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석 태 (교육평론가)

강 석 태 (교육평론가)

우리나라 역사, 곧 국사가 중고교 교과서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신음하고 있다.

섬나라 일본이 좁은 소견으로 자기네가 저지른 타국 침략의 과오, 죄과를 뉘우침 없이 미화하는 식으로 일본사 교과서를 왜곡하는 것을 이 땅의 보수 꼴통들이 본받아 한국사 교과서도 그들의 역사관을 모방하려고 들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역사가 무엇인지, 2세들에게 역사가 어떤 것인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모르는 자들이 현 정권 실세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역사를 모독하고 역사를 오탁하게 조작하고 있다.

국사에 대해서는 잠깐 접어두고 우선 역사란 무엇인가를 성찰해 보자.

지난날의 죽은 기록이 역사가 아니다.

역사란 오늘을 사는 자들에게 내일을 살아가는 데 거울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우리 선인들이 역사에다 ‘거울 감(鑑)’자를 붙여 부른 것이 뜻하는 바가 심대하다.

중국 송나라의 역사가가 역사는 역대를 통해 거울이 되는 기록이라는 뜻과 아울러 거짓 없는 기록이라는 뜻을 담아 자치통감을 편찬했던 것으로써,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초기부터 이것을 통감이라고 줄여서 초학자의 교재로도 쓰였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역사책에다 거울이라는 뜻인 kagami를 붙였다.

이렇듯 역사는 개인이나 사회, 그리고 국가가 움직이는 데에 본보기가 되고 교훈을 담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그와 같은 본래의 길에서 많이 벗어나는 것들이 허다하다.

인간이 하는 일이라 완전한 것이 어디 있으랴만 왜곡된 것들을 역사라고 하고 그것이 진실인 양 사람들이 속고 있다면 과연 그것을 역사라 불러 마땅할까?

인류가 까마득한 옛날 4촌인 침판지와 헤어지고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걷고 두 팔을 해방시켜서 돌멩이나 나무 가지로 연모를 만들어 사냥을 하고 무리지어 살게 되면서 머리로 생각하는 영장류 중의 으뜸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서 오랜 선사시대를 거쳐 문화의 단계에 도달하면서 문자를 발명하고, 그것으로 삶의 발자취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것은 물론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과학적인 인식으로 볼 때는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기록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역사 서술의 효시가 아니었을까.

파스칼이 “인간은 하나의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 중 가장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고 했듯이 인간만이 역사를 깆는 갓을 깨달은 동물이다.

그래서 인류는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자신들이 세운 문화와 문명을 후대에 전수하고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거름이 되게 하였다.

역사는 그렇다고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나 사정 등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흔히 생각하듯이 사회나 국가의 구성원 중 강한 자, 또는 승자의 자서전과 같은 기록이 아니다.

이것을 잘못 알면 저 유명한 ‘빅 브라더Big Brother’라는 말을 남겨놓은 조지 오웰이 그의 소설 ‘1984’에서 한 다음과 같은 말의 덫에 빠질 수 있다.

곧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그렇다. 사람은 현대에 살고 있는 한 현대로부터 도망할 수 없다.

그래서 얼핏 생각하면 과거의 일을 주제로 삼는 역사 공부가 현대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실상 과거의 일을 말하는 역사가 실제로 알게 모르게, 유형무형의 제약을 현대로부터 받고 있다.

이것을 오웰이 꼭 찔러 말했으며, 바로 그와 같은 현상이 오늘 한국의 역사교육을 흔들어 그릇된 길로 끌어가려고 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사상이 역사학문 분야에까지 침투하여 역사를 오늘의 권력을 쥔 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나라를 왜놈에게 팔아먹었던 자들이 어느새 애국자의 탈을 쓰고 역사의 전면에 나서기도 하고, 자기만 조국 해방을 위해 해외에서 활동한 양으로 미군을 등에 업고 해방된 조국에 들어와 김구 선생을 비롯하여 숱한 다른 애국 투사들을 정적으로 몰아 죽이거나 매장한 독재자 이승만, 끝내 부정선거로 해외 추방당한 자를 되살려 건국의 아버지로 받들려는 획책, 민족과 국가를 빙자하고 애국애족이라는 감언이설로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 정권을 무너트린 친일 장교 출신 박정희 패거리를 민족중흥의 영웅들로 쳐 받드는 등의 내용을 담아 2세 국민을 세뇌하려고 하는 우익 수구세력들의 꿍꿍이 속심이 들어난 교학사 국사교과서 파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역사 왜곡의 나쁜 예이다.

권력을 손아귀에 쥐었다고 해서 일시적으로 저들의 입맛대로 국사 교과서를 왜곡 편집해서 강제 사용하도록 한다 해도 사실史實은 사실事實대로 남아 있어 언젠가는 반드시 올바르게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정사를 왜곡한 자들은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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