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막을 내린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받아 광양에도 축구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16강 좌절로 인해 자칫 축구 열기가 시들어질 수 있었으나 지난 7월 5일 시작된 K-리그 후반기 경기에서 홈 팀인 전남드래곤즈가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남은 7월 5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2대 0으로 앞서가다 2대 2로 비기며 다소 아쉬운 시작을 보였으나 이후 9일 벌어진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이종호의 멀티골을 앞세워 3대 1로 대파, 12일 열린 상주와의 원정경기에서 2대 1로 격파, 19일 성남과의 홈경기에서는 2대 0으로 파죽의 3연승을 질주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아쉽게도 지난 23일 열린 제주와의 원정경기에서 0대 2 패배로 3연승이 마감되며 주춤했지만 전남의 후반기 성적은 3승 1무 1패로 승점 30점을 획득해 K-리그 12개 구단 중 4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1위인 포항 스틸러스와는 불과 승점 4점 차이에 불과하다.

달라진 전남

지난 시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남은 지난 시즌까지 강등을 걱정하는 입장이었다. 2012년 하석주 감독 부임 이후 선수 수급의 어려움으로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강등권 탈출을 노려야했다. 선수층이 얇은데다 경험 없는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줄 선수들이 부족하다보니 1부 리그 잔류에도 큰 어려움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1부 리그 잔류라는 큰 숙제를 풀어내고 올 시즌에 돌입한 전남은 상반기를 4위로 마감하고 후반기에도 좋은 성적을 내며 4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무엇이 강등권에서 허우적대는 전남을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의 영입이다.

특히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선수 중 현영민 선수와 스테보 선수의 활약은 주목할만하다.

현영민 선수(1979년생, DF)는 수비력 강화를 위해 하석주 감독이 직접 나서 영입을 추진할 정도로 하 감독이 원하는 선수였다.

현영민 선수는 경희고 건국대를 거쳐 2002년 울산을 통해 프로에 데뷔해 서울과 성남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올 시즌을 제외하고 316경기에 출전해 8골 44도움을 기록한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로 수비에서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전남의 수비력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스테보 선수는 전남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던 득점력을 보완해 주는 전남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10위에 머문 전남은 38경기에서 34골 밖에 골을 넣지 못해 지긋지긋한 골 가뭄에 시달리며 14개 팀 중 득점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석주 감독은 작년 신바람축구를 예고하며 야심차게 지난 시즌에 임했지만 부진한 골 득점력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쑤였다.

이러한 전남에게 스테보의 영입은 가뭄의 단비 같은 기회가 됐다. 비록 올 시즌 4골 3도움을 기록 중이지만 그의 진가는 공격 포인트로만 평가할 수 없다.

지난 6시즌 동안 K리그에서 전북, 포항, 수원에서 특급 공격수로 활약하며 142경기에 출전해 57골, 21도움을 기록한 스테보는 우월한 체격을 앞세운 몸싸움 능력과 제공권 장악으로 수비를 집중시킨다. 그 결과 다른 공격수들에게도 기회가 열리게 돼 전남의 득점력이 높아짐에 따라 경기장을 찾는 팬들로부터 경기가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선수 탄생 예고

‘광양 루니’ 이종호의 활약도 돋보이고 있다. 뛰어난 자리선정과 골 결정력으로 현재 9골을 기록,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8골), 김신욱(울산 현대, 7골), 이동국(전북 현대, 7골) 등 기존의 최고 골잡이들을 제치고 득점 선두에 올라 있다. 이종호 선수의 활약은 팀의 상위권 성적 유지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의미에서 스타선수부재라는 전남의 아킬레스건을 극복하는 희망의 존재이기도 하다.

스타선수의 존재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전남은 K-리그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골키퍼 김병지 선수를 데리고 있었지만 뚜렷한 젊은 스타급 선수들이 없었다. 이번 월드컵에도 전남 선수들은 대표팀 엔트리에 한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월드컵 태극용사들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득점 선두를 달리는 이종호 선수가 올 9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 축구팀 선출이 유력해지면서 뛰어난 활약으로 전남을 대표하는 스타급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만 하다.

경기장 찾는 관중 2배 늘어

이처럼 전남은 팀 리빌딩을 통해 모든 포지션마다 고참 선수들을 포진시키고 신ㆍ구선수와 국내ㆍ외국인들의 조화, 선수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무서운 팀으로 급부상했다.

전남이 성적뿐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이자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지난 시즌 평균관중 2,278명에 비해 올 시즌 7월까지의 평균관중은 4,128명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러한 결과는 전남의 골 가뭄 해소와 좋은 성적의 이유도 있지만 월드컵 휴식기 동안 팬 스킨십 마케팅을 통해 성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팬들과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도 있다.

전남은 휴식기동안 관내 초ㆍ중ㆍ고등학교와 중마노인복지관 등을 찾아 배식봉사와 팬 사인회를 실시했으며, 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장애인들과 한화 아쿠아플라넷여수를 찾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전남은 광영상공인연합회와 동광양상공인연합회 등 관내 여러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광양 지역 상권 활성화를 통해 상생 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전남의 노력들이 관심이 떠난 팬들이 다시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8월이 승부처

돌풍을 일으키며 잘 나가는 전남이 상위권 유지를 위해서는 8월이 고비다.

8월 3일부터 3일 간격으로 리그 강호들과의 대결이 예정돼 있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은 전남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석주 감독은 “주전 선수들이 3일 간격으로 경기를 소화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다”며, “한 경기 정도는 그동안 안 뛰었던 선수를 대거 투입하는 등의 초강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전북 원정을 시작으로 6일 인천 홈경기, 9일 울선 원정을 치루는 전남은 전북과의 경기에서 2011년 3월 6일 1대 0 승리 이후 8경기에서 3무 5패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징크스가 있는데다 전북이 최근 7경기에서 5승 2무로 상승세를 타고 있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최하위에 있는 인천과는 2012년 10월 21일 이후 5경기에서 5무를 기록하며 무승부 징크스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울산 원정 역시 만만치 않다. 전남은 3월 26일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며 6연패를 끊었으나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보여준 김신욱이 건재한 울산의 안방인 만큼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울산과의 경기 이후에는 17일 수원과의 홈경기, 24일 부산 원정, 31일 전북과의 홈경기 일정이 남아있다.

8월 15일경 인천아시안게임 엔트리가 확정된다. 전남에서는 뛰어난 골감각으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종호 선수, 프로 첫해부터 맹활약을 보이고 있는 안용우, 터프한 플레이로 전남 중원을 압도하는 김영욱 등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전남의 전력에 큰 손실이 예상된다. 타 구단처럼 전역해서 복귀하는 선수들도 없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전력 보강이 없었기 때문에 마이너스 요인만 생기게 된 것이다.

하 감독은 “8월에 6경기가 몰려 있는데다 더운 날씨로 인한 체력적인 문제가 걱정이다. 8월을 잘 넘긴다면 올 시즌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1위부터 최하위 팀까지 결코 쉬운 팀들이 없고 아시안게임 선수 착출로 전력누수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수들이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준비가 잘 된 선수 등 선수기용에 대한 많은 고민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리그 4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전남의 하석주 감독. 그는 인터뷰를 통해 “당장의 우승보다는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꾸준한 중상위권 유지 목표

하 감독은 “기존에 세운 목표인 리그 6위를 넘어서 4위를 기록하고 있어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우승을 노리는게 당연하지만 지금 당장의 우승보다 전남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신나고 재미있는 경기를 통해 평균 6~7천명의 관중이 전남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팬스킨십마케팅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생각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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