寄蓬來(기봉래) 양사언 소실 사립문을 닫지 않고 머나먼 길 바라볼 때 밤은 깊고 이슬 내려 나의 옷을 적시는데 양산관 곱게 핀 꽃을 보시려고 안 오시나. 悵望長途不掩扉 夜深風露濕羅衣 창망장도불엄비 야심풍로습나의 楊山舘裡花千樹 日日看花歸未歸 양산관이화천수 일일간화귀미귀여인의 매력은 질투심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질투심이 있기에 여인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한다. 어찌보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고금을 막론하고 여인은 사랑하는 임이 다른 여인에게 눈길을 주면 강한 불쾌감을 표출한다. 이것이 심하면 가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風荷(풍하) 졸옹 최해 새벽 목욕 끝내고 거울에 맥 빠져서 천연스런 아름다움 무엇에 비하리오 얼굴에 화장기 없어 그 얼굴에 천사가. 淸晨瀮罷浴 臨鏡力不持 청신림파욕 임경력부지 天然無限美 摠在未粧時 천연무한미 총재미장시이른 새벽에 하는 목욕은 하루를 여는 상쾌함을 더한다고 한다. 간혹 아침 목욕은 피곤함을 더하니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더러는 있다. 그러나 아침 목욕에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다고 한다. 이런 생활습관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남자가 그의 시문에 여성스럽게 표현했던 경우도 상당히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게임 중 눈치게임이라는 게 있다. 이 게임은 참여하는 사람의 수만큼 숫자를 정한 뒤, 한 사람이 한 번씩 숫자를 외치는 것을 원칙으로, 다른 사람과 동시에 같은 숫자를 외치거나 마지막으로 숫자를 외치면 패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이유로 상대방의 눈치를 읽어가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는 행위에 실패한 경우를 보면 ‘눈치게임에 실패했다’고 표현한다.지난 25일 정인화 광양시장이 ‘시장님과 함께하는 톡톡 튀는 콘서트’ 행사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건배사와 함께 한 음주 및 노래를 두고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데, 필자
寄遠(기원) 익재 이제현 기쁜 일 한이 되고 공명도 이별이네 가련하다 술잔 앞 비추는 밝은 달은 변성 말 타는 사람에 돌아와서 비추네. 懽樂翻敎恨懊新 功名只管別離頻 환락번교한오신 공명지관별리빈 可憐畫閣樽前月 還照邊城馬上人 가련화각준전월 환조변성마상인서울을 떠나 있거나 집을 떠나 변방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리움의 한 덩어리를 품에 안게 된다. 그 한은 술을 마시거나 시문을 지어 시름을 달래기도 했다. 휘엉청 달빛까지도 그 한을 알고 술잔을 비추는가 하면 변성을 떠도는 사람에게까지 비추었던 모양이다. 작자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벼
민선8기 광양시의 첫 인사가 마무리 되었다. 인사가 끝나자 정인화 시장의 첫 인사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어떤 평가를 받든 공직사회에서의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다. 또, 모두가 만족하는 인사는 있을 수 없다. 승진이든, 전보든 인사는 완전한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가 만족한다면 누군가는 실망하게 마련이다. 민선자치 이후 공직인사와 관련,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의 하나는 이른바 보은인사, 보복인사 논란이다. 인사권은 선거직 단체장이 행사하는 가장 강력한 조직 통제의 수단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 때마다 공무원들의 줄
詠梅(영매) 근제 안축 관동매화 감상하니 늦게 핀 가지 좋고 그 모진 비바람에 사람들은 다 쓸어도 세속에 벗어난 신선 화장대에 비추네. 關東處處賞梅花 愛此新枝最後開 관동처처상매화 애차신지최후개 風雨人間春掃地 出塞仙艶映粧臺 풍우인간춘소지 출새선염영장대선현들의 대체적인 시문을 보면 매화의 기상을 제일로 치고 있는 경향이다. 봄의 전령이나 되는 듯이, 늦겨울 눈망울과 친구라도 사귀려는 듯이 눈 속에서 그 자태를 자랑한다. 점차 자취를 감추면서 물러가는 겨울의 길목에서 열매를 맺으니 그 아니 다정하고, 정겨웠으랴. 시인도 한국인의 정서를
