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군 공음면에 소재한 학원농장은 지난 1990년대부터 경관농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봄철 청보리와 가을의 메밀꽃은 학원농장을 대표하는 주제이다. 고창청보리축제는 학원농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급증하면서 시작됐다.

▲ 미당 서정주문학관 전경
▲ 미당문학관 앞에 자리한 안음돋은별마을 전경
▲ 안음돋은별마을의 벽화
▲ 고인돌 공원의 선사마을
사진작가들의 작품 통해 알려지면서 방문객 급증, 축제 개최로 이어져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전지역인 전북 고창군에는 국내 경관농업이 가장 먼저 시작된 지역이다. 농업경관을 통해 외지 관광객을 유인하고, 이를 통해 지역민의 소득으로 연계하는 경관농업은 도시민들에게 힐링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에 소재한 학원농장은 경관농업 일번지로 불린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와 부인 이학 여사가 지난 1960년대 초반 10만여평의 야산을 일구면서 시작된 학원농장은 현재 15만평의 완만한 구릉지에 봄에는 청보리가, 가을에는 메밀꽃이 환상적인 경관을 만들어 내면서 지역의 농업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학원농장은 지난 1992년, 진의종 전 총리의 장남인 진영호씨가 귀농을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진씨는 귀농 후 1994년, 학원농장을 관광농원으로 지정받아 농촌관광사업을 시작한다.
 
학원농장이 보리농사를 시작한 것은 일손을 덜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다 청보리가 어우러진 멋진 경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농촌관광이 활성화되자, 학원농장은 메밀과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을 추가하면서 관광산업이 더욱 활성화됐다고 한다.
현재 학원농장은 경관농업에 전념하고 있다. 경관농업은 작목 선정시 수확후 농가소득보다 재배 당시의 경관의 아름다움을 우선시하게 된다.
부족한 농업수입은 관광수입으로 보충하는 농업이 경관농업이라 할 수 있다.
학원농장은 지난 2004년부터 매년 고창청보리 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청보리 축제는 길게는 6주에서 짧게는 2주일간 개최되었는데, 현재는 4월 셋째 주말부터 3주일간으로 굳어져 있다.
2004년 첫 축제의 방문객은 30만명에 달했는데, 청보리 축제 기간 중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관광수입과 경제적 파급효과도 늘어나고 있다.
청보리 축제는 다른 축제와 달리 인위적인 쇼나 연예인을 동원한 행사가 없다.
이 행사를 찾는 사람들은 청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자체를 즐기러 오는 것이며, 보리밭 사잇길 걷기를 통해 색다른 감동과 추억을 간직하게 된다.
현재 공음면 일원에는 학원농장을 비롯해 인근 농가의 청보리재배지까지 30만평에 이르는 청보리밭이 조성되어 매년 봄이면 농촌의 한적한 풍경을 즐기려는 도시민들을 유인하고 있다.
고창의 청보리 축제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시작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처음에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으면서 고창의 청보리밭이 각종 사진전시회와 매스컴 등을 통해 알려졌고, 일반 방문객들이 급증하면서 축제개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올해 열린 청보리축제는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렸는데, 기념식 축하공연은 고창군사회복지시설에서 마련한 난타-'두드림'이 펼쳐졌고, 주말 문화행사로는 청보리밭 농악놀이가 펼쳐진 정도이다.
요란하게 연예인을 초청한 공연행사도, 외지 상인들이 주축을 이루는 각설이 공연도 아예 없다.
반면,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생태체험 및 학습행사가 마련된다.
보릿골 체험마당으로 보리새싹 비누만들기, 보리새싹 염색 등 8개 체험부스가 마련되었으며, 관광객 어울마당으로 전통놀이 및 추억의 게임 등이 진행됐다. 청보리밭 관광 꽃마차가 운영되고, 아이들을 위한 포니(미니말) 먹이주기 체험도 마련됐다.
상설전시 및 연계행사로 보리밭 속 '테마길-테마마당'이 조성되었으며, 전통 농업유산 전시, 고창관광 사진 전시와 보리관련 식재료의 효능과 효과를 전시하고 홍보하는 보리 홍보/전시관 운영, 이야기 속 보리밭 사잇길 걷기 등이 마련됐다.
또, 행사기간 중 '청보리 방송국'을 운영해 보리밭 사잇길과 주행사장 전체에 방송이 울러퍼지도록 했으며, 청보리방송국에서는 매일 색다른 테마와 주제로 관광객의 신청곡과 사연을 접수해 사은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는 가족단위 관광객을 대상으로 ‘우리가족이야기’를 방송하기도 했으며, 널뛰기, 외줄타기, 투호, 고리던지기, 굴렁쇠 등 전통놀이체험마당도 운영됐다.
관광객들은 농경유물전시관에서 휴일에 펼쳐지는 전통농경생활 시연을 관람할 수 있으며, 축제기간 중 휴일에는 보리피리 불기 체험도 했다.
축제라지만 요란한 축제가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즐기는 쉼터를 제공한 것이다.
주행사장에는 농특산품 판매장도 운영되는데, 입점자격은 고창군에 주소를 둔 단체 또는 개인으로 제한했으며, 지역 농특산물 또는 그 1차 가공품만을 판매하도록 했다. 청보리밭은 축제기간은 물론 보리가 익어가기까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누구나 아무런 부담없이 찾아오게 만드는 명소가 되었다.
학원농장에서는 청보리축제와 함께 2004년부터 메밀꽃잔치를 열어오고 있다.
9월 중순부터 10월 상순 사이에 열리는 메밀꽃잔치는 올해에는 ‘학원농장 메밀꽃팅’으로 이름을 바꿔 지난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학원농장이 ‘메밀꽃축제’라는 명칭 대신 ‘메밀꽃잔치’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일반적인 축제와 구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축제의 개념이 기본 테마를 기본으로 많은 비용과 인력이 동원되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인위적으로 제공해 주는데 비해 메밀꽃행사는 기본테마에는 충실하지만 풍성한 즐길거리를 준비하지 못하니 소박하게 꽃과 꽃밭을 즐겨주라는 표현으로 꽃잔치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꽃잔치라는 표현도 떠들썩한 잔치마당을 연상시키고, 잔치를 기대하고 찾아 온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는 생각에 따라 올해부터는 아예 행사 명칭을 메밀꽃팅으로 바꾸었다는 것.
‘꽃팅’이라는 표현은 ‘꽃과의 만남’, 꽃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뜻한다고 한다.
학원농장의 청보리밭과 메밀꽃밭은 그 동안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 접한 하얀 팝콘을 흩뿌려 놓은 듯한 메밀꽃밭 배경은 상당수가 이곳에서 촬영된 것이다.
광양의 매화마을이 이른 봄 전국의 상춘객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은 매화축제 때문이 아니라 농업경관이 만들어 낸 빼어난 풍경 때문이다.
학원농장의 청보리축제와 매밀꽃잔치의 사례는 많은 돈을 들여 인기 연예인을 동원하지 않고, 요란한 각설이가 없어도 얼마든지 지역민들이 관광객 유인을 통한 소득을 올릴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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