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실시된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을 지낸 김병원 후보가 당선됐다.
조합원 2800여명도 되지 않은 작은 시골농협의 조합장 출신이 조합원 234만명의 거대조직의 수장이 된 것이다. 오는 14일 4년 임기의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하는 김병원 당선인은 남평농협에 입사해 전무를 거쳐 3선 조합장을 역임했다. 광양만신문은 호남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민선 농협중앙회장을 배출한 나주 남평농협을 찾아 농협중앙회장을 배출한 남평농협의 저력을 들여다 보았다.
 
3명의 조합장이 37년간 이끌어
 
지난 1969년 9월 설립된 나주 남평농협(조합장 최공섭)이 위치한 나주시 남평읍은 광주와 가까운 지역적 특성으로 일제시대부터 원예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근교농업이 빨리 시작된 남평읍은 8천여명의 인구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농가의 절반 정도는 수도작을 영위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원예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남평지역의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되는 품목은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작물이 생산되고 있으며 대규모 농가가 많아 농가소득도 높은 편이다. 또, 국도 1호선이 지나고 있으며, 오래 전부터 5일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사통팔달의 교통망으로 유동인구도 많은 편이다.
남평농협의 최공섭 조합장은 “1978년 제6대 조합장으로 윤승혁 조합장이 취임하면서 전국 농협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오늘 날 남평농협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1972년 남평농협에 입사해 남평농협의 변천사를 직접 지켜 온 최공섭 조합장은 지난 해 3월 제 17대 조합장으로 취임하면서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남평농협은 지난 1978년 윤승혁 제6대 조합장에서 현재 제17대 최공섭조합장에 이르기까지 11대동안 3명의 조합장이 이끌어 왔다.
윤승혁 조합장은 6대부터 12대까지 7선의 조합장을 역임하다 지난 1999년 4월, 농협중앙회 상임감사로 당선되면서 퇴임했다.
윤 조합장이 7선 조합장을 역임하면서 선거를 치른 것은 단 2차례였다. 나머지 5번은 무투표 당선이었다.
윤 조합장에 이어 조합장직을 이어받은 인사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김병원 조합장이었다. 김 조합장이 3선 조합장을 역임하면서 선거를 치른 것은 단 한차례였다. 두 번은 무투표 당선이었다. 김 조합장에 이어 조합장 직을 이어받은 최공섭 현 조합장은 재선이지만 두 번의 선거를 무투표 당선으로 조합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전국 최고수준의 농협을 자부하는 남평농협 성공의 배경에는 지도자들에 대한 조합원들의 무한한 신뢰도 큰 역할을 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6대부터 17대까지 11대동안 단 3차례만 조합장 선거를 치르고 무투표로 지도자를 선택한 남평농협의 비결은 조합원의 농협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공섭 조합장이 오늘 날 남평농협의 기틀을 닦은 조합장으로 꼽는 윤승혁 조합장은 농촌지도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지도직 공무원 출신이었다.
윤승혁 조합장은 취임 후 농협경영을 회계기준에 맞춰 투명하게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농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윤 조합장의 이러한 농협 경영은 조합원들에게 농협이 하는 사업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냈고, 이는 농협과 조합원간 신뢰구축의 기반이 됐다. 
 
무투표 당선, 전통으로 굳어져
 
윤승혁 조합장에 이어 조합장으로 취임한 김병원 중앙회장 당선인은 전무로 윤 조합장을 보필하면서 윤 조합장의 농협에 대한 경영방침이나 생각을 이어받았다. 그러기에 김병원 당선인의 농협 경영이나 농업인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는 전임자인 윤승혁 조합장과 거의 일치했다고 한다.
김병원조합장은 조합장 당선 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도전했다. 김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도전하면서 상임이사를 맡고 있던 최공섭 현 조합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이끌어야 했다.
그리고, 최공섭 조합장은 16대 조합장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된데 이어 17대 조합장 선거에서도 무투표로 당선되며 재선을 기록했다.
조합장의 무투표 당선이 남평농협의 전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셈이다. 조합장 선거를 치를 때마다 지역이 사분오열되는 홍역을 치러야 하는 다른 지역 농협과는 확연히 다른 전통이다.
이에 대해 최공섭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농협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조합원들이 농협이 흔들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경영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출사표를 던지면 농가에서 거기로 힘을 모아주는 것 같다. 조합장에 출마한 사람의 살아온 과정이 조합원들의 신뢰를 얼마나 받았느냐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합원 맞춤형 지원사업 펼쳐
 
