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임금인상 요구 거세게 일어 인건비 급속도로 상승…열악한 물류 인프라도 부담

▲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기업의 맏형격인 코린도그룹의 제지공장은 유럽 등지에서 수입한 재활용 폐지를 활용해 신문용지를 생산하고 있다.
1969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인 기업인 코린도그룹(회장 송은호)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국기업으로 꼽힌다.

직원 수 3만여명인 코린도 그룹은 핵심사업인 자원사업분야와 제지 및 중공업, 금융, 부동산, 화학, 물류 등 3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코린도그룹의 시작은 산림자원개발이었다. 1969년 인도네시아 동부 칼리만탄 발리팍판에 진출한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 한인회와 한인상공회의소의 설립과 안정화에 기여하면서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발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코린도는 1990년대까지 산림 부문에 주력했으며, 최근엔 팡칼란분의 산업조림과 파푸아에서의 팜오일 플랜테이션을 중심으로 채취산업형 자원 개발 기업에서 녹색경영을 강조하는 농복합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린도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한인 기업으로 1980년대 이래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수많은 한국 기업에 현지화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맏형으로서 역할을 꾸준히 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카르에서 남동쪽으로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코린도그룹의 제지사업부 아스펙사업장(고재웅 전무)은 90ha의 부지에 공장건물면적만 16.3ha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연간 42만톤의 신문용지와 인쇄용지를 생산하는데, 제지의 원료는 100% 재활용 폐지이다. 이곳 제지공장에서 사용되는 재활용폐지는 유럽에서 50%정도를 수입해 오고, 미국에서 20%를, 호주에서 10%를 수입해 사용한다. 버려진 폐지를 활용해 신문용지를 만드는 것이다.

코린도 그룹의 제지공장은 1983년 연산 9만톤 생산규모의 1호기가 준공되었으며, 2호기가 1989년에, 3호기가 1995년에 준공되었다. 장치산업으로 분류되는 제지공장 건설에는 4억3천만불의 사업비가 투자되었다고 한다.

1호기 가동 당시 생산제품은 90%가 내수용이었고, 10%를 수출했으나 3호기가 본격 가동된 1996년에는 내수가 40%, 수출이 60%로 늘어났다. 그러다 1998년 IMF로 인도네시아 경제가 침체되면서 코린도그룹 제지공장의 생산제품은 16%만 인도네시아 내수로 소비되고, 생산량의 84%를 말레이시아와 홍콩, 대만, 호주 등지로 수출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인도네시아 내수경제가 살아나면서 57%가 내수용으로, 43%가 수출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산업인프라는 원자재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자카르타에서 코린도그룹의 제지공장을 찾아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좁은 2차선도로가 계속 이어졌으며, 일부 구간은 포장도 되지 않았다.

이러한 열악한 도로를 각종 차량과 오토바이가 엉켜 지나고 있는데, 산업도로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아스펙사업장의 문성호 품질 관리팀장은 “야간시간대를 이용해 수송을 하고 있지만, 물류비가 많이 든다”며, “현지인력을 우선 채용하고 있지만, 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이 많아 기술수준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스펙사업장에는 1300여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최근 인건비가 급속도로 오르면서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고재웅 전무는 “달러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3-4 년 사이에 루피아 기준으로 인건비가 거의 두 배 올랐다”고 소개했다.

제지공장은 물을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폐수발생도 많다.

아스펙사업장에서는 1일 약3만톤의 공업용수를 사용하는데, 5만5천톤 처리규모의 폐수처리장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환경관리를 엄격히 하지는 않아도 철저히 하고 있다는 것이 공장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폐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는 소각로에서 소각 처리하는데, 소각로의 소각열을 이용한 발전시설도 가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행정당국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고재웅 전무는 “공무원들의 의식수준은 우리나라 70-80년대의 수준을 생각하면 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 현지인 직원들의 퇴근 모습
코린도그룹의 성공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철저한 현지화이다.

아스펙사업장 역시 인근지역 주민들과의 유대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고재웅 전무는 “공장 인근 밀림에 오랑우탄이 사는데 보호활동을 하고 있으며, 공장 인근지역 빈민층 구제 및 하천정화활동 등을 벌여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스펙사업장은 공장내에 현지인 식당을 운영하여 직원들에게 영양가 높은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사내 클리닉에 24시간 간호사를 상주시키고 있다.

또, 공장 내에 테니스장과 배드민턴장, 족구장, 배구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회교사원과 교회, 성당을 설치해 두고 있다.

직원 자녀들 중 초중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우수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으며, 인근 학교의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도 지원해 오고 있다.

또, 1800가구에 달하는 인근의 빈민층 가정에 매년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아스펙사업장에서 생산된 신문용지는 한때 한국으로도 수출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동남아지역이 주요 수출지역이라고 한다.

한국계로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인 코린도그룹의 출발은 합판공장이었으나, 주력사업은 자원개발이다.

합판사업과 팜유 생산 등 자원을 이용한 사업이 주력사업이고, 중공업분야에서는 풍력발전기용 철골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1조원 정도이다.

고재웅 전무는 “종업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은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서 결정하는데, 2년 전부터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많아 임금이 급속하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임금인상 시위가 한국과 다른 점은 임금인상을 위한 협상과정 없이 데모부터 한다는 것.

“최저임금이 월 30만원 정도로 정해져 있는데, 3교대를 하다 보니 종업원의 급여는 월 60만원 정도 합니다. 회사가 오래되다 보니 임금이 더 많고, 24시간 가동하는 회사의 특성상 잔업이 많이 발생합니다. 휴일근무자의 경우 통상임금의 네 배까지 받아가지요.”

매사 서두르고, 빨리 빨리 하는 것이 없는 느긋한 현지인의 특성 때문에 안전사고는 적다고 한다. 그렇지만, 종업원들의 지각이 많고, 시간개념이 없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초창기에는 월급을 받으면 다음 날은 안나오는 식의 근무형태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고 전무의 전언이다.

펄프자원의 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재활용폐지를 이용한 제지공장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 고재웅 전무는 “신문용지는 침엽수로 만들어야 하는데, 인도네시아에는 그런 나무가 없다. 신문용지 생산에는 북유럽이나 러시아산 나무가 적합한데, 그런 측면에서 폐지를 활용한 생산이 훨씬 나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자원개발의 개척자, 지구환경보존의 조력자, 차세대 자원의 개발자를 자임하고 있는 코린도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 갈 미래가 기대된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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