百花軒(백화헌) 매운당 이조년 꽃 심기 그만하고 두어 가지 채우시게 눈 속 매화 서리국화 깨끗한 가지에서 허량한 자줏빛 꽃과 부화 꽃이 많다네. 爲報栽花更莫加 數盈於百不須過 위보재화갱막가 수영어백불수과 雪梅霜菊淸標外 浪紫浮紅也漫多 설매상국청표외 낭자부홍야만다 사군자는 매란국죽(梅蘭菊竹)이다. 매화는 이른 봄눈이 채 녹기도 전에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며, 난초는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제일 먼저 퍼뜨린다. 국화는 늦가을에 첫 추위와 서리를 이겨내며 꽃을 피우고, 대나무는 모든 식물이 잎을 떨어뜨린 추운 겨울에도 푸
지난 4개월 동안 우리 지역의 큰 이슈로 자리 잡으며 숱한 논란과 갈등을 빚었던 광양시 ‘4차 긴급재난생활비’ 지급이 지난달 광양시와 광양시의회가 서로 한발씩 양보하며 합리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일단락됐다. 광양시의회는 지난 7월 2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29일 본회의를 통해 4차 긴급재난생활비를 최종 의결했다. 4차 긴급재난생활비는 ‘시민 30만원, 19세 이하 40만원 추가 지급’으로 추석 전인 오는 30일부터 지급을 시작한다. 정현복 전 시장이 추진했던 4차 긴급재난생활비는 보편적 지급 대신, 선별적 지급에다 아동
貧女吟(빈녀음) 임벽당 김씨 사는 곳 궁벽하니 오는 사람 별로 없고 산이 깊어 세상 선비 인적까지 드물어서 한말 술 마련 못해서 묵은 손도 떠나네. 境僻人來少 山深俗事稀 경벽인래소 산심속사희 家貧無斗酒 宿客夜還歸 가빈무두주 숙객야환귀 예나 이제나 부와 재는 사람이 살아가는 필수였다. 재상집 개가 죽으면 손님이 찾고, 막상 재상이 죽으면 손님이 끊긴다는 말에 고개는 끄덕여진다. 궁벽하면 손님이 끊어진다는 말을 실감하는 대목이겠다. 작가는 산 깊은 곳에서 궁벽하게 살았던 모양이다. 남편은 찾아온 손님과 정담을 나누기 마련이요, 정담을
2022년 7월 28일은 포스코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포스코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대법원 선고가 열리기 때문이다. 1차부터 8차까지 포스코를 상대로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협력업체 근로자는 930여명에 달한다. 앞서 지난 21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2민사부는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원고들이 피고 현대제철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山居偶題(산거우제) 동암 이진 하늘 가득 산 기운 사람 옷을 적시고 늘 푸른 연못에는 하얀 새가 나는데 안개는 밤에 쉬다가 마파람에 부슬부슬. 滿空山翠滴人衣 草綠池塘白鳥飛 만공산취적인의 초록지당백조비 宿霧夜栖深樹在 午風吹作雨霏霏 숙무야서심수재 오풍취작우비비 구름만 비를 뿌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지개가 뜨면 비를 내릴 조짐을 보였고, 안개가 푹 쉬었다가 구름을 불러 들여 비를 뿌리게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해무리가 심하면 비를 내리게 하는 징조요, 동풍이 불면 비를 몰고 올 공간을 미리 만들어 준
지령 949호. 광양만신문이 지난 19년동안 기록한 발행호수다. 19년동안 한해 평균 50회씩 발행해 온 셈이다. 1년을 52주로 상정하면 매년 명절 연휴나 휴가 등으로 2~3회 휴간한 것을 제외하면 한 주도 빠짐없이 매주 목요일 독자들과 만나왔다. 광양만신문이 기록한 지난 19년은 고스란히 광양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역신문의 불모지였던 광양은 현재 어느 지역보다 지역언론의 활동이 활발하다. 그렇다고 지역신문의 경영여건이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 경쟁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리 환영할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스
雲(운) 문정 정가신 한 조각 엷은 구름 마음대로 생겨나서 큰 비 되어 마른 나무 소생시켜 말하니 중천의 해와 달 다퉈 밝음만을 가리네. 一片纔從泥上生 東西南北已縱橫 일편재종니상생 동서남북이종횡 謂爲霖雨蘇群槁 空掩中天日月明 위위림우소군고 공엄중천일월명 구름에 붙여놓은 이름과 종류는 많다. 뭉게구름 새털구름 먹구름 등 그 모양에 따라서 많은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름이 비를 몰고 온다는 사실이다. 엷은 구름이 두터운 구름을 불러오고, 두터운 구름은 물이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필수품을 순환적으로 공급해 주는 원
