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선 신 / 광양국악사랑모임회장

어느 고장, 어느 도시라도 그 나름의 자랑거리가 있다. 나는 내가 나고 자란 고흥군의 남쪽에 붙어 있는 작은 섬 거금도가 고향이다.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에 꼽히는 크기라는 데 섬 한 복판에 우뚝 솟은 적대봉(593m)은 바다에 떠있는 고래의 등을 방불케 한다. 며칠 전 한 음식점에서 우연히 방 한쪽에 쌓인 청정해역 거금도 산 미역이라는 상표가 붙은 상자가 눈에 띠여서 마치 고향집에 온 것 같은 반가움을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고향이란 그런 것인가! 이제는 이 광양이 나의 제2의 고향이다. 광양에서 난 두 아들 중 큰 애가 판소리를 잘해서 차세대 명창 칭호를 받으며 고려대학교에서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초대국립창극단 단장을 역임한 판소리 대가 동초 김연수 선생이 다른 곳 아닌 거금도 우리마을 출신이니 내 아들이 어미의 고향과, 이곳 백운산 정기를 아울러 받았음인가 싶어서 마음 뿌듯하다.

광양을 말하려다 거금도 자랑으로 글머리를 채워 민망하나, 이제 나의 제2고향 광양에 대해 이야기를 하련다. 광양은 예부터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이름이 높다. 그것은 조선조의 숭앙받은 박문수 암행어사가 영조대왕께 아뢰었다는 고사가 증명하고 있어, 그것이 이 고장의 자랑이기도 하다. 즉 박 어사에게 경이 조선 팔도에서 어디가 사람살기 가장 좋더냐고 하문하자 서슴지 않고 “조선지 전라도요, 전라도지 광양(朝鮮之 全羅道, 全羅道之 光陽)입니다”라 아뢰었다는 것이다. 나도 이제는 앞으로 박 어사의 말을 좇아 사람살기 으뜸인 이곳 광양에서 살으리랐다를 부르며 살려한다.

우리 광양은 지리적으로 겨레의 영봉 백두산이 남으로 뻗은 백두대간이 멈춘 해발 1222m인 백운산이 북방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영호남을 양편에 두고 멀리 전라북도 진안 팔공산의 데미샘에서 발원한 청정한 물줄기가 530리(2123km)를 달리면서 양안 영호남의 물 기운을 모아 이곳 광양만으로 쏟아져 넘쳐 태평양으로 합류한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바다를 기점 삼아 멀리 해외로 뻗어나가야 할 운명의 총아로 탄생한 고장이란 것임을 지정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

광양은 이름이 밝혀주듯이 태양 에너지를 그 어느 곳보다 풍성히 받은 땅이다. 이름 그대로 ‘선샤인 시티(Sunshine City)’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한 환경에서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화로이 삶을 즐기고 살아가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보금자리이다. 광양만 근 원해에 이웃한 여수, 순천,고흥,구례, 경남, 남해, 하동, 등지와 더불어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신 산업지대 수산물의 보물창고이다. 특히 광양만은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의 기항이 가능하여 해외진출의 문호가 활짝 열려 있는 한국 제2의 항구이다. 따라서 광양 항과 더불어 컨테이너 부두도가 중요한 물류기지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물산 또한 풍부하다. 전어, 은어, 재첩, 굴, 김(한국 해조류의 으뜸인 김은 이 고장이 시식지이다) 등 해산물과, 산지에서는 매실, 밤, 감, 배 등 과일 등이 풍부하며, 곡류와 더불어 채소도 다량 생산되어 가히 자급자족의 고장이라 해도 잘못된 말이 아닐 성 싶다. 예부터 전해 오는 토양 음식을 자료로 한 이 고장의 특색 요리 또한 자랑거리에서 빼 놓을 수 없다. 김요리, 한우 고기의 숯불구이, 전어 회 등 매우 풍부하다. 또한 이 고장의 자랑은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posco광양제철소가 자리 잡고 있으며, 서쪽에는 광양항만자유무역구역이 있어 해외자본유치에도 호조건을 갖고 있다.

흔히 사람들이 이 광양을 문화의 불모지라고도 말하고, 관광 자원이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말에 찬동할 수 없다. 문화란 무엇이며, 관광이란 어떤 것인가를 여기서 논하려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전에 지면(시민신문 10월 7일자)을 통해 우리 광양시의 진산 백운산하 옥룡면 추산리 일대의 옥룡사지를 중심으로 그 근린 일대를 총망라한 ‘백운문화제’를 창설하여 시민과 문화예술인이 한 마음이 되어서 즐기는 축제의 마당을 이룩해서 향토문화 진흥과 관광자원 개발에 힘쓰자는 제언을 한 바가 있어 그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간략하게 말하면 이 고장에는 역사적인 유적, 유물이 가는 곳마다 있으며, 옥룡사에서 석장을 멈추었던 도선 국사의 유적만을 보더라도 세계적인 풍수학설의 창시자로서의 명성에 비춰 (가칭)‘도선국사 풍수관’을 건립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백운산 일대의 명승지와 고적지를 총망라하면 그야말로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풍수설’을 한낫 미신으로 칠 것이 아니다 최근 인구에 회자하는 친환경사상의 원조가 바로 그것 아닐까하는 것이 나의 짧은 소견이다. 우리가 가진 무궁무진한 자원을 썩히지 말고 훌륭히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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