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이 단순한 무역항이 아니라 화물과 여객이 오가는 국제항만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제카페리항로 개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카페리항로 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남도나 광양시는 물론, 여수광양항만공사 모두 깉은 입장이다. 이들 기관들은 하나같이 “건실한 선사가 나와 하루라도 빨리 카페리항로를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양항 카페리항로 개설시 기항지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는 시모노세키시 당국도 조속한 항로개설의 필요성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여기에 실제로 광양~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항로 재개를 위해 광양라인이라는 회사가 설립되어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양라인 측은 내년 2월 항로 재개를 목표로 취항준비를 하고 있으며, 초기 자본금 확보에 성공해 현재 항로에 투입할 선박물색도 거의 마무리한 단계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항로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항로개설에 따른 보조금의 문제이다. 광양라인이 전남도나 광양시로부터 항로개설 및 유지에 따른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광양시나 전남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 어떠한 협약도 체결된 바 없다. 이는 시모노세키 항만당국과 광양시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는 광양시는 선사와의 협약체결에 신중한 모습이다. 항로유지가 담보될 수 있는 사업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광양시의 기본 입장으로 읽힌다.

 

▲ 지난 9월 운항을 개시한 여수~재주항로는 광양항 카페리의 화물유치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사진은 여수 ~제주 항로에 취항한 골드스텔라호

항로재개 여건은 성숙

 

항로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광양라인 측은 항로를 다시 개설할 여건이 그 어느때보다 무르익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1년과 비교할 때 선박운항에 소요되는 경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광양라인 측의 입장이다. 카페리 운항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가 2011년의 경우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5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아베정부의 환율정책도 항로재개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11년 당시 100엔당 1500~1600원 수준이었던 환율은 현재는 1천원대 아래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환율의 변화는 여객확보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시모노세키항의 여건도 2011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당장 인공섬 부두를 활용하지 못한다 해도 2011년 광양훼리 취항 당시에 비해 카페리선의 접안 여건이나 여객들의 편의시설이 크게 개선된 것.

지난 9월부터 취항한 여수~제주항로의 개설은 화물확보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선사 측은 분석하고 있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대일 수출물량이 현재 전량 부산을 통해 나가고 있지만, 광양에서 일본을 연결하는 항로가 재개될 경우 제주지역의 대일 수출품목인 활어차 및 농수산물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로개설 첫 단추, 누가 꿸까?

 

항로개설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었다 해도 항로개설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는다. 카페리항로의 경우 항로의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화물유치는 기존 선사의 견제 등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기 수년간의 적자경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고, 그러다 보니 신규 취항항로의 경우 상당기간을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1차적인 순서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항로개설의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지만, 한 번 실패사례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선사의 재정여건이나 사업계획 내용 등이 성숙될 때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는 광양시가 주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항로개설을 위한 여건의 성숙이나 선사의 재정여건 등을 광양시가 판단하여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추진과정이라는 것.

광양시는 카페리항로 개재와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 광양라인 측에 여객 및 화물유치 계획을 포함한 세밀한 사업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조금을 지원할 경우 지원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이를 환수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광양라인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 이를 광양시가 심사해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인정해야 공모절차를 진행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항로개설은 지자체는 물론, 여수광양항만공사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송정익 마케팅 팀장은 “공사 입장에서도 항로 개설은 절실한 사업”이라며, “지자체와 달리 공사에서는 보조금 지원은 불가능하고, 화물유치 인센티브는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항로개설은 준비하고 있는 광양라인이 재정능력이나 여객 및 화물유치에 대한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가장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동해나 평택과 달리 광양항의 경우 도심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카페리 선박의 운항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횐다, 지난 2011년 광양훼리 취항당시 중마상설시장은 선박이용객들이 배에서 먹을 거리를 준비하면서 활기를 뛰기도 했다. 사진은 중마 상설시장의 모습

광양카페리 재개와 지역경제

 

카페리항로가 취항하고 있는 평택이나 동해시의 경우 이로 인한 지역경제 기여 효과에 대한 주민들이나 공무원들의 평가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동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은 “동해 지역경제에 전혀 보탬이 안된다”고 단언했으며, 평택시 관계자는 “카페리항로 취항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는 항만과 지역 상권과의 접근성에 기인한 바 크다. 군산항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항만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반면, 광양항의 경우 이들 도시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평택이나 동해시의 경우 수도권 여행사들이 모객을 독점하면서 여행 상품을 디자인하다보니 카페리 이용객들의 동선이 수도권 위주로 만들어져 단순한 관문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반면, 광양항의 경우 여객선터미널이 도심과 연접해 있고, 수도권 여행자들이 단순히 광양항을 통해 들어오거나 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도의 여행지와 연계된 관광상품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광양훼리 취항 당시 전체 이용객의 40% 정도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아침에 서울을 출발해 담양의 죽녹원이나 순천의 순천만, 낙안읍성, 여수 등 광양 인근의 관광지를 들르거나 광양의 청매실농원과 같은 광양지역 관광지를 방문한 후 승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전남도 차원에서 광양항에 개설되는 카페리항로가 관광객을 크게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또, 하루 밤을 배에서 보내야 하는 여행 특성상 관광객들이 광양의 재래시장에서 먹거리 등을 구입하면서 중마시장이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광양항 카페리항로의 재개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충분히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그리고, 항로가 재개된다면 다른 도시들처럼 카페리선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단순히 광양항을 관문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광양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상품의 개발과 대비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황망기 기자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