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허치슨 노조의 파업에 광양항 예선들이 동조했다. 이과정에서 항만에 접안을 시도하는 컨테이너 선박을 예선들이 가로막으며 해경 선박과 뒤엉켜 있는 모습.


30만 자족도시 건설을 위한 제2의 도약기로 현재를 인식하는 지역 정서의 배경과 함께 지역사회 구성의 중요한 한축인 노동계의 지난 한해를 돌아봤다. 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현실과 향후 진로 등을 생각해보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윈윈하는 상생의 묘수는 없는지 갈등 해결의 측면에서 정리해 본다.


▲지역여론, 제2의 도약기 기대감 증폭


광양시는 ‘더불어 잘사는 행복한 동북아 자유무역 도시 건설을 통한 30만 자족도시의 완성’을 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한 성장 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해답은 간단하다. 기업이다. 지역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른바 ‘기업도시 마인드’이다. 행정이 기업을 지원하고 나아가 시민의 친기업적 마인드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친기업적 정서를 만들기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광양에서는 지난 해 2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외주파트너사들의 개별적인 산업평화선언에 이어 3월에는 시민과 사회, 기업인 등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산업평화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업유치 움직임에는 환경단체까지도 참여했다. 광양시환경단체협의회는 ‘에코-2 선언’을 통해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동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사회 움직임에 화답하듯 광양지역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후판공장 유치와 아울러 굵직한 기업들이 앞 다퉈 들어오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페로니켈 공장이 오는 8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후판공장, 오리엔트조선과 SNC해양조선, 삼우정공, 현대스틸산업 등 고용창출효과가 큰 기업들의 입주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광양시의 국내외 투자유치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광양시는 유관기관과 범시민이 참여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사활을 걸고 산단의 적기개발과 안정적 공급이란 목표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명당 임대산단 분양과 항만 동측배후부지, 율촌 제1산단 내 광양시 분할 지방산업단지 및 항만 서측배후부지 등의 공공투자와 함께 민자투자를 통해 명당산단 4개 지구와 신금산단, 익신산단, 세풍 복합물류단지 개발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또한 친기업적 환경조성과 투자유치 인센티브 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지속적인 지역입주와 각종 산단의 개발과 분양은 주민들의 발전 기대심리를 끌어 올려 지역민들에게 현재의 상황은 제2의 도약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시의 노력과 여건이 맞물려 결과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남으로서 30만 자족도시 실현 가능성이 지역민들에게 현실화 될 것이란 믿음이 생겨났으며, 이러한 목표의 공유가 묵시적인 사회적 합의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축의 하나인 노동계는 지역정서와는 다소 괴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광양항 노동자들이 광양항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사용자측의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는 등 노동자들이 권리찾기에 나서며 지난 11월 24일에는 광양항 허치슨터미널이 노조의 전면 파업과 함께 선박 억류란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화물연대와 금속노조도 갈등을 안고 있는 상태이다.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해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묵시적 사회적 합의의 흐름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는 노동운동의 흐름은 광양항을 비롯한 광양지역의 노동운동이 새로운 전환기가 되고 있다.

지난 해 대선에서 보듯 한국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더 이상의 민주/반민주의 구도를 용납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도가 사라진 작금의 정치현실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타이틀을 내건 정당들은 진정한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으며, 2007년 대선을 통해 보수단일구조로의 세력결집 양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과거 노동운동은 부도덕한 권력에 맞서 개인의 권리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공공의 성격을 띤 것으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돼 일정부분 정당성과 지지를 받아왔다.

▲노동계 바라보는 시선 ‘싸늘’

그러나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 및 기득권층의 집요한 공격으로 인해 반노조 정서는 심화됐으며, 기성 정치권력 내로 흡수된 민주노동당 조차도 당 자체 역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대안 정당에서 문제 제기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정치세력내로 편입됨으로 인해 소위 노동운동의 신뢰와 순수성에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광양지역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상당히 많이 변화했다.

지역 노동운동의 가치가 공공의 성격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노동운동에 대한 시각이 싸늘해 지고 있다.

