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연고 스포츠구단과 지역사회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일까? 광양에는 포스코를 모기업으로 하는 프로축구 구단이 지난 1994년 창단되어 20여년이 넘도록 활동해 오고 있다. 지역을 연고로 하는 스포츠구단은 단순히 스포츠를 넘어 지역사회를 하나로 엮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축구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한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것은 스포츠가 지닌 또 다른 마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광양을 연고로 하는 전남드래곤즈는 광양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전남 구단은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구단인가, 아니면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며 지역내 섬처럼 존재하는 구단일까? 광양만신문은 전남드래곤즈 구단이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해오고 있으며, 지역과 지역연고 스포츠단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인지를 국내외 사례 취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94년 12월 16일.

전남 드래곤즈 축구단이 프로축구의 수혜를 받지 못하던 광양, 순천, 여수 등 전라남도 지역을 연고를 하는 국내 최초의 순수한 지역연고제를 도입하며 국내 8번째 프로축구단으로 창단됐다.

전남 드래곤즈는 창단 첫해부터 지역에 빠르게 스며들고자 전남드래곤즈기 조기축구대회와 학원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연고지역 초중고 축구부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그 결과 드래곤즈는 창단 첫 해 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의 남다른 관심과 성원, 선수들의 해보고자 하는 의지 등이 맞물려 95년 정규리그에서 한 때 2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95정규리그 득점왕, 신인왕, 베스트 11,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현재 드래곤즈 사령탑인 ‘노상래’라는 새로운 프로축구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후 정규리그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1997년, 2006년, 2007년 FA컵에서 3번이나 정상에 오르는 등 시민들의 사랑을 먹고 K리그의 명문팀으로 발돋움했다. 포스코가 광양에 프로축구팀을 창단한 것은 지역사회 환원사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축구를 매개로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광양제철소가 소재한 광양시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일 수도 있으며, 프로축구단을 통해 기업에 대한 지역민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다. 전남구단은 과연 이러한 모기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전남구단이 지역과 기업을 가깝게 만들어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좋아하는 팀’ 과 ‘우리 팀’

 

프로스포츠는 관중이 찾아야 한다. 구단은 관중이 많이 찾아야 수입이 증대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 지고, 선수들은 많은 관중을 통해 힘을 얻어 뛰어난 경기력을 펼친다.

성적이 좋고 재미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관중들이 많이 찾겠지만 그것 못지않게 프로구단의 지역화가 중요하다. 지역의 프로구단이 지역화를 통해 구단이 지역사회에 깊숙이 침투해서 지역민들에게는 ‘우리 팀’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선수들에게는 자신들도 지역의 구성원이라는 인식과 스포츠를 통해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사명감을 줄 수 있다.

팀을 ‘그냥 좋아하는’ 것과 ‘우리 팀으로 생각하는’ 것도 엄연히 다르다. 좋아하는 팀도 실망스런 결과를 보이면 좋아지지 않는 법이지만, 내가 팀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구단의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을 모두 함께 할 수 있다. 주인의식은 팬 서비스로 얻을 수 없다. 구단이 진정성과 개방성을 토대로 존재 목적에서부터 경기 운영에 이르기까지 팬을 주인으로 인정할 때 비로소 가질 수 있다.

 

 

드래곤즈의 지역밀착 마케팅

 

 

드래곤즈는 작년에 지역사회와 하나 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실시했다. 드래곤즈는 작년 후반기 경기에 유니폼 등 번호에 팬들의 사진을 넣고 유니폼을 제작하기도 했다. 선수와 팬이 하나 되어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일환으로 기존의 단순 등번호에서 벗어나 팬들의 열정과 사랑의 사진을 등 번호에 새겨 착용했던 것.

또, ‘감사나눔 희망Goal’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4 K리그 클래식 홈 20경기에서 31골을 기록해 골당 100㎏씩 3100㎏을 마련하고,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3100kg을 보태 모두 6200kg을 적립해 사랑나눔복지재단에 기부해 광양지역 홀몸노인과 저소득층에 나눠줬다.

그리고 지역의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찾아 잠재력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마스코트 철룡이는 지역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나서고 선수들은 어린 학생들과 교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철룡이는 지역 청소년의 등굣길 안전을 위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안전 보행 봉사활동을 실시하기도 했다. 등교하는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며 학생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정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팻말을 들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선수들은 자신의 재능을 통해 지역의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축구클리닉을 열어 학생들에게 스트레칭에서부터 드리블, 헤딩, 슈팅 뿐 아니라 ‘리프팅 오래하기’, ‘미니게임’ 등을 통해 학생들이 쉽게 따라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축구의 재미를 전했다.

또한, ‘스킨십 마케팅’을 통해 지역의 학교를 방문해 배식활동과 팬 사인회를 하며 학생들과 사진도 찍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전남드래곤즈 홍보팀은 “학창시절 프로축구 선수와 함께 했던 추억을 가지고 축구장을 찾았을 때 자신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땀 흘렸던 선수들이 경기장에 있을 때 더 친근하고 ‘우리 팀’, ‘우리 선수’ 라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며, “이러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드래곤즈는 전년 대비 가장 높은 관중 증가율을 보여 2014년 3,365명이었던 평균 관중이 올 시즌 13R까지 6,486명으로 92.8% 증가했다”고 밝혔다.

 

 

‘팬’이 주인이 돼야 한다.

 

 

한국의 프로 스포츠는 1980년대 초 군사정권이 기업에 압력을 넣으며 시작됐다. 민주화된 이후에도 기업은 여론을 의식해 마지못해 구단을 운영했고, 구단은 모기업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성적 그 자체를 지상 목적으로 삼았다. 모기업 입장에서 구단은 기업의 홍보 수단일 뿐이었다. 팬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기업을 위해 경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기업들의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구단에 대한 지원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단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한다.

주인이 ‘기업’ 이 아닌 ‘팬’이 돼야 하는 것이다.

“전남드래곤즈의 팬입니다. 드래곤즈를 응원하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광양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죠.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니까 나도 응원해야겠다. 이런 분위기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잡혀있었습니다. 주위에 있는 어른들도 전부 드래곤즈를 응원했구요.”

운동장에서 만난 전남의 한 팬은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연고 구단의 팬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스타 선수의 경기를 보고 매혹되는 경우도 있지만 팬심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주위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지금보다 더욱 더 지역과 밀착해 통해 지역민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훗날 그들의 자식까지 드래곤즈의 팬이 되어 드래곤즈의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김태주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