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록하게

쌓아올린 모래 더미 위

깃대를 세우고

오돌오돌

걷어 올린 소매 끝에

콩알만 해진

간도 올려놓고

숨 죽여 조심조심

양손 가득

스~으읔

끌고 온 모래

 

 

기우뚱!

바람이라도 불면, 안 돼!

숨이라도 크게 쉬면, 안 돼!

아슬아슬한 깃대

이번엔 준호 차례

납작 엎드리더니

에게게게-

손가락으로 깔짝깔짝

모두가

째려 보고

흘겨 보고

성질 급한 범주

큭! 큭!

결국은 일~ 냈다

 

깃대가 드러누웠다

 

 

 

깃대세우기 놀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세시 풍속에 하나로 ‘낟가릿대’, ‘노적가릿대’, ‘볏기릿대’, ‘햇대’ 등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양해요. 정월 대보름 전날 시골 농가에서 가장 긴 장대 끝에 곡식의 이삭을 매달아 처마 밑에 세워두었는데, 이것은 그 해의 오곡이 풍성하여 노적이 마치 볏가리 대와 같이 높이 쌓이라는 의미에서 그랬다 해요. 익산 지방에서는 정월 14일에 깃대를 만들어 보름날 지붕에 바람개비 모양을 만들어 달기도 했어요. 이는 돌림병을 예방한다고 믿는 속설 때문이었어요. 현재 우리가 ‘깃대 세우기’라고 부르는 놀이는, 이러한 세시 풍속의 놀이에서 응용된 놀이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여름철 모래사장이나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즐겨하는 놀이랍니다.

 

글 김미정 / 삽화 유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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