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가 해외에 처음으로 건설한 일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포스코 공장에서 제강공정을 거친 슬래브가 생산되어 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 중 150만톤의 슬래브 제품은 현지 철강사에 공급되고 있다.

 

조강능력 300만톤…슬래브와 후판재 생산해 현지 철강사와 조선소 등에 공급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 미완의 대국’. 300개의 종족과 250개의 언어를 가진 인도네시아를 유럽인들은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2억8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최대의 이슬람국가이긴 하지만 이 나라는 이슬람과 기독교, 불교, 천주교, 힌두교가 공존하는 다종교국가이다.

자원부국으로 알려진 나라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한 1300만명 정도의 화교들이 전체 국가경제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빈부의 격차가 심한 나라이다. 인도네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 3500불 중 화교들의 국민소득은 8만불에 달하고, 현지 인도네시아인들의 소득은 1천불 미만이라는 통계는 얼마나 부가 화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100㎞ 떨어진 찔레곤(Cilegon)시는 동남아시아 유일의 일관제철소가 있는 철강도시이다. 지난 해 광양시와 국제 자매도시협약을 체결한 찔레곤에는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Krakatua Steel)과 손잡고 설립한 연산 300만톤 규모의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포스코(PT. KRAKATAU POSCO)가 위치해 있다.

지난 2008년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간 기본합의에 따라 추진된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은 포스코와 크라카타우스틸의 합작으로 2010년 8월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PT.KP)을 설립한데 이어 이해 10월부터 부지조성 공사가, 이듬해 7월부터 본공사가 시작됐다.

2013년 12월 23일 1단계 연산 300만톤 규모의 제철소를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간 크라카타우포스코(대표 민경준)는 지난 해 5월 전 공정이 정상조업에 돌입했다.

현재 이 제철소에서는 연간 철강제품의 원자재가 되는 슬래브 150만톤과 건설·조선용으로 쓰이는 후판 15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300만톤의 조강은 포스코가 매년 광양과 포항에서 3,800만톤 가량의 쇳물을 뽑아내고 제품을 만드는 것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매년 10%씩 증가하는 철강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수입으로 철강소비의 60%를 해결해오던 인도네시아에서는 적지 않은 양이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준공 이후 인도네시아의 철강 생산 능력은 단번에 43%가 향상됐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중 인도네시아는 약 2억 8천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로 이 중 20대 미만 인구가 1억7천만명에 달할 정도로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이다. 350여년 동안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는 일본에 의해 네덜란드의 지배를 벗어났고, 초대 수카르노가 친일파여서 일본 기업들이 일찍부터 기반을 잡고 있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 포스코의 일관제철소가 건설된 것이다. 자신들의 안마당처럼 여기던 인도네시아에 일본 기업들이 일관제철소를 건설하지 않은 것은 그 만큼 해외 일관제철소 건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크라카타우포스코 민경준 사장은 “무더운 날씨와 느긋한 현지인들을 독려해 공기를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았다”며, “건설 당시 제철소가 계획대로 건설될 것이라고 생각한 현지인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 인도네시아의 자바섬 찔레곤시에 있는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정문. 동남아시아 최초의 일관재철소인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의 합작으로 건립됐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한국의 발전된 철강 기술력을 해외에서 실현시킨 첫 사례이다. 포항제철소를 지을 때만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철강사’ 1위 자리를 5년째 유지하는 글로벌 철강사가 됐다.

연산 300만톤의 조강능력을 가진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는 150만톤은 슬래브로, 150만톤은 후판으로 생산한다. 슬래브 제품은 합작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구나완(Gunawan)과 같은 인도네시아 현지 철강사들이 주로 사간다. 품질이 좋은 슬래브를 집어 넣어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슬래브는 인기가 좋다고 한다.

후판 제품 역시 인도네시아 중공업 회사인 찌트라 조선(Citra Shipyard)과 한국계 기업인 코린도 중공업(Korindo)을 포함, 세계적 중공업 회사인 캐터필라(Caterpillar)의 현지 법인과 같이 납기와 품질에 민감한 외국계 회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의 60~70%는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고 나머지는 인접 국가로 수출된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이재헌 수출부장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를 잇는 동남아 철강벨트의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향후 3년 내에 품질 및 납기 수준을 본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라카타우포스코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고 반년 만에 안정 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던 데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귀국한 현지 엔지니어들과 한국에서 파견된 베테랑 기술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총 직원 2,360명 중 58명의 포스코 주재원과 조업 관리와 기술 전수를 위해 한시적으로 머무르고 있는 120여명의 글로벌엔지니어 및 기술컨설턴트를 제외한 2,180여명이 모두 현지인이다.

포스코는 착공 이후인 2011년부터 현지채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도있는 직무 교육을 진행해왔다. 2012년에는 현지 채용된 신입 엔지니어 550명이 7차에 걸쳐 포항 및 광양제철소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귀국했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 현장에서는 포스코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100여명의 철강 전문가로부터 고로 조업 경험이 전무한 현지 직원들에게 전문적인 기술과 현장 관리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한편,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제철소 인근 마을 학교에서 ‘스꼴라 아식(Sekolah Asik·즐거운 학교)’이라는 슬로건 아래 교육환경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교육 인프라 개선 △교사 교육스킬 향상 △학생 자발적 참여 △크라카타우포스코 임직원 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환경 개선활동은 지역민의 자발적인 자립의지 강화는 물론,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이 생소한 인니 현지에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포스코의 상생문화를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제철소 인근 지역은 작은 농·어촌 마을로, 일부 낙후된 지역의 학교 교실에는 책걸상이 없어 바닥에서 수업을 하고 화장실이 없어 인근 주택까지 가서 볼일을 보고 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에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책걸상 등 교육기자재를 공급하고 화장실·도서실 등 시설물을 건립해 학생들에게 쾌적한 교육환경을 제공했다.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획득해가고 있는 민경준 사장은 “처음 인근 초등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컴퓨터를 준비해 방문했는데 깜짝 놀랐다”고 초창기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학교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없고, 책걸상이 없어 컴퓨터를 놓을 공간도 없었으며, 운동장도 없었다는 것,

민 사장은 “지역사회 공헌활동 중 가장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업은 종교시설에 대한 지원”이라며, “주민들이 정이 많아 회사에서 지원을 받으면 고구마를 삶아오는 등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전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동남아 철강시장의 교두보 확보는 물론, 포스코의 기업문화를 현지에 확산시키고 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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