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에 위치한 여수예술인촌 전경. 여수미협이 위탁 운영하는 이곳에는 5명의 입주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수미협은 올해부터 인근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 여수예술인촌은 처음에 창작공간으로 출발했으나 점차 시설을 보강해 현재는 상설전시관과 체험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예술촌 내 마련된 전시관에서는 입주작가는 물론 지역 작가들의 상설 전시회가 열린다.
▲ 예술촌 내 생활문화체험센터는 시민과의 소통공간으로 활용된다. 이곳에는 영화관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만들기와 도예, 판화 등 일반적으로 쉽게 체험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주로 운영되고 있다. 생활문화체험센터 전경.
▲ 여수예술인촌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권갑용 여수미협 지부장과 입주작가인 박영한 여수미협 부지부장, 여수예술촌 조성 당시 여수미협 지부장으로 활동했던 이율배 작가가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 좌로부터 권갑용, 박영한, 이율배 작가

재능기부 통한 지역과의 소통 중요하지만 작가 개인의 경제적 활동과의 조화 우선돼야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예술촌들은 대부분 폐교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 농촌지역 인구감소와 노령화 등으로 인한 학생수 감소는 폐교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왔고, 이러한 폐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폐교를 활용해 조성한 예술촌은 잘만 운영되면 지역사회 커뮤니티 중심지로, 나아가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의 메카로 기능할 수 있다. 문제는 폐교가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운영할 프로그램 선택의 폭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광양시가 지역내 폐교 중 하나인 사곡초등학교를 예술촌으로 조성한 목적 역시 다른 자치단체의 사례와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했다. 당초 광양시는 사라실예술촌의 운영주체로 광양문화재단을 설립해 재단이 예술촌을 운영하면서 지역 문화예술정책의 개발과 집행기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광양문화재단은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예술촌 조성공사를 마무리하고, 운영주체 선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폐교에 지자체가 투자한 예술촌 운영의 사례로는 인근의 여수시를 들 수 있다.
여수시는 지난 2006년 당시 폐교활용계획을 수립하면서 한국미협 여수지부(지부장 권진용)와 협약을 체결하고, 2007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여수예술인촌을 조성했다.
2009년 9월 본격 입주가 시작된 여수예술인촌은 처음에는 창작촌 개념으로 시작됐다.
여수시는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에 소재한 옥천초등학교를 매입해 리모델링 등의 공사를 거쳐 예술인들의 창작촌으로 이를 제공했다. 작업실과 숙소를 갖춘 창작작업실로 리모델링한 여수시예술인촌은 이후 상설 전시장과 생활문화체험센터(체험실)까지 갖추면서 예술인촌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는데, 운영은 여수미협이 담당하고 있다.
여수시의 경우 지자체가 폐교를 매입하고, 리모델링공사를 한 것은 광양의 사라실 예술촌 조성과정과 동일하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광양사라실예술촌의 경우 광양시가 행정 주도로 리모델링공사까지 마무리하고, 운영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여수의 경우 운영주체를 선정한 후 리모델링 공사를 시행했다. 그러다 보니 예술인촌의 구조나 작업실 등이 입주작가의 요구와 취향을 반영해 이뤄졌다.
반면, 광양시의 경우 수요자의 욕구가 리모델링 과정에 반영될 여지가 애초부터 부족했다.
현재 여수예술인촌에는 5명의 작가가 입주해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분야별로는 조각 1명, 서양화 4명이 입주해 있다. 입주 작가 중에는 여수 출신이 아닌 작가도 입주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입주작가는 운영주체인 미협이 공모를 통해 1년 단위로 선정하고 있다.
일종의 레지던시 개념이지만, “완전한 레지던시는 아니고, 입주작가에게 창작공간만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여수미협 권진용 지부장의 설명이다.
여수 예술인촌의 출발점은 여수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됐기 때문에 초창기 입주자격은 여수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한정됐다.
그러다 외연확장 차원에서 전국단위 유명작가도 입주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역 마케팅과도 연계되는 부분이다. 전국적인, 혹은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는 작가를 지역으로 초빙해 작품활동을 하도록 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효과가 어떠한 것인가는 이미 강원도 화천군이 이외수 작가에게 창작공간과 작품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입증하고 있다.
예술촌에 입주한 작가들은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시민사회와 소통해 오고 있다. 지자체가 조성한 예술촌 입주작가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나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것은 예술촌 설촌 목적과도 부합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광양시 역시 사라실예술촌 조성의 목적 중 하나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지역 문화발전 기여”를 내걸고 있다.
여수 예술인촌에 입주해 활동하고 있는 조각가 박영한(여수미협 부지부장)씨는 “인근지역 주민과 여수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 진행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것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체험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러한 예로 박 씨는 판화체험을 들었다. 여수예술인촌에서는 도예와 판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판화의 경우 좀처럼 체험할 기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수미협은 올해 전남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모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예술인촌 주변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본격 시작했다.
인근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권진용 지부장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치유와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입주 작자들의 재능기부 등을 통해 예술촌 주변부터 마을가꾸기를 시작해 점차 확대해 나가는 한편, 여름 휴가철에는 2박3일정도의 일정으로 문화예술캠프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예술캠프에서는 설치미술과 화단 가꾸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밤에는 캠프파이어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원래 창작촌으로 시작한 여수예술인촌은 건물 내에 2개동의 펜션을 보유하고 있다. 시내와 원거리에 위치한 예술촌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하다가 숙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으로 마련되었지만, 현재는 일시적인 휴식공간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당초 예술인촌에 펜션을 도입한 의도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기간 동안 숙박시설로 활용한다는 구상에 따른 것인데, 여수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펜션 임대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렇지만,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 작가들이나 문화예술인들이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권진용 지부장은 설명했다.
박영한 작가는 “예술인촌 초창기에는 주민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작가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과 토박이들의 학교에 대한 특유의 정서로 인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마을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마을을 살리고, 예쁘게 만들 것인가,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가장 잘 하는 것이 미술분야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언제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마을벽화나 주민들의 초상화를 그려 마을회관에서 전시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의 목적은 결국 주민과의 소통이다. 주민과의 소통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소통은 토착주민과 외지출신 예술인과의 갈등을 자연스레 치유한다.
예술인촌 입주작가들은 예술촌의 주차장을 마을의 농산물 건조장으로 기꺼이 내어주고, 생활문화센터 내에는 영화관 시설을 마련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주민들이 별다른 제약없이 예술촌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
박영한 작가는 “예술촌이 문을 연지 10여년정도 되다보니 소통이 조금씩 이뤄진다. 그렇지만,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마을 주민들에게 그림을 그리자는 것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 예술촌이 주민들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가고자 한다. 마을회관이나 정자에 모여 쉬는 것보다 예술촌을 찾아 쉬면서 자연스레 예술과 문화에 눈을 뜨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수예술인촌 입주작가들은 미술을 통해 어르신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고, 작가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미술치유와 관련된 프로그램 진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그것은 작가 개개인의 경제활동과 연계되는 문제다.
작가는 작품활동을 통해 경제활동을 영위해야 하는데, 지역민과의 소통이나 재능기부에 방점이 찍히다 보면 스스로의 경제활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들의 경제활동과 재능을 활용한 지역사회 공헌활동의 조화를 맞춰가는 것도 입주작가들이 직면한 현실의 문제이다.
한편, 여수시는 올해부터 여수시예술인촌의 관리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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