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영 저태길 추진위원회 위원

 “햇볕마을 저태길”은 2015년 여름날 아침 문득 시작되었다. 우린 그 첫 시작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광양의 길 위에 덧씌워진 여러 발자국들을 찾았고 그 첫 길이 향교와 우산공원, 이균영 생가로 이어지는 “향교저태길”이다. 아이와 엄마가 손잡고 놀이와 문학을 수놓으며 걷는 이 길은 세 개의 테마로 나뉜다.

 

그 첫 번째 테마가 향교주변 교촌 마을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의 삶과 전통의 명맥을 유지해온 향교를 더 많은 사람들의 소통 공간으로 끌어내는 일이다. 여느 향교 주변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교촌은 소박한 마을이다.

두 번째 테마는 향교에서 우산공원으로 이어지는 숲길과 공원쉼터에 숲속 도서관을 만드는 일이다. 이는 오래된 숲처럼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심혈을 기울여 시민들과 함께 진행해 나가고자하는 공간이다.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더 희망찬 동시에 무거움이 큰 곳이다.

세 번째 테마는 이균영의 생가가 위치한 내우마을 길이다. 우산 아래 동천과 뜰을 굽어보며 넉넉히 자리하던 마을은 밑자락을 자르며 지나는 남해고속도로가 생기면서부터 그 넉넉함을 잃어 버렸다. 공장단지와 항만으로 산업화되기 시작한 광양의 변화와 흡사 궤적을 같이 하는 듯 보인다. 내우에서는 광양태생 문인이자 사학자인 이균영과 그의 작품을 통해 근현대의 광양의 변화와 그와 함께 소년시절부터 장년기를 함께했던 광양문인들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려한다.

우리의 계획은 어느 날 아침처럼 쉬웠다. 패기로 가득했다. 여름내 흘린 땀내에 조금의 겸손함을 충전한 우리는 오늘도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숲에서 큰 숨 한번 내쉬고 다시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사람들과 함께 길 위에 길을 수놓을 것이다. 가도 가도 길이 끝나지 않듯이 우리의 발걸음도 끝없으리라 믿는다.


* 2015“햇볕마을 저태길” 사업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공동체프로젝트 응모를 통한 광양만신문 주최의 예산과 “햇볕마을저태길추진위원회”의 주관으로 광양지역의 자원봉사단체 및 봉사자, 참여하는 시민의 손길로 만들어 갑니다.

* ‘저태’는 ‘곁에’라는 뜻의 광양지역의 방언이다. 저태길 ▶ 곁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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