣죽분취영침서탑 국송청향만객의落葉亦能生氣勢 一庭風雨自飛飛낙엽역능생기세 일정풍우자비비우람한 대나무 숲 튼튼한 어미 발밑 뿌리를 뚫고 쏘옥 내민 대나 무 순은 귀엽고 깜직하다.어찌도 그리 철없는 자태를 그리면서 뽐내 고 있을까? 어미의 그늘 속에서 포 근히 잠자고 있고, 어미의 구성진 노래 소리를 듣고 춤추면서 자란다.그래서 사철 푸른 기상을 자랑 하는가 하면 곧고 곧은 절개를 대 나무
送朴校勘遐歸覲(송박교감하귀근) 양촌 권근 해질 무렵 서울에는 눈이 펄펄 내리는데근친 가는 그대 옷이 너무나도 향기로워한 많은 어머님 향해 구름만을 쳐다보네.歲暮京華雨雪紛 郞君覲省彩衣薰세모경화우설분 랑군근성채의훈嗟余未慰門閭望 陟屺遙瞻芒浦雲차여미위문여망 척기요첨망포운시인의 어머님은 북망산으로 가 셨던 모양이다. 어머님이 자식에게 바라는 소망이 있었을 것이다. “벼 슬에 올라 임금께 충성하라.지조 있는 선비가 되어라. 치적을 남기 어 후대에 이름을 남겨라”는 등 여 러 가지 소망 사항을 예상할 수 있 었겠다.여말선초의 대학자였지만 어머님
“광양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광양을 상징하는 특산품은 무엇이지요?”, “광양을 대표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누군가에게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 광양불고기, 매실 하는 식으로 답해줄 수는 있겠지만, 광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불고기를 보면서 광양을 떠올린다거나 매실을 보면서 광양을 떠올린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특정 인물의 이름을 들려주었을 때 광양을 떠올릴만한 사람이 있을까? 지난 2013년 기자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으로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역 브랜딩’ 취재의 일환으로 미국의 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