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말에는 “백성은 음식을 하늘로 여긴다” (民以食为天) 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도 먹거리는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넓은 영토에 56개 소수민족, 13억 인구로 이루어진 중국의 다양한 음식은 그 맛 또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흉내 낼 수 없다. 수많은 맛있는 음식들 중에서도 그 낯선 맛이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문화 충격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신기하면서도 점점 빠지게 되는 매력 있는 음식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런 음식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고 싶다.
 
▲피단
중국 음식점에서 오향장육 등을 주문하면 곁들여 나오는 새까만 달걀이 피단이다. 피단은 오리 알이나 계란을 찰흙, 소금, 왕겨, 석회를 섞은 곳에 파묻고 두세 달 삭혀서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흰자위가 굳어져 아교 상태가 되면서 반투명의 맑은 흑색이 되고 담황색 꽃무늬가 만들어지는데 마치 소나무 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쑹화(松花)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래서 피단을 쑹화단(松花蛋)이라고도 한다. 피단은 저장시설이 발달하지 못했던 고대에 오리나 닭 같은 조류의 알을 장기 보관하기 위한 지혜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썩은 달걀처럼 보일 수 있고 또한 처음 접하는 맛에 구역질을 하기 십상이지만 죽과 함께 자작자작 끓여서 소금에 절여 말린 돼지고기와 먹거나, 피단두부 같은 요리로 먹으면 거부감보다는 그 독특한 고소함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취두부
한국에 삭힌 홍어가 있다면 중국에는 취두부가 그런 음식이다. 즐겨 먹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냄새 때문에 시도조차 못하는 분들도 많다. 중국어로 처우더우푸(臭豆腐)인 취두부는 소금에 절인 두부를 발효시켜 석회 속에 넣어 보존한 식품으로 향이 아주 강하다. 심지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고약한 냄새만으로 멀리서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다. 중국에서 취두부는 빠질 수 없는 길거리 음식으로 속은 순하고 살짝 시큼한 콩 맛이고 겉은 끓는 기름에 튀겨내서 바삭바삭하며 거기에 매콤한 소스를 끼얹어 먹는다. 냄새도, 비주얼도 역겹지만 이 역시 먹으면 아주 고소하여 끌리는 맛이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 번데기
중국 번데기 찬융(蚕蛹)은 크기가 엄지손가락 만하고 삶아 먹거나 튀겨서, 혹은 양꼬치처럼 꼬치로 구워먹기도 하는데 맛은 매우 담백하고 고소하다. 고단백질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고혈압에 좋을 뿐 만 아니라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 되는 등 여러 가지 효능을 가져 건강보조식품으로도 인정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꾸물꾸물 대는 왕 번데기를 처음 봤을 때 놀라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저는 충분히 공감된다. 제가 한국에서 처음 번데기를 봤을 때 그랬으니까. 중국 번데기는 즐겨 먹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저걸 왜 먹지? 어떻게 입에 넣을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도 시도해보지 못해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추천하기에는 너무 부끄럽다. 중국 번데기처럼 보기에는 끔찍해 보이지만 맛은 좋다고 하는 한국 번데기를 이번 주말에 저도 한번 시도해보려고 한다. 한번 먹어보면 계속 찾게 되는 중독성 있는 음식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 번데기의 그 맛을 찾아주시기를 기대해본다.
류리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