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베큐 파티와 함께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는 중국의 대학생들. 중국 대학생들의 MT에서는 술이 등장하지 않는다.
필자는 선전에서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오전에 수업을 마치면 오후 내내 직장에서 일을 하고 늦은 밤 집에 귀가한다. 여가생활을 즐길 시간은 주말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못 다한 숙제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며 보내기 일쑤다. 그러던 지난 주말 알고 지내던 중국인 친구의 초대로 중국 대학생MT에 동행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대학생활 4년간 안 가본MT가 없었다. 학회 MT, 동아리 MT 때로는 그냥 MT까지….  단순 참여자로서 진행자로서 기획자로서 참여했다. 즉, 웬만한MT는 이골이 나있었다. 한국 대학생의MT는 단순하다. 보통 1박 2일 일정이며 금액은 4만원 정도이다. 12시쯤 출발해 도착한 펜션에서 짐을 풀고 간단한 족구나 술래잡기 등의 활동을 하다 밤에는 술을 마신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 마신다. 2일차에는 쓰린 속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온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 대학생의MT또한 1박 2일 일정이 대부분이다. 학교 근교지역으로 떠나는 것과 중국 위안화 250원(약 42000원)이라는 가격까지는 동일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대학생을 비롯한 중국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술을 즐겨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 술을 먹었던 중국인 친구는 그 다음날부터 일주일간 술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술을 먹지 않고 무엇을 할까? 레저를 즐긴다. 선전 근교는 해안이 많다. 이번 MT 또한 선전 근교의 해안가로 떠났다. 해안가 근방의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고 바닷가로 나갔다. 해변을 바라보며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MT기획자들이 준비한 수많은 활동이 쏟아진다.
중국에서 한국예능 ‘런닝맨’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한국 MT에서 술이 그러하듯 모든 중국의 MT에는 ‘런닝맨 게임’이 포함된다. 실제의 ‘런닝맨’은 각자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진행되는 술래잡기이지만 중국 대학 MT판 ‘런닝맨’은 단순한 술래잡기이다. 대신 상대방의 몸에 손을 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등의 이름표를 떼어내야 한다는 것에서 ‘런닝맨’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단순한 놀이에 모두가 즐거워하며 땀을 뻘뻘 흘린다. 한국 대학생들이MT에서 족구를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나서 해안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저를 찾아 나선다. 바나나보트 타기, 바다수영 하기, 모래성 쌓기 등등의 활동을 친구들과 즐긴다. 한참을 건전(?) 하게 놀았다. 드디어 저녁시간이 다가왔고 저녁 메뉴를 묻자 바비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바베큐 파티는 캠프파이어와 유등날리기, 노래부르기 등이 곁들여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이전까지의 활동은 그 질에서 조금 차이가 있으나 몸을 움직이며 논다는 것은 한국과 동일했다.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서 먹는 것 까지도 차이가 없었다. 술을 좋아하는 필자는 고기 굽는다는 이야기에 술생각이 동했다.
그렇지만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다. 아예 술 자체를 사오지 않았다. 그냥 준비한 고기와 음식을 먹으며 유행가를 들으며 춤을 추고 이야기한다. 술이 없는 MT에 조금 시무룩해지기는 했지만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술없는 밤의 연회는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찾아온 다음 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출발하지 않았다. 무언가 더 할 것이 남았냐는 질문에 밥을 지어먹으러 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밥을 지어먹으러 간다? 물론 점심때이니 배가 고픈 것이야 당연지사지만 밥을 사서 먹는 것이 아니라 지어먹는다? 숙소 근처의 취사장으로 가자 살아있는 닭과 물고기를 담고 있는 수조 그리고 화덕이 등장했다.
조를 나누고 각자 닭을 잡고 털을 뽑는다. 수조에서 그물로 물고기를 건져내 손질한다. 일부는 채소를 다듬고 화덕에 불을 피운다. 그렇게 손질된 재료에 쯔란을 비롯한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해 요리를 시작한다.
MT라기 보다는 중고등학교 수련회에 온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해보는 요리가 싫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아무 거리낌 없이 닭을 손질하는 그들을 보며 조금은 위화감도 들었다. 그렇게 직접 만든 요리를 먹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누이며 생각했다. 한국MT가 재밌을까 중국MT가 재밌을까? 답은 없다.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한국MT가 재밌을 리 없고 다양한 활동을 좋아한다고 해서 중국MT가 재밌을 리도 없다. 
MT는 Membership Training의 약자다. MT는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 보다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하기 위해 떠나는 짧은 여행이다. 그 내용이 어떻든 좋은 친구와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즐기는 것이MT의 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준영(경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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