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카페리항로 개설, 항만도시의 인지도 확보 위한 첩경

대일 카페리항로, 기존 선사의 기득권에 대한 도전…호남권 수출 유통구조 바꿀 수 있어

항만은 도시와 도시, 나라와 나라,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통로다. 예로부터 항구를 통해 문화교류가 이뤄져 왔으며, 이러한 교류는 다른 세계와의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 첨단 정보통신시대라 해도 국가간의 교류에 있어 항만은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교역의 중심 역할을 항만이 수행하고 있고, 이러한 항만의 역할을 경제가 발달할수록 더욱 커지게 된다. 항만의 기능은 물류, 즉 물건의 흐름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人流), 즉 사람의 흐름이 이뤄지는 곳이 항만이다. 국내 2위의 항만인 광양항의 위상은 물류(物流) 측면에서는 맞지만, 인류 측면에서는 아니다. 광양항은 인류가 없는 항만이다. 사람의 흐름이 없는 항만은 단순한 수출입항만으로 위상을 굳힐 수는 있어도 진정한 의미의 국제항이 될 수 없다. 광양항이 진정한 국제항만이 되려면, 사람과 물건이 국경을 넘어 교류하는 항만이 되어야 한다. 인류(人流)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최근 높은 부가기치로 주목받고 있는 크루즈 선박의 모항이나 기항지를 유치하거나 국제카페리 항로를 개설해야 한다.

국제 카페리항로의 개설은 광양항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2011년 광양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항로가 개설 1년여만에 중단된 후 광양시는 오랫동안 이 항로를 운항할 새로운 선사를 물색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광양항에 인류(人流)를 유발할 항로는 개설되지 못하고 있다. 광양만신문은 광양항 카페리 항로의 개설이 광양항의 국제항만으로의 위상을 굳히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국제 카페리항로 개설 현황

 

우리나라의 카페리 항로는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중국, 일본을 주로 연결하고 있다.

카페리항로가 가장 활발하게 운항되고 있는 국내 항만은 인천이다. 중국과의 지리적 접근성,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으로 인해 인천과 중국을 연결하는 카페리항로는 9개 노선에 이른다. 인천에서는 중국의 단동, 대련, 연태와 주 3항차씩 운행하고 있으며, 영구, 진황도, 연운항, 천진과 주당 2항차가 운항하고 있다.

또, 중국의 석도와는 주 4항차가 운항하고 있으며, 청도와는 2개 선사에서 주당 6항차가 운항되고 있다.

한중항로는 평택에서도 5개 선사가 4개 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평택항에서는 중국의 위해, 영성, 연운항, 연태시를 연결하는 카페리항로가 운항되고 있는데, 위해와 영성, 연태는 주당 3항차씩 운항하고 있으며, 연운항은 2개선사가 각각 2항차씩 주당 4항차가 운항되고 있다.

또, 군산에서는 중국의 석도를 연결하는 항로가 주당 3항차 운항되고 있다.

한중 카페리항로에 비해 한일 카페리항로는 훨씬 역사가 길다.

한일카페리항로는 현재 부산과 강원도 동해항에서 취항하고 있다. 이 중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부관훼리의 경우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지난 1969년부터 취항했는데, 부산-시모노세키 항로의 취항은 부산 보다는 규모가 작은 시모노세키의 도시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산에서는 시모노세키와 후쿠오카, 오사카를 연결하는 항로가 취항하고 있다. 시모노세키와 후쿠오카는 매일 취항하고 있으며, 오사카는 주 3항차 운항하고 있다.

동해의 경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과 일본의 사카이미나토를 연결하는 DBS 크루즈가 운항되고 있다.

 

카페리항로 개설 기대효과

 

항구도시에 있어 국제 카페리항로의 개설은 도시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카페리항로 개설이 도시의 위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는 국제카페리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국내 도시들이나 인근 국가의 도시들을 살펴보면 쉬 이해할 수 있다.

항만의 부가가치는 물동량이 좌우한다. 이러한 물동량에는 화물의 흐름인 물류는 물론, 여객의 흐름인 인류(人流)도 포함된다. 특히, 국제카페리나 크루즈는 항만활성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광양항의 경우 국내 2위의 항만이자 세계 16위의 항만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여객도 유치하지 못하는 항만이다. 따라서 국제 카페리 항로 유치는 광양항이나 지역 경제적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인프라이자 공공재라 할 수 있다.

카페리는 여객과 화물을 함께 취급하는 선박이다. 일반적인 컨테이너선은 화물만 취급하지만, 카페리의 경우 화물과 여객을 동시에 취급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훨씬 크게 나타난다. 광양항이 국내 제1의 항만이라 해도 여객이 없는 화물만 취급하는 항만이다 보니 해운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인지도는 카페리항로가 운항되는 인천이나 평택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수도권에서의 지역 인지도는 세계박람회를 개최한 여수나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순천에 비해 광양은 떨어진다. 그렇지만, 광양항에 카페리 항로가 개설될 경우 그 위상은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제 카페리항로가 개설되면 연간 수 만명이 광양을 찾게 되기 때문에 항구도시로서의 광양의 인지도도 자연스레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일 카페리항로 개설의 필요성

 

카페리 항로의 개설이 도시의 위상을 바꾸어 놓은 사례로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일본의 후쿠오카와 기타큐슈를 비교하기도 한다. 후쿠오카는 큐슈 지역의 정치 및 상업, 무역의 중심지이고, 기타큐슈는 대표적인 공업도시이다. 두 도시는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큐슈 제일의 도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후쿠오카와 부산을 연결하는 카페리 항로가 개설되면서 후쿠오카는 기타큐슈와 비교가 안될 만큼 급성장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기타큐슈시도 부산~모지, 부산~고쿠라 항로를 잇따라 개설했으나 이 항로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국제 카페리 항로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항로의 연속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광양의 경우 지난 2011년, 광양~시모노세키 항로가 개설되었지만 불과 1년여만에 중단된 바 있다. 사실 국제카페리항로의 실패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속초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는 카페리항로가 1년여만에 중단되기도 했고, 여수와 후쿠오카 항로, 목포와 중국의 상해 항로가 개설되었다 중단되기도 했다. 그만큼 카페리항로가 정착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광양을 기점으로 하는 카페리 항로의 재개를 상정할 때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은 항로는 일본의 시모노세키 항로이다. 그렇지만, 광양~시모노세키 항로가 정착하려면 기존 항로와의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항로는 이미 부관훼리가 탄탄하게 기반을 잡고 운항하고 있다. 부산~시모노세키 항로의 경우 운항을 개시한지 45년이 됐다. 지난 45년동안 구축해 온 견고한 기득권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 항로의 가장 큰 장점은 화주나 여객들에게 항로유지의 신뢰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신뢰는 신속한 수송이 필요한 농수산물의 수출입화물 유치에 절대적이다. 호남권 농수산물의 대일 수출물량은 전량 부산항을 통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화물의 유통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도 광양과 일본을 연결하는 카페리 항로 개설은 시급한 숙제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남권 대일 농수산물 수출 물량이 연간 1만 TEU 정도 된다. 광양~일본 카페리항로가 개설되면 호남권은 물론 제주, 충청권 화물 유치에도 절대 우위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항로만 개설된다고 이러한 화물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로유지의 연속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업계에서는 이러한 검증 기간을 3년 정도로 보고 있다.

카페리항로 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광양시의 입장은 신중하다. 이미 한차례 실패를 경험한 탓이다. 광양시의 한 관계자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자본력과 운항능력을 갖춘 선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선사가 항로재개를 제안해 올 경우 전남도 등과 협의를 거쳐 지원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망기 기자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