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노세키 인공섬 부두 페리 재개돼도 당장 사용은 어려워

광양훼리 이용 선석은 사용 가능…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 보강으로 사용불편 해소

광양과 일본을 연결하는 카페리항로의 필요성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우리 도나 광양시, 여수광양항만공사 모두 항로 개설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본쪽은 카페리항로 개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기자는 광양항에 카페리항로가 개설될 경우 기항지가 될 시모노세키항을 직접 둘러보고, 시 관계자들을 만나 일본쪽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익명을 요구한 시모노세키 항만국 관계자는 “광양과 시모노세키항간의 카페리항로 재개는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항로 개설 언제든지 환영

 

그 이유로 이 관계자는 “국제항만으로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시민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모노세키항에서는 부산을 연결하는 부관훼리의 성희호와 관부훼리의 하마유호가 매일 운항되고 있으며, 중국의 쑤저우를 연결하는 상하이 시모노셰키 페리와 칭다오를 연결하는 오리엔트페리가 운항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개설된 광양~시모노세키항을 연결하는 광양훼리의 경우 시모노세키항의 기존 여객선 터미널 선석들을 이들 국제카페리선들이 전용선석으로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객선 부두 맞은 편의 화물선 부두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나마 주 3항차 중 1항차는 시모노세키항에 입항을 하지 못하고, 시모노세키항 맞은 편의 모지항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에 비하면 시모노세키항의 항만여건은 크게 개선됐다.

 

▲ 바다를 매립해 인공섬을 조성해 건설한 시모노세키시의 신하안 쵸슈 데지마의 모습, 현재 이 부두는 중고차 수출기지 역할과 함께 마산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장금상선의 컨테이너선이 주당 3항차 입항하고 있다.

인공섬 부두 ‘쵸슈 데지마’

 

일본정부와 시모노세키시는 부족한 항만시설 확충을 위해 시모노세키 항 연안 인공섬을 조성해 항만시설을 건설했다.

이렇게 조성된 인공섬이 쵸슈 데지마(長州出島, Choshu Dejima)이다.

쵸슈는 시모노세키시가 있는 야마구치 현(山口県)의 옛 지명이고, 데지마는 에도시대 막부정부가 나가사키에 설치한 일종의 자유무역지대를 일컫는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데지마는 1634년 에도 막부가 쇄국정책의 일환으로 나가사키에 건설한 인공섬으로 1641년에서 1859년 사이에 대 네덜란드 무역은 오직 이곳에서만 독점적으로 허용되었으며, 쇄국일본 시기에 서양과의 교류라는 숨통을 터놓았던 상징적인 장소이다.

초슈 데지마는 1995년도부터 시작해 전체계획 147ha중 제1기 정비를 통해 약62ha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2009년 3월 말 일부 항만시설이 개장되었는데, 부두용지 7ha를 포함 11ha의 조성이 완료되어 이용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쵸슈 데지마는 광활한 부두 배후지에 수천대의 자동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이 항구는 동아시아와의 고속 로로선이나 컨테이너선을 이용한 항로기지로 개발되었는데, 광양훼리 취항 당시 광양~시모노세키 연결 카페리선박의 전용선석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광양시에 인공섬 부두 사용 제안도

 

시모노세키시는 실제로 광양시에 항로가 개설될 경우 인공섬 부두를 선석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시모노세키시 관계자는 “광양~시모노세키항을 연결하는 카페리 항로가 중단된 후 2013년께 시모노세키와 제주를 연결하는 항로 개설이 추진됐다”며, “이에 따라 2014년 예산에 인공섬부두에 국제여객선터미널을 건립하기로 하고 의회의 승인을 얻어 관련 예산까지 확보했으나 작년 4월의 세월호 사고 이후 제주노선에 대한 논의가 중단되고, 광양훼리도 이야기가 없어 현재 인공섬은 카페리 대신 중고차와 컨테이너부두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공섬 부두에 있는 자동차들은 아프리카로 수출할 중고차”라며, “올해부터 본항지구에 입항하던 마산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장금상선의 컨테이너선이 주 3항차씩 인공섬 부두에 입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광양과 시모노세키 카페리항로 재개시 인공섬 부두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광양훼리를 바로 시작해도 인공섬 이용은 약간 어렵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 컨테이너선이 월, 수, 목요일 3회 입항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 금, 토, 일요일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주 3항차 취항시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인공섬 부두에는 CIQ 시설이나 터미널이 없기 때문에 입항은 어렵다고 봅니다. 광양노선이 재개될 경우 인공섬이 아니라 지난 번 부두를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 관계자가 말한 지난 번 부두란 2011년 당시 광양훼리가 이용하던 화물선 부두를 의미한다.

