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곡초등학교에 조성된 사라실예술촌에 대해 지역사회나 문화예술계 모두 원칙적인 환영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운영방향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 사진은 개관을 기다리는 사라실예술촌 모습.
예술촌 조성 환영입장 불구 폐교로 인한 지역민 상실감 해소 대책 필요…문화예술계, “예술촌은 지역 문화예술 중심지 돼야”
 
광양시는 지난 3월 7일자로 광양시 사라실 예술촌 위탁운영자 모집을 공고했다.
광양시가 조성한 사라실예술촌은 1만4,409㎡의 부지에 건축 연면적 1,286.86㎡로 창작실 및 체험실 8실과 방문자 안내 및 판매소 1실, 전시 및 체험실 1실, 복합문화공간 1실 등 11개실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광양시가 제시한 사라실 예술촌 운영과 관련된 위탁사무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발굴․보급, ▲우수문화예술작품의 기획공연 및 전시,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공연 및 장소 제공,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사업, ▲광양시민의 학술․문화예술 행사 장소 제공, ▲그밖에 예술촌 운영에 필요한 사업 등으로 상당부분 문화재단이 수행해야 할 사무까지 포함하고 있다.
위탁운영자의 위탁범위는 ▲광양시 사라실 예술촌 관리 및 운영 전반, ▲문화시설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운영 체계수립 및 시행, ▲운영에 필요한 비품구입, 부대시설 설치 및 관리, ▲기타 시설 운영 및 관리에 필요한 제반 사항이다.
예술촌 입주 분야는 동양화, 서양화, 서예, 서각, 도예, 염색, 사진, 음악, 공예 (목공예, 한지공예, 매듭공예, 기념품 제작), 다도교실 등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위탁운영자 응모자격은 공고일 현재 광양시에 사업자등록 및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문화예술 사업을 수행하는 문화예술 관련 법인·단체·개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광양시의 이러한 위탁운영자 선정을 위한 절차는 현재진행형으로 시는 오는 5월 중 ‘사라실 예술촌 진흥위원회’를 구성하고, 수탁자 선정 심사를 거쳐 6월까지 사라실 예술촌 운영자를 선정해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개관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라실 예술촌 조성 경위
 
지난 2008년, 당시 이성웅 시장이 “폐교를 활용한 예술인촌 조성”을 지시하자 광양시는 곧바로 예술촌 조성과 관련된 지역 문화예술단체를 대상으로 입주 의견 수렴에 나섰다.
당시 광양시의 의견수렴에 응한 지역 예술단체들은 예술인촌 조성 환영 입장과 함께 예총 산하단체의 입주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듬해 8월에는 폐교된 사곡초등학교를 활용한 가칭 ‘사라실 예술촌’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성공모델에 대한 벤치마킹이 이뤄지기도 했다.
예술촌 조성은 2009년 10월, 시정조정위원회의 의결까지 거쳤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다 2012년 7월, ‘예술촌 조성 추진 자문위원회’를 열어 폐교을 활용한 예술촌 조성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방안과 운영자 및 프로그램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토론을 실시했다.
이후 광양시는 2012년 12월, 예술촌 조성 마스터 플랜 용역을 시작으로 2013년 5월에는 예술촌 조성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함으로써 본격적인 예술촌 조성에 착수했다.
한편으로는 예술촌 운영의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한 벤치마킹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2014년 1월, 장안 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 남도예술여행 등을 대상으로 벤치마킹을 실시한데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장수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 의령예술촌, 해오름예술촌,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을 방문해 운영사례를 둘러보았으며, 2015년 4월에는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진주정수예술촌, 평창 무이예술관, 상주예술촌을 방문했다.
또, 예술촌 운영방안에 대한 지역 여론 수렴을 위해 2015년 5월과 9월 2차례에 걸쳐 지역예술인과의 간담회를 개최한데 이어 10월에는 지역민(사라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러한 준비 과정 속에 2015년 10월, 사라실 예술촌 설치 운영 및 지원조례가 제정되었으며, 11월 사라실 예술촌 민간위탁 동의안에 대한 의회의 동의를 얻었다.
광양시는 지역 예술인 및 지역민과의 간담회, 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사라실예술촌의 운영자를 지역내 문화예술 관련 단체 및 개인으로 선정하기로 공모방식을 결정해 위탁운영자 모집공고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라실 예술촌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
 
사라실예술촌이 조성된 옛 사곡초등학교는 사라실 주민들의 지역공동체의 중심이었다. 사라실이라는 지명은 광양읍 사곡리와 죽림리를 지칭하는 지명이다. 이 지역은 옛 사곡면지역이었는데, 사곡면에는 사곡리, 죽림리와 함께 광양읍 용강리, 익신리, 초남리가 속해 있었다.
사라실 지역은 현재 사곡변전소를 비롯해 광양시민의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위생처리장과 음식물자원화시설이 들어서 있으며, 영세공원이 조성되는 등 광양지역 혐오시설의 집적지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구도심격인 광양읍과 신도심격인 중마동의 중간지점인 광양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지만 지역 기반시설 중 혐오시설이 집중된 지역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 지역은 한때 광양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광양금광이 사라실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에 조성되는 예술촌에 대해 사곡초등학교 출신인 광양읍 본정마을 이장인 고영석씨는 “혐오시설 지구에 조성되는 예술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렇지만, 지역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라실 지역은 광양읍에 소속돼 있지만, 변두리 지역으로 읍에 소재한 문화공간 등의 이용에 제약이 많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학교는 지역공동체의 중심이었고, 지역 주민들의 주요 행사때마다 이용하던 커뮤니티 공간이었습니다. 이러한 학교의 폐교로 인한 주민들의 상실감이 큰데, 시 당국이 예술촌을 조성하면서 말로는 지역주민과 같이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물론, 예술촌 운영이 수익사업은 아니지만, 예술촌이 활성화되어 체험관광객이 찾아오고, 체류형 관광이 되면 지역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술촌 운영이 활성화될 경우 예술촌 내 카페나 식당 등의 운영은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이러한 요구는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위탁운영자와의 갈등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영석 이장도 인정한다.
“운영자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시설은 직접 운영하고자 할 것으로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와서 예술촌 활성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예술촌이 예술인들로부터 외면받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고 이장은 “마을 거주자들 대부분이 노인네들”이라며, “예술촌이 본격 운영될 경우 광양의 대표적인 폐광촌인 본정과 점동의 폐광촌 활성화와 연계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예술촌이 지역 주민들의 소득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체류형 관광시설이 돼야 한다”고 고영석 이장은 강조했다.
 
예술촌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입장
 
지역 주민들이 예술촌 운영이 지역민의 소득향상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문화예술계도 주민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한국예총 광양지회(지회장 박동렬)는 “지역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예술촌 운영은 예총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광양예총의 박동렬 회장은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예술촌 조성을 적극 환영한다”며, “사라실예술촌은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점이 되어 광양예술발전의 체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 예술촌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시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경제적 유발효과인데, 이는 좀 다른 문제다. 예술촌은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이 아니라 환원사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운용비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 체험학습실 운영이나,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과 연계해 대응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예술촌은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학생들의 체험학습장과 상설전시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고, 지역내 자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역 주민과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 주민들에게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박 회장은 “예술촌은 광양예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총이 운영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예총이 운영자로 선정될 경우 예술촌에 토요경매와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토요경매가 진행되는 진도의 운림산방보다 사라실 예술촌은 훨씬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성공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황망기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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