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8년 국내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 전경. 월출산이 소재한 영암 주민들은 국립공원 지정으로 월출산은 영암이 소재하고 있지만, 영암 군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산이라고 말한다.
백운산을 서울대법인에 양도되는 것을 막고, 광양의 상징산인 백운산의 보전을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문제는 서울대 법인화법 제정 이후 줄곧 지역내 화두였다. 처음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국립공원 지정은 백운산에 생활터전을 갖고 있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고, 이는 지역내 새로운 갈등요인이 되기도 했다.
광양 백운산의 국립공원 지정은 처음에는 시민운동 차원에서 시작됐다.
이 문제가 지역내 일부 사람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을 때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문제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대 법인화법 문제가 지역내 현안으로 대두하자 이는 법인화법에 대한 대안으로 떠올랐고, 현실적인 반대여론을 잠식하는 지역의제로 떠올랐다.
광양시 역시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하면서 주민들에게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돼도 산을 이용한 소득사업 영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재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문제는 수년째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서울대 법인화법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문제는 당장 서울대와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서울대 측은 국립공원지역 내에서의 학술림 이용이 심각한 제약을 받을 것이라며 논의 초창기부터 강력한 반대입장을 견지해 왔다.
현재 전국에는 21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되어 있으며, 이 중 전남지역에는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국립공원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월출산 국립공원이 있다.
국립공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의 자치단체나 주민들의 국립공원에 대한 인식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지난 1988년 국내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이 있는 영암군에 대한 현지 취재결과 공원의 지정은 장단점이 있지만, 장점 보다는 단점을 말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영암군의 한 관계자는 “월출산은 영암에 있지만, 자치단체가 월출산을 대상으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행위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원지역과 관련된 모든 행위는 행위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라 할지라도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행위제한은 행정기관이나 개인 모두에게 적용된다.
국립공원 개발은 전액 국비를 지원해 이뤄지지만 공원의 개발이나 보존행위 자체는 지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판단과 필요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이다.
국립공원이 지정된 곳은 대부분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국립공원 지역에는 정부 차원에서 특별한 지원이 이뤄지지만 이러한 지원은 관광이나 소득 창출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자연환경의 보전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 공원지역에서는 개발행위에심각한 제한을 받게 되고, 개인의 사유재산권도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국립공원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하고, 산을 찾는 관광객을 유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생태계 보전에는 최선이지만, 국립공원 지정으로 인한 득실 냉정히 따져야
 
영암군의 한 관계자는 “월출산은 연간 50만 명의 탐방객이 찾는데, 국립공원이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립공원의 행위제한은 지역의 자연자원을 관광자원화 하려는 해당지역 자치단체의 이해와 상당한 충돌을 야기한다.
지리산을 비롯한 전국의 산악 국립공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치단체들의 숙원사업은 산을 이용한 관광수입 극대화를 위한 케이블카 설치이다.
케이블카 설치는 지리산 국립공원에 속한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군 등이 오래 전부터 추진해 오고 있으며, 월출산을 보유하고 있는 영암군도 월출산 케이블카 설치가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케이블카 설치는 환경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국립공원 지역에서의 케이블카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영암 군민들은 인근 해남의 두륜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관광자원으로 크게 활용되고 있으나 두륜산에 비해 케이블카 설치시 활용도가 뛰어날 것으로 보이는 월출산 케이블카 설치가 안되는 이유로 월출산이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영향 받는다고 말한다.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의 지역경제 기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영암군의 한 관계자는 “월출산을 찾는 탐방객은 대부분 등산을 하려는 사람들인데, 월출산 자체가 6시간정도의 종주코스여서 체류형 탐방객이 별로 없다”며, “이러한 탐방객들도 주요 상권이 밀집된 영암읍을 아예 방문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역경제에 대한 효과는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 지정은 지역이미지 홍보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지자체에서 개발해야 할 사업을 국비로 추진해 주기도 한다. 
영암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사업을 할 경우 공단과 협의가 필요하다. 공원지정의 장단점은 지자체마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영암의 경우 공단과 협의가 잘 이뤄지고 있어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산의 개발과 이용에는 문제가 많다”고 토로했다.