初夏(초하) 연담 곽 예 온 가지 꽃이 지자 신록은 파릇파릇 매실 가지 가리키니 감흥이 새로워라 곤한 잠 제격 일 텐데 꾀꼬리는 울어대네. 天枝紅卷綠初均 試指靑梅感物新 천지홍권녹초균 시지청매감물신 困睡只應消晝永 不堪黃鳥喚人頻 곤수지응소주영 불감황조환인빈 3월이면 봄이지만 봄 같지 않게 스산하다. 5월말 6월이면 여름이지만 또한 여름 같지가 않다. 이런 현상이 꼭 지구의 온난화 현상만은 아니다. 마음으로 느끼고 재촉하는 계절이 그렇다. 그래서 초봄, 초여름, 초가을이란 말을 쓴다. 시인도 자연을 무성하게 만들고 마음을 풍성하게 만드는
閑中自慶(한중자경) 복암 충지 날마다 산 보아도 보는 것 모자라고 물소리 듣는 것도 싫증은 안 나는데 귀와 눈 맑고 상쾌해 편안함을 기르네. 日日看山看不足 時時聽水聽無厭 일일간산간부족 시시청수청무염 自然耳目皆淸快 聲色中間好養恬 자연이목개청쾌 성색중간호양념 자연은 자연 그대로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것 같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인간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나 이제나 사람들은 산을 찾아 산을 즐기면서 살았는지도 모른다. 나무를 보면 나무에 취하고, 들을 보면 들에서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살았던 것
정인화 광양시장이 7월1일 취임식을 갖고, 민선 8기를 본격 시작한다. 정인화 신임 시장의 취임으로 광양시는 4회 연속 무소속 시장 체제에 돌입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양시민들이 다시 무소속 시장을 선택한 것은 상대 후보에 비해 뛰어난 역량과 경험을 갖춘 신임 시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고 할 것이다. 국회의원을 역임한 정인화 신임 시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한 후 전남도청 총무과장과 장흥부군수, 광양부시장, 여수부시장 등을 역임해 행정능력을 검증받았다. 특히, 전남도청에서 공보관과 감사관, 정책기획관, 관광문화국장 등
西京永明寺(서경영명사)[2] 몽암 이혼 하늘 나는 저 새는 어디로 가는 건지 넓은 들에 동풍 불어 그치지 않았는데 지난 일 물을 곳 없어 석양연기 시름 담네. 長天去鳥欲何向 大野東風吹不休 장천거조욕하향 대야동풍취불휴 往事微茫問無處 淡煙斜日使人愁 왕사미망문무처 담연사일사인수 고려 초 곽여(郭輿)란 사람이 영명사를 시로 읊었고, [고려사]에 숙종이 이 절과 흥복사(興福寺)에 다녀갔다는 기록이 있어 이 절의 역사는 고려초 또는 통일신라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단다. 그리고 수많은 시인들이 이 절을 두고 잔잔하게 시를 읊었다. 청일전쟁
西京永明寺(서경영명사)[1] 몽암 이혼 서경의 영명사에 스님도 안 보여 절 앞의 강물만 유유히 흐르는데 뜰 안에 외로운 탑에 나루터엔 빈 배만. 永明寺中僧不見 永明寺前江自流 영명사중승불견 영명사전강자류 山空孤塔立庭際 人斷小舟橫渡頭 산공고탑립정제 인단소주횡도두 영명사와 부벽루는 고구려의 수도였던 서경을 대표하는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다. 지금의 평양이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선교양종 36본사 중 하나였으며, 승군을 통솔하는 승장과 평안남도의 절과 승려를 관리하는 총섭(摠攝)을 이 절에 두었다 한다. 이렇게 보면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역사
落梨花(낙리화) 지포 김구 날다가 춤추면서 가다가 되돌아와 거슬러 나뭇가지 다시 피려 한다면 거미가 그물에 붙어 잡으려는 나비들. 飛舞翩翩去却回 倒吹還欲上枝開 비무편편거각회 도취환욕상지개 無端一片粘絲網 時見蜘蛛捕蝶來 무단일편점사망 시견지주포접래 시상을 떠올리는 일도 여러 가지다. 하찮은 자연에 도취하여 이렇게 보기도 하고 저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세상의 이치와 사물의 원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시상을 떠올리기 어렵다. 이면(裏面)을 보고 현실을 뒤집어 보아야 한다. 곧 좀더 ‘삐딱하게’ 보아야 새로운 시심이 생기고 시상을 떠올리
東都懷古(동도회고) 이지 장일 장군과 재상의 정자 열고 자랑했건만 번화함 화려함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들에서 살구꽃 복사꽃 이슬방울 울리네. 四百年前將相家 競開臺榭幾雄誇 사백년전장상가 경개대사기웅과 只今繁麗憑誰問 野杏山桃泣露華 지금번려빙수문 야행산도읍로화신라의 옛터를 찾고, 백제의 옛터도 찾는다. 중국의 동북삼성지역을 가면 화려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 맥없이 무너졌던 역사의 뒤안길에서 우리는 그 원인이 무엇이었던가를 떠올린다. 중국 하남성인 낙양은 조선의 동경이자 금성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여지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