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한글과 시혼을 지킨 윤동주와 정병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한글과 시혼을 지킨 윤동주와 정병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1940년 4월 어느 날 이른 아침, 연전 기숙사 3층, 내가 묵고 있는 다락방에 동주 형이 나를 찾아 주었다. 아직도 기름 냄새가 가시지 않은 조선일보 한 장을 손에 쥐고,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와 같이 산보라도 나가실까요?” 신입생인 나를 3학년이었던 동주 형이 그날 아침 조선일보 학생란에 실린 나의 하치도 않은 글을 먼저 보고 이렇게 찾아준 것이었다. 중학교 때에 이미 그의 글을 읽고 먼발치에서 그를 눈여겨 살피고 있던 나에게는 너무도 뜻밖의 영광이었다. 나는 자랑스레 그를 따라 나섰다.’

위 인용문은 정병욱의 바람을 부비고 서있는 말들의 책 내용 중 ‘잊지 못할 윤동주 편’에 수록된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윤동주 시인을 알고 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별 헤는 밤’, ‘서시’ 등 일제강점기에 민족을 위한 시를 썼던 위인. 하지만 정병옥이 누구인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윤동주의 연희전문 후배. 윤동주가 1942년 2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전 전했던 육필원고를 받은 세사람중의 한명.

그 덕분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진월면 망덕포구의 가옥에 숨겨 험난했던 일제 탄압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지난 13일 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정병욱 가옥 활용 방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심포지엄은 백영 정병욱과 시인 윤동주의 문학사를 조명하고 진월면 망덕포구에 있는 정병욱 가옥에 대한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글과 시혼을 지킨 윤동주와 정병욱’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일제의 한글 말살 정책시기에 아름다운 우리말로 엮어진 윤동주의 시를 정병욱이 학병으로 끌려가게 되자 그 모친이 광양의 집 마루에 숨겨 보전했다. 통째로 사라질 뻔했던 윤동주의 육필 원고 묶음을 후배 정병욱과 그 가족이 보관해 세상에 알린 것이다”며 “1925년에 지어진 진월면 망덕리 외망마을 23번지 양조장집은 윤동주의 유고시를 알린 것 뿐만 아니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요로운 사연을 품어왔던 공간이다”고 정병옥 가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병옥 가옥의 활용에 대한 설명에서 “단순한 옛 집 한 채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정신을 교육하는 본부기지로 활용해야한다”며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고전풍의 북 카페나 마을 도서관을 추천했다.

김 교수는 종로구에 있는 ‘윤동주 문학박물관’을 성공 사례로 들며 “종로구는 윤동주라는 민족 시인을 기리는 건축물을 과감히 신선한 건물로 지었고 주변에 ‘윤동주 언덕’을 만들어 산책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 10월 한달동안 1만6,422명이 윤동주 박물관을 다녀갔다”며 “이는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747명이나 되며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이 공간이 윤동주의 유고만을 기리는 공간을 넘어 정병욱을 기리는 공간으로 의미망을 확대시켜야 한다. 정병욱이 이룬 삶과 학문적 업적의 궤적만으로도 정병욱의 유고나 자료를 전시하는 부스도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역사적이고 문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섬진강과 망덕포구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라는 하드웨어 요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정병욱 가옥의 활용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윤인석 성균관대 교수도 김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며 좀 더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정병욱 가옥은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문학, 역사, 교육적인 측면 뿐만아니라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며 “이를 위해 가옥을 ‘윤동주 유고 보전 기념관’ 등록,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정보교류, 지역축제 및 학교와 연계한 커뮤니티 구성 등 장기 보전 방안 등도 마련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교수는 “가옥의 내부는 윤동주 및 정병욱 생애실, 유고보존실, 어린이문학관, 영상실, 양조장재현실로 활용해 원래 양조장이었던 가옥의 형태와 본질은 유지하고 가옥의 외부에는 관광객을 위한 주차공간 확보, 인물흉상쌈지공원이나 동상벤치 등을 설치해 시민들의 편의를 도와야한다”고 덧붙였다.

또 윤 교수는 활성화 방안으로 “진원면사무소 구청사를 어업전시관으로 활용하고 그 주변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며 망덕포구 일대를 해안 가로 보존하는 등의 경관계획을 수립해 거시적차원의 망덕문화벨트를 구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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