영암군은 월출산 둘레길로 ‘기찬묏길’을 개발해 관광객과 주민들의 산책로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14.7㎞에 이르는‘기찬묏길’ 중 1.3㎞는 공원구역에 조성됐다.
이러한 둘레길 조성사업 중 국립공원에 포함된 지역은 영암군이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사업비를 지원해 개설되었는데, 개설 이후 유지관리는 공단에서 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자체와 관리공단의 협조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영암군 산림과의 한 관계자는 “국립공원 지정시 보전은 잘 되지만 활용과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할 수가 없다. 군에서 하는 숲 가꾸기 사업도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공단 입장에서는 죽은 나무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원지역내 행위가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안된다고 보면 된다”고 단언했다. 
당초 국립공원이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때 그 주관부서는 산림청이었다. 이후 보다 효율적인 관리와 지원을 위해 국립공원 업무는 내무부로 이관되었다가 환경부가 설치되면서 환경부 소관으로 이관됐다. 
공원관리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국립공원은 환경생태보존이 최우선 가치가 됐다. 
영암군 관계자는 “월출산 자체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립공원 지역은 자연공원법에 따른 규제를 받고, 공원 밖 지역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이중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원래 암반으로 형성된 월출산은 개인이 산을 이용해 소득을 올리는 것도 어렵고,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국립공원을 끼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입장은 어떨까?
우용희 영암우리신문 편집국장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월출산은 영암에 있지만 이미 영암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우 국장은 “국립공원이 지정되면 주민들이 불편해 하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관광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지역주민에게는 불편만 가중될 것”이라며, “산지 개발에 제한이 많다 보니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계획을 세울 수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우 국장은 “월출산 도갑사의 경우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 있었던 기념품 상가나 산장형식당 등이 모두 철거됐다”며, “월출산의 계곡을 이용해 수입을 만들 수 있었던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출산 국립공원에는 현재 천왕사와 도갑사에 등산로가 지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는 이러한 공식 등산로 이외에도 주민들이 편리하게 산을 오를 수 있는 숨겨진 등산로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등산로는 국립공원 지정 이후 모두 폐쇄됐다. 
우 국장은 “국립공원 지정 이후 공원관리를 담당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직원들이 대부분 지역 출신이 아니어서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지역을 우선시하기보다 공원관리를 우선시할 수 밖에 없다”며, “국립공원의 부대시설 관리 등에 대해 정부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지역민 입장에서는 예전에 간직하고 있었던 월출산에 대한 가치와 추억들이 사라지는 아쉬움도 감수해야 한다”며, “월출산의 경우도 해남의 대흥사 계곡 못지않은 청정계곡이 있지만 농촌공사가 인근에 저수지를 축조하고, 그 영향인지 국립공원 지역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이러한 청정자원을 주민들이 활용할 수도, 접근할 수도 없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우 국장은 “영암사람들의 월출산에 대한 자부심은 크지만 산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반면, 국립공원 지정으로 강진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출산은 영암의 대표적인 상징산이지만, 월출산 국립공원 지역 중 1/3은 강진군에 속해 있다.
이 중 강진 경포대의 경우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 강진사람들조차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은 지역이었는데, 월출산 국립공원 지정 이후 관리공단에서 이곳에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여름철 월출산의 대표적인 피서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것.
“월출산 국립공원이 지정된지 30여 년이 됐습니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월출산은 영암에 있지만 영암사람들의 손을 떠났습니다. 보는데 만족하는 산이 되고 말았지요. 교통여건 변화 등의 요인도 있겠지만, 산의 가치를 한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공원이 아니었다면 월출산 등산로와 연계된 자연스런 상권 형성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국립공원 지정은 자연을 위한 최선의 방책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이 백운산의 보전과 생태자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방안일 수 있지만, 산의 개발과 이용에 있어서는 심각한 제약이 될 수도 있음을 국립공원 주변 지역 주민들은 증언하고 있다.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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