여객전용부두가 아니기 때문에 여객선이 화물선 부두에 입항하면 여러 가지 번거로운 문제가 따른다.

승객들은 자신의 소지품을 들고 계단을 이용해 배에서 하선해야 하며, 출입국절차를 거치기 위해 다시 버스로 출입국사무소까지 이동해야 한다.

버스이동 시간이야 2~3분에 불과하지만, 다시 이곳에서 출입국 수속을 밟기 위해 계단을 이용해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이러한 불편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당시에 비해 출입국장으로 이동하는 건물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섬 부두는 300m의 안벽을 확보하고 있으며, 12m의 수심으로 3만톤급 선박의 접안이 가능하다. 시모노세키시 항만국 관계자는 “안벽을 추가로 200m 더 확보할 계획이지만,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언제 건설될지는 모른다”며, “제2부두 건설시 카페리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지금 바로 이용하기는 어렵다. 카페리선이 이용하려면 여객터미널을 건설해야 하지만, 2년 전 터미널 건설예산을 확보하고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회를 설득하는데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 시모노세키항 전경 (제공- 시모노세키 항만국)

신규항로 개설은 새로운 사업기회 제공

 

새로운 항로 개설에 대한 시모노세키 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4년전 광양훼리가 취항할 때 시민들도 큰 기대를 했습니다. 새로운 항구도시와 연결하는 배가 생긴다는 것은 항만도시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무역 경제적으로도 업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도 많다고 봅니다.”

한국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항로는 일본 최초로 개설된 국제카페리항로인 부산항이다. 광양항에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새로운 항로가 취항할 경우 기득권을 갖고 있는 부관훼리나 관부훼리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된다. 오랫동안 도시 발전에 기여해 온 이 항로에 대해 시모노세키시 입장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결국 새로 개설된 항로는 기존 선사의 견제 속에 차별대우를 감내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를 전달하자 시모노세키시 관계자는 “새로운 항로가 나오면 기존 항로에 영향이 있지만 딜레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항로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기존 항로도 지켜야 하지만, 새로운 항로는 새로운 상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항로도 개발해 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카페리항로 개설시 상정할 수 있는 새로운 상업기회의 하나는 보따리상이다. 요즘은 전통적인 보따리상을 벗어난 소호무역상이 카페리항로를 중심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부관훼리를 이용하는 보따리상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보따리상들이다. 이들이 일본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들은 시모노세키 항만 인근 상가의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다. 실제, 시모노세키 역 인근 상가에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한국상품들이 집중적으로 진열되어 있다.

한국의 잡화나 소규모 농수산물이 이들 보따리상들을 통해 일본 시장에 풀리고 있다.

이러한 물품 반입에 대해 시모노세키시 관계자는 “재미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분들이 가지고 오는 물건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시모노세키시 시작부터 기여한 것이라고 봅니다. 일본과 한국 사정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입니다. 날마다 보고 있지만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카페리선을 통해 시모노세키항으로 반입되는 주요 수입품은 신선채소와 파프리카, 활어차 등 농수산물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상품은 카페리선박을 이용해야만 수출입이 가능하다. 반면 일본에서 시모노세키항을 통해 한국으로 수출되는 품목은 자동차 부품이나 정밀기계, 반도체를 만드는 기계 부품 등이 카페리선을 이용한다. 특히, 정밀기계 등의 경우 무진동차량을 이용해 보내야 하기 때문에 컨테이너선으로는 수송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 시모노세키 국제여객선 터미널 전경(제공- 시모노세키 항만국)

한국·중국에 특화된 항만

 

일본 혼슈 지역에서 시모노세키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지리적 여건 탓에 수출입화물의 대부분이 한국과 중국에 특화되어 있다.

시모노세키시 항만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시모노세키항을 이용한 수출품의 50%는 중국으로, 36.6%는 한국으로 나갔다. 또, 시모노세키항 수입물품의 55.7%는 한국제품이며, 30.6%는 중국이다. 항만 수출입물량의 80% 이상을 한국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광양~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항로 재개를 위해 광양라인이라는 회사가 설립되어 본격적인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광양라인은 정부로부터 항로개설에 따른 조건부 면허를 취득하고, 취항에 필요한 초기 자본금 확보에 성공해 선박을 물색 중이다.

광양라인이 시모노세키 취항을 추진한다면, 일본 내에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항만국 관계자는 의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항로개설 제안이 온다면 시설 사용료 감면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지원은 예산문제와 연계됩니다. 일본에서는 예산안을 지금부터 만들어 내년 3월에 의회에서 결정합니다. 광양라인이 항로를 다시 재개해 우리 항만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12월까지 예산에 반영해야 합니다. 내년에 취항한다면 광양라인 측에서 그 전에 우리 측에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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