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은 밤이 오면 한국의 초겨울만큼이나 추워지지만 몽고텐트는 아늑하기 그지없었고 생각보다 넓었다. 따뜻한 몽고텐트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다시 지프에 올라 사막으로 이동했다. 내몽고는 초원 지대와 사막지대가 혼재해있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원을 따라 이동하다가 보면 사막이 나오고 사막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다시 초원이 드러난다. 사막이 확장되는 사막화 현상을 어떻게 예방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동한지 2시간여만에 사막에 도착했다. 사막에서는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체험을 해야 했다.
 
말을 타본 사람은 많을 테지만 쌍봉낙타를 타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보통 동물원에 가서 멀리서 바라본 것이 전부 일 것이다. 내몽고의 사막에서는 쌍봉낙타를 직접 타고 유랑할 수 있다. 낙타는 말보다 냄새도 심하고 느리지만 훨씬 높고 승차감이 훌륭하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거닐고 있자니 사막에 떨어져 어린왕자를 만났던 조종사가 떠올랐다. 어린왕자의 조종사를 떠올리며 사막의 허무함 그리고 황량함을 감상하며 거닐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지나 낙타에서 내릴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선 사막의 모래언덕을 이용한 썰매를 탔다. 한겨울에 눈썰매를 타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더운 곳에서 썰매를 타본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모레가 매우 잘아 썰매가 생각보다 빨리 나아간다. 다시 언덕위로 올라오는 길이 힘들기는 하였으나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초원과 사막에서 돌아온 뒤 재정비를 하고 실크로드의 시작점, 시안으로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14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도착한 시안의 첫인상은 복잡함과 더위였다. 후허하오터에서 시원한 여행을 보내다 갑자기 더워져 적응이 힘들었다. 기차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시안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벽 내부와 외부로 나뉜다. 성 내부는 크지 않으나 시안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고 성벽 외부의 지역과 도시 외곽에는 진시 황릉과 병마용, 화청지가 있고 삼장법사의 불경을 전시해둔 대안탑이있다. 시안에 도착해 더위에 놀라 오후 내내 숙소에서 쉬고 난 다음 처음으로 떠난 곳은 성벽이었다. 시안성 남문에서 성벽에 올라 자전거를 타고 성벽을 쭉 둘러보고 시안 성내의 중심인 종루를 방문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시안성벽에 올라가기 위해선 입장료가 있고 학생증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면 학생할인도 가능하다. 성벽자체는 차가 4대정도 왔다갔다 할 만큼 넓다. 그렇기 때문에 성벽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면서 성안과 성 밖을 둘러보았다. 성안과 성 밖의 모습은 매우 달랐다. 그것을 비교해보는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성안은 옛 장안의 모습을 간직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모든 건물에 기와가 올라가있었고 고층이라고 부를 만한 빌딩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밖은 고층빌딩들이 있고 건물에 기와도 없었다. 현재와 과거가 성벽하나로 나뉜 풍경이었다. 2시간여를 달려 남문, 동문, 북문 그리고 서문을 지나 다시 남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게으르게 달린 편이 아니었기에 성벽의 길이 또한 상당함을 가늠해보았다.
 
성벽에서 내려와 종루를 찾아갔다. 밤에 방문한 종루는 아름다웠다. 한국의 경복궁이나 남대문 혹은 광화문에도 조명을 비추어 두지만 은은한 불빛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대놓고 종루가 여기 있소 할 정도의 조명을 사용한다. 종루의 형태와 색이 명확하고 매우 눈부시게 보인다. 이색적인 장면에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느꼈다.
 
시안에 도착한 다음날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병마용을 향해 버스를 탔다. 시안 외곽에 위치 해있기에 40분가량을 이동했다. 병마용의 병사들과 모습은 익숙했다. 아마도 교과서에서 많이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규모와 병사의 세세한 부분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다양한 병과의 병사들을 일일이 다른 표정으로 구현하고 자세 또한 다르게 잡아 두었다. 그리고 그 병사의 수는 생각보다 많다. 1호갱, 2호갱 그리고 3호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이었다. 병마용 자체에도 놀랐으나 병마용을 발굴하고 복원하는 과정 또한 놀라웠다. 흙더미 속에 산산조각나있는 병사들의 잔해를 일일이 발굴해 그들을 수십, 수백 번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가 알고 있는 병사의 모습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규모에 그리고 나서는 세밀함에 마지막으론 문화재에 대한 정성에 놀라면서 병마용을 떠났다.
 
그 후 병마용과 가까운 진시 황릉을 방문했다. 진시황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황제이다. 그는 자신이 불사하기를 바랐고 불로초를 찾아 중국을 유랑했다. 물론 그는 불로초를 찾지 못하고 50세의 나이로 객사했다. 진시황은 암살을 피하기 위해 궁전 270개를 짓고 지하도를 통해 이동하며 자신의 위치를 비밀로 했다. 이 밖에도 거대하고 화려한 본궁을 지었는데, 아방궁만이 완성되었다. 이 아방궁은 ‘사치’의 대명사로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여산 기슭에 자신의 능묘를 조성하고 거대한 지하궁전을 만들어 죽어서도 생전에 못지않은 영화를 누리고자 하였다. 그것이 진시 황릉인데 그 위치를 비밀로 했기에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진시 황릉은 무덤이라기 보단 공원같은곳이다. 진시황이 뭍혀있을것이라 추정하는 지역에 공원을 조성해 두었다. 진시황이 이 땅 뭍혀있으리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진시 황릉을 뒤로하고 대안탑으로 향했다. 대안탑은 현재 공사 중이다. 밤늦은 시간에 방문해 내부로 들어가는 게 좀 어려웠지만 시간이 절묘하게 분수쇼와 맞아떨어졌다. 대안탑 광장에서 펼쳐지는 분수쇼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올라오는 물줄기의 수는 가늠할수없을정도로 많았고 개중에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오르는 물줄기들은 장관을 펼쳐냈다. 조명과 음악이 더해지니 더욱 신이 났다.
 
이렇게 시안에서 나의 중국여행을 마무리했다. 시안공항에서 공부를 위해 심천으로 떠나며 여행을 돌이켜 보았다. 내가 지금껏 여행해본 어느 국가보다도 힘든 여행이었다. 언어 문제도 그렇고 도시간의 이동거리도 가장 멀었다. 하지만 중국의 규모 그리고 문화재를 보수하고 유지하는 노력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중국인들이 인상 깊게 남았다. 중국은 여행하기 결코 쉽지 않은 나라이다. 특히나 나처럼 가이드 없이 홀로 유랑하기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상상하는 것과 너무도 상이하고 새롭다는 것을 매순간 느낄 수 있다. 중국이 이런 모습이 있구나 싶다 보면 또 다른 모습이 불쑥 튀어나온다. 중국에 적응을 좀 했다 싶다가도 나는 중국을 한 치도 모르는구나 싶다. 중국은 정말 알수없는 나라다. 그렇기에 여행 중 느끼는 재미와 보람이 컸다고 생각한다.)
 
글·사진 - 황준영(경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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