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 완주군

대규모 소비시장 배후두고 국내 첫 로컬푸드 직매장 개장

직매장 개장 앞서 꾸러미 사업 도입하고 마을기업 활성화

민관 중간조직 설치해 귀농 귀촌교육, 마을기업 육성 지원

 

 

전북 완주군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컬푸드 매장을 개장해 성공모델을 구축한 지역이다.

국내 로컬푸드 매장 1호점은 완주군 용진농협이 지난 2012년 4월 개장한 용진직매장이다. 완주군이 2억5천만원을 지원하고, 용진농협이 3억2천만원을 투자해 개설한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많은 우려 속에 문을 열었지만, 개장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전국 최초의 로컬푸드 1일 유통 직매장으로 개설된 용진농협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주라는 대규모 소비시장을 지근거리에 두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전주의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불과 1㎞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용진농협 직매장은 개장 첫해 4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다음 해에는 95억원으로 매출이 늘어났고, 지난 해에는 10월말 기준으로 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완주군의 로컬푸드 운동이 직매장 개설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완주군은 이미 2010년 7월, 조직개편을 통해 농촌활력과에 로컬푸드팀을 신설하고 로컬푸드 업무와 학교급식, 농업 6차산업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농촌활력과는 현재는 농업농촌정책과로 명칭이 변경됐다.

완주군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로컬푸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이끌던 희망제작소와 완주군의 인연으로 시작된다.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시장은 완주군에 마을 만들기 지원조직의 설치를 제안했다. 사회적 경제를 영위하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서는 커뮤니티 비지니스가 필요하고,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중간 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박원순 시장의 제안에 따라 완주군은 이해 말 관련 용역을 희망제작소에 의뢰했고, 용역결과를 토대로 2009년 관련 조례를 제정해 이듬해 6월 폐교된 초등학교 시설을 리모델링해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를 설치했다.

대외적인 명칭이 ‘완주공동체지원센터’로 불리는 이 센터는 재단법인 형태로 출범해 귀농 귀촌자 교육과 마을만들기, 마을기업 설립과 같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성화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의 지원으로 완주군 전역에는 공동 두레농장이 설치되는 등 100여개의 마을기업이 생겨났으며, 로컬푸드 운동의 시초라 할 ‘건강밥상 꾸러미 사업’이 2010년 10월부터 시작됐다.

140명의 농민이 참여해 결성된 꾸러미밥상은 1년 공급계획을 수립하고, 매주 유정란, 두부, 콩나물, 채소와 과일 등 10~12개 품목의 농산물을 택배로 공급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의 판로가 새롭게 확보된 것이다.

꾸러미 밥상 사업은 주1회 소비자 가구에 제철 먹거리를 꾸러미로 보내는 사업이다.

꾸러미 사업의 활성화에 힘입어 완주군은 지역 소농의 안정적인 판로확보와 불합리한 유통체계 개선을 위해 로컬푸드 1일 유통 직매장 개설에 나서게 되고, 용진농협의 직매장이 개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로컬푸드 운동의 형태

 

 

로컬푸드 운동은 처음 유럽에서 시작됐다. 로컬푸드 운동이 시작된 배경은 지구환경 보호 차원에서 먹거리 운송에 소요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서구의 이러한 로컬푸드 운동은 일본으로 도입되면서 약간의 변형을 겪게 된다. 일본의 로컬푸드 운동의 초점은 지역 농민의 보호에 맞춰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는 무인판매대 등이 많다고 한다. 농민이 일정한 장소에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과 작은 상자를 놓아두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알아서 상자에 돈을 넣어두고 물건을 가져가는 것과 같은 판매방식이 이뤄진다는 것.

완주군이 로컬푸드 매장을 개설하면서 모델로 삼은 것은 일본의 로컬푸드 매장과 같은 개념이지만 이 역시 변형이 이뤄진다.

“유럽의 로컬푸드 개념에 일본의 수익창출 모델을 가져와 업그레이드한 완주형 로컬푸드 매장을 만들었다”는 것이 완주공동체 지원센터 손수일 연구원의 설명이다.

완주의 로컬푸드 성공모델은 국내 로컬푸드 운동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손수일 연구원은 “완주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하면 다 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흉내내기가 안되는 이유는 지역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손 연구원은 로컬 직매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소비시장이 확보돼야 하고, 품목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 500개 이상의 품목을 비치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약 잔류검사 등을 수시로 실시해 농산물의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며, 사회적 경제 개념에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경제 체제하에서는 생산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대농이 로컬매장에서 판매하고, 판매자가 수익금을 많이 챙기는 ‘장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판매자들 역시 사회적 경제 체제의 구성원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로컬 직매장의 운영자는 지역 농가에 다품종 소량생산을 적극 권장해 다양한 먹거리가 지역에서 생산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라 해서 원거리에 위치한 대농에게서 구입한 먹거리를 판매하면서 로컬이라고 우겨서는 안된다는 것.

로컬매장의 기본은 지역 농민들이 다양한 품목을 만들어 지역 농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생산지가 멀어지면 유통비가 많이 들고, 결국 유통업이 개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컬푸드 하면 일반적으로 로컬직매장을 떠올리지만, 이는 로컬푸드 운동의 한 형태일 뿐이다. 결국 지역 농산물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운동은 꾸러미 사업으로부터 시작했다. 주변에 대규모 소비지가 없다면 로컬푸드 운동의 시작은 꾸러미사업으로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형태는 농가레스토랑이다. 농가레스토랑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만을 식재료로 하여 운영되는 레스토랑을 말한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지역의 경우 지역 먹거리 직매장을 설치해 운영하면서 바로 옆 식당에서는 중국산 먹거리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인데 지역내 식당에서부터 지역 먹거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로컬푸드 운동의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먹거리를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해 먹거리 체험이 하나의 지역 브랜드가 되도록 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직매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역 농산물 소비를 위한 보다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교육도 중요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할 수 있는 생산자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농업인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농가는 자신의 생산물에 스스로 가격을 정하고, 포장과 라벨링, 진열까지 해야 하며, 운영자는 단순히 판매만 한다. 당일 유통 품목의 경우 재고가 남으면 농가 스스로 이를 회수해 처리해야 한다. 고령의 농민들이 이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로컬 직매장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스스로 하도록 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대행해 줄 수 있는 직업군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자 교육 못지않게 소비자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교육의 주체는 로컬 직매장을 운영하는 측에서 맡아야 한다. 로컬운동의 모든 과정은 농민을 위해 하는 것이고, 그 이익은 농업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운영자가 실적을 남기는 것에 급급한 순간 로컬의 취지는 사라진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소비자 교육은 팸투어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접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해 줄 필요도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망기 기자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