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주도로 조성된 예술촌 거의 없어... 지역 예술인 창작공간 제공과 함께 지역사회와의 상생 중요해

바야흐로 컨텐츠 시대다. 스토리텔링이 강조되고, 잘 만들어진 문화관광 컨텐츠가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광양시는 컨텐츠시티를 표방하고, 기존의 자원에 새로운 컨텐츠를 접목한 문화관광 상품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광양시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사라실예술촌이 오는 6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현재 수탁운영자 선정절차가 진행 중인 광양사라실예술촌은 지난 2008년 당시 이성웅 시장의 “폐교를 활용한 예술인촌 건설을 검토하라”는 지시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마침내 7년여만에 예술촌이 결실을 맺지만 지역 내에서는 막대한 재정을 투자한 사라실예술촌이 조성 목적에 맞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광양만신문은 다른 지역의 예술촌 운영사례 등을 통해 사라실예술촌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광양시가 특별교부세 15억 원과 시비 7억 원, 22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사라실예술촌은 광양읍 사곡로 201번지 외 3필지에 위치한 옛 사곡초등학교에 조성됐다.
사곡초등학교가 위치한 광양읍 사곡리는 한때 광양경제를 견인했던 광양금광의 중심지역이었다. 이 학교는 당시 광양금광을 운영하던 하태호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건립한 학교이다. 지난 1970년 개교한 이 학교는 지난 2007년 3월 1일자로 폐교되기 전까지 광양읍 사곡리와 죽림리 주민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해왔다. 중마동과 광양읍의 중간 지역에 위치한 이 학교는 지리적으로는 도시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근 지역에 영세공원과 변전소, 생활쓰레기 매립장과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등 이른바 혐오시설로 불리는 도시 기본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이기도 하다.
1만5,420㎡의 부지와 건물 1,363.52㎡ 규모의 이 학교는 폐교 당시 철근스라브의 학교 건물에 교실 10개와 강당, 유치원, 조리실, 창고 및 2개소의 화장실을 갖추고 있었으며, 사택 1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광양시는 이 학교가 폐교되자 이듬해 8억5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학교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곳에 예술촌을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 2014년 6월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해 지난해 말 공사를 완료했다.
리모델링을 거쳐 사라실예술촌은 8개실의 창작실과 방문자 안내센터, 복합문화공간, 전시실 및 체험실 및 시립국악단 연습실을 갖추게 됐다.
광양시가 이곳에 예술촌을 조성한 것은 폐교를 활용한 예술촌 조성으로 지역예술인과 지역민들이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시민과 학생들에게 문화체험․학습의 장으로 개방하여 열린 문화공간이 되게 하는 한편, 전국 문화 예술인들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국 예술촌들은 대부분 폐교를 활용하고 있는데, 광양시가 조성한 사라실예술촌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농촌지역의 폐교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폐교재산을 교육용시설, 사회복지시설, 소득증대시설 등의 건전한 용도로 활용하도록 촉진해 평생교육 및 복지 기회를 확충하고 소득증진을 통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 제5조(대부 등에 관한 특례) ①항에서는 ‘시·도 교육감은 폐교재산을 교육용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로 활용하려는 자 또는 소득증대시설로 활용하려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주민에게는 그 폐교재산의 용도와 사용 기간을 정하여 수의계약(隨意契約)으로 대부 또는 매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④항에서는 ▲폐교재산을 전부 기부한 자(그 상속인과 그 밖의 포괄승계인을 포함한다) 또는 그 일부를 소유하고 있는 자가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폐교재산이 소재한 지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주민의 100분의 50 이상이 공동으로 폐교재산을 소득증대시설 및 공동이용시설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무상으로 대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광양지역의 폐교들은 상당 수를 광양시가 매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폐교된 봉강북교의 경우 농촌마을활성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소득사업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다압면 신원분교는 광양구례매실주식회사의 매실가공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다압면 금천분교는 광양시가 매입한 후 시민휴양소로 활용하다가 금천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따라 메아리휴양소로 변신해 지역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진상면에 소재한 황죽분교 역시 백학동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커뮤니티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또, 광양만권 HRD센터도 폐교를 활용해 운영되고 있으며, 전남도 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옥룡면의 백운학생야영장도 폐교를 재활용해 운영되고 있다.
옥곡면에 소재한 광양노인요양원도 폐교를 활용한 사례이다.
아직 뚜렷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옥룡중학교를 제외한 광양지역 대부분의 폐교들은 주민소득창출이나 교육 및 사회복지시설로 이용되고 있는데, 폐교된 사곡초등학교에 예술촌이 조성됨에 따라 지역내 최초로 문화예술공간으로 폐교를 활용하게 됐다.
예술촌의 사전적 의미는 예술인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사는 지역이다.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예술촌을 조성한 것은 단순히 지역 예술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이곳을 지역 문화예술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 때문이다. 그리고, 예술촌이 지역 문화예술을 견인하고,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국의 예술촌들은 대부분 민간 주도로 조성되고,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광양시 이기섭 문화예술팀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해 건물을 리모델링해 예술촌을 조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러기 때문에 사라실예술촌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폐교를 활용한 국내 예술촌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지역주민과의 소통과 화합이다.
폐교를 ‘우리 학교’로 생각하는 지역민들의 입장에서는 폐교의 운영주체가 ‘우리 학교’ 출신이나 ‘우리 지역’ 출신이 아닐 경우 상당한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다.
이미 수명을 다했다 해도 학교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공통의 추억의 공간이자, 별다른 문화시설이 없는 농촌지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또, 농촌지역 폐교들 대부분은 학교 건립과정에서 지역사회 주민들의 물질적 후원과 노동력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학교에 대해 갖는 정서는 각별하다.
사라실예술촌이 조성된 사곡초등학교 출신의 광양읍 본정리 고영석 이장은 “사곡초등학교는 광양금광이 한창 번성할 당시 하태호 회장이 사재를 털어 건립해 기부채납했지만 학교 건립 과정에는 지역민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말했다.
고씨의 이 말에서 폐교에 대한 인근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황망기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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