광양항 운영사인 허치슨 노조의 파업이 세계 항만사상 초유의 선박억류 사태로 이어지면서 지역 시민단체가 중재에 나서고, 지역내 기관장들이 긴급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파업이 장기화되고 광양항의 전반적인 물량감소로 이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노사간 극한대치는 시민단체가 중재자로 나서면서 우여곡절 끝에 타결을 지었다. 지역내 갈등상황을 극복하는데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이다.

지역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여론이다. 여론을 등에 업지 못한 운동의 한계는 분명하다.

차가운 여론을 의식해 시민중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노동계는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허치슨 노사문제의 경우 파업협상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한 것과 기관단체장이 책임있게 나선 것은 분명히 평가할 만하며 진일보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새시대의 비젼과 역할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

▲갈등 해결사례 ‘고리원전’ 계속가동 합의

최근 언론에서 다룬 고리원전의 재가동 과정에서 나온 합의소식은 또 다른 점을 시사한다. 갈등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합의를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 하는 과정이 결과보다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설계수명(30년) 만료로 가동을 중단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사업자와 주민간의 합의로 계속 가동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자와 지역 주민들이 원만한 합의를 통해 이뤘다는 점은 여러모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고리원전의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고리원전 주변지역 주민대표는 정부가 고리원전1호기를 앞으로 10년간 계속 가동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심사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협상을 시작해 5차례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 측은 지역개발 관련 요구 사항 등 40여개의 조건을 한국수력원자력에 제시했는데, 주민들의 요구 사항은 원전을 재가동해 얻는 이익보다 훨씬 커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밖에 없었다.

고리1호기를 10년간 계속 가동할 경우 예상되는 수익이 1천300억원 정도인데 비해 주민들의 요구는 이를 훨씬 초과해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양측의 입장차로 인해 주민들의 실력행사가 예상되자 한수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으며, 쟁점이 되는 사안들을 선별해 단기 해결안과 장기 과제로 나눠 주민들과 협상에 임해 결국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사업자와 주민간의 합의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양측은 당초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깨고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사업자와 주민들이 명분싸움보다 실리를 우선했음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사업자 측 관계자가 "주민들과의 합의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지역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재가동 하겠다는 방침 아래 성실한 대화를 계속했다"고 전했으며 주민대책위도 고리1호기를 볼모로 무리한 지역개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해 당장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우선 받아내되 법적인 문제가 있는 요구사항은 장기적인 과제로 넘기기로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제3자’인 환경단체들은 한수원과 대책위의 합의에 유감의 뜻을 나타내고 독자적인 안전성 검증작업에 나설 태세라고 한다. 고리 사례는 우리지역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고리의 경우 제3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합의를 도출해 냈다.

▲지역 노동계의 현실과 향후 진로

광양지역의 노동여건은 대부분이 하청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노사간 갈등 발생시 사업자의 선택 폭을 제약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로 인해 노동운동이 더욱 격렬해질 수 있으며, 더욱 빈발해 질 수 있다.

이는 제2의 도약기를 맞아 힘차게 달려가기 위해 노력하는 광양의 아킬레스 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합의 문제를 도출하고 갈등을 해결해 내기위한 시스템의 확보는 중요하다.

갈등 국면에서 해결의 열쇠는 ‘대화’이다. 대화는 진행 당사자의 건강성 확보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건강성이란 조직 운영과 내부 논의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 그리고 민주적인 절차성을 포함하는 말이다.

즉 조직운영 자체가 솔직하고 민주적이며 개방적임과 동시에 의시결정 과정이 계파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원칙이 전제돼야 건강함을 확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노동계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소위 대중 추수주의가 아닌 지역사회와 상생을 통해 진정한 지역 민심 획득 방안을 찾아야 노동운동의 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한 노동조직이 돼야 하며, 지역민과 함께해야 한다.

현재 지역여론이 바라보는 노동계는 철저한 조직 이기주의를 고수하다 지역민심이 등을 돌린 상태이다. 이제 막 뿌리내리기 시작한 광양지역 노동계의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여론마저 떠나면 노동운동은 고사의 길로 치닫을 수 있다.

지역사회도 진정한 기업도시를 이룩하기 위해 지역구성원의 한 축인 노동계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포용해야 하며 노동계도 지역 공동의 이익을 바라 볼 수 있어야 지역의 미래가 있다.

조직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지역 공동의 이익을 바라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정운기자)



.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