남평농협을 이끌고 있는 최공섭 조합장은 남평농협 경영의 최우선 원칙은 “농가의 생산기반 조성”이라고 말한다.
“농산물 가격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토양을 살려 비용을 절감하고, 단위면적당 수량을 늘려 소득을 올리는 것을 최우선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농협의 역할을 땅 살리기가 기본이라고 봅니다.”
최 조합장의 이러한 소신에 따라 남평농협은 땅 살리기를 위한 사업을 집중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토양의 특성에 대한 이론교육을 매월 실시하는 한편, 올해는 농업기술원에서 퇴직한 박사학위를 보유한 전문가를 영농상담사로 초빙했다. 이 전문가는 현장영농상담사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농가 현장을 순회하며 농장의 토양을 채취, 분석해 농가를 지도하는 농가맞춤형 컨설팅을 하게 된다.
또, 남평농협은 시설원예 농가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농가에서 저렴하게 사용하도록 자체 퇴비생산공장과 왕겨 팽연화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왕겨 팽연화 공장은 자체 미곡처리장에서 나오는 왕겨를 퇴비화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남평농협은 퇴비공장 운영에 따른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축산농가 등에서 납품받는 퇴비 원료를 반혼숙상태로 납품받아 악취로 인한 민원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반혼숙상태로 원료를 납품받을 경우 원가부담이 크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비싼 가격으로 납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이 되는 구조이다. 
조합원인 농가에 대한 지원은 어느 농협이나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평농협의 농가 지원사업은 농가의 특성에 맞춰 운영된다.
수도작과 원예농가에 대한 지원사업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것.
원예농가의 경우 토양관리에 역점을 두고 기본교육과 현장 컨설팅을 지원해 오고 있으며, 환풍기 지원, 토양개량을 위한 하우스 황토객토 지원,  황토객토 후 굴삭기로 땅 뒤집기 지원, 시설하우스 자동개폐기 설치 지원, 비닐 교체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또, 수도작 농가에 대해서는 고령의 농부들이 못자리 설치를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농협에서 벼 육묘장을 운영해 모를 농가에 공급하고 있으며, 친환경 쌀 생산을 위해 우렁이를 무상 지원해 주고 있다. 또, 수도작 농가의 비료값 절감을 위해 지난 해의 경우 비료 2억3천만원어치를 구입해 무상으로 공급해 주기도 했다.
수도작 농가의 농약살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무인헬기를 이용한 공동방제까지 농협에서 지원해 주다 보니 남평농협 조합원들은 80대 고령농부들도 별 어려움 없이 벼농사를 짓고 있다.
또, 고품종 브랜드쌀 생산을 위해 농협 자체적으로 개발한 ‘청무벼’라는 브랜드의 볍씨 종자를 농가에 보급해 ‘왕건이탐낸쌀’이라는 상표로 출하하고 있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청무벼’는 2015년산 쌀 수매시 시중가인 가마당 4만3천원보다 1만3천원이 비싼 4만6천원에 농협에서 수매해 주고 있다.
남평농협은 강을 끼고 있는 지역 특성상 사질토인 농토의 토양개량을 위해 3년에 걸쳐 전 농토에 대한 황토객토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농민은 생산 전념, 유통은 농협이
 
농협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농산물 유통이다. 남평농협은 원예농가 지원을 위해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직접 운영해 조합원들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수도권의 학교급식으로 판매해주고 있다. 또, 일반농산물은 광주 공판장, 대구, 부산 등으로 분산출하해 가격이 지지되도록 유통센터에서 공동선별을 통해 판매를 대행해주고 있다.
최공섭 조합장은 “농가에서는 판매 걱정없이 생산에 전념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농산물의 경우 농가에서 직접 공판장에 출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주시 남평읍은 딸기 주산단지이기도 한데, 남평농협은 고품질 딸기를 생산하고, 수량도 증대되도록 하기 위해 농가에 딸기 원묘 교체 지원사업을 실시해 오고 있으며, 수도작의 경우 농가 생산량을 100% 수매해 주고 있다.
지난 해부터 남평농협은 나주시와 공동사업으로 농업인 월급제를 도입했다.
농업인월급제는 나주시와 협약을 맺고, 벼 재배농민을 대상으로 가을 수확기 전까지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일정액의 돈을 월급으로 지급하면 이자비용을 나주시가 농협에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협이 지급한 월급은 각 농가가 가을 수확기 때 벼 수매자금으로 상환하게 되는데, 가을 수확기 예상 출하 벼의 60%를 미리 월급으로 나눠 지급받는 제도이다.
수도작 농가의 경우 수확기까지 소득이 없어 고정적인 소득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어 도입한 월급제는 지난 해 남평농협을 비롯한 지역내 4개 농협이 도입했는데, 올해부터는 나주시 관내 전체 농협이 다 참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농가에서는 최소 32만원부터 최대 150만원까지 농협에서 월급을 받게 된다. 
로컬푸드와 하나로마트를 통합한 파머스마켓을 지난 2000년 개장해 운영하고 있는 남평농협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도시소비자에게 택배로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공급해주는 사업이다. 
자재센터와 농기계수리센터, 미곡종합처리장, 벼자동화육묘장, 퇴비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남평농협은 주유소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대신 유류취급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조합원들에게 공급되는 면세유는 100% 농협의 유류취급소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남평농협이 주유소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조합의 강정두 상임이사는 “지역내 주유소가 13개소에 달하는데 농협이 주유소를 운영하게 될 경우 민간이 운영하는 주유소는 대부분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상생 차원에서 주유소 운영은 하지 않고 있다”고 귀뜸했다.
 
지역사회 봉사활동 활발
 
농협중앙회 광양시지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강정두 상임이사는 4년전부터 남평농협의 상임이사로 일하고 있다.
한편, 남평농협은 ‘9988봉사단’이라는 자생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부녀회장과 농협직원, 주부대학 회원 등으로 구성된 이 봉사단의 모태가 된 것은 지난 1992년부터 운영하던 남평농협 수지침봉사대였다. 매년 3~4개월씩 야간에 농부병 치료를 위해 수지침 봉사를 하던 봉사단은 2005년 ‘9988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꾸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현재는 216명의 독거노인을 223명의 봉사대원들이 보살피고 있다.
봉사단은 매주 목요일을 ‘찾아뵙는 날’로 지정 운영하고 있으며, 상반기 마지막 주 목요일은 점심대접과 목욕시켜 드리는 날로, 하반기 마지막주 목요일은 건강진단 실시하는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봉사단은 농협의 출연금과 회원들의 회비 등으로 현재 8억1천만원의 기금을 적립해 두고 있는데, 이 중 8억원의 기금은 농협이 출연한 것이다.
이 봉사단 활동을 통해 홀로 외로이 돌아가신 어르신 두분을 발견해 객지에 떨어져 사는 자식들에게 연락해 장례를 치르게 하기도 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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