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란현, 농촌풍경 그대로 보전하며 각종 체험프로그램 운영

▲ 대만 타이베이시와 인접한 이란현은 10년전 대만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중앙산맥의 설산을 관통하는 설산터널이 뚫리면서 접근성이 크게 나아졌다. 이란현의 대표적인 온천 휴양지인 자오시현의 중심상가에 조성된 온천공원 입구.

농업경관 등을 이용한 그린 투어리즘의 활성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농격차의 심화와 이농현상에 따른 농촌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세계 많은 나라들이 고민하는 문제이다.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생활패턴의 변화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도시민들의 관광과 여행에 대한 개념도 바꾼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대만의 경우도 이런 문제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농촌체험이 힐링의 소재가 되고, 농촌마을에서 하루 밤을 보내는 것이 도시민의 로망이 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도시민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사실, 답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있다. 농촌을 농촌답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대만의 이란(宜蘭)현의 경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시와 근접해 있는 이란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지역이다. 최근 대만을 대상으로 하는 패키지 여행상품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만을 여행지로 포함한 상품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이란은 타이베이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라고 한다.
온천으로 유명한 이란현은 타이베이와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대만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중앙산맥의 설산이 가로막고 있어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타이베이에서 이란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로 3~4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설산은 옥산에 이어 대만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으로 정상의 높이는 해발 3886m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2006년, 타이베이시와 이란지역을 가로막고 있는 중앙산맥에 12.9㎞에 달하는 설산터널이 개통되면서 1시간이면 연결돼 이란지역 관광이 한층 편리하게 됐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터널인 설산터널은 시속 90㎞의 속도로 달려도 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10분 이상이 걸린다. 현지 안내인은 타이베이와 이란을 연결하는 이 도로가 주말이면 엄청난 체증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타이베이와 이란현을 연결하는 설산터널을 지나면 바로 이란현 자오시향이다.
▲ 온천공원에 조성된 인공하천에는 온천수가 흘러 누구나 무료족욕을 할 수 있다.
▲ 자오시 온천공원 주변에 있는 유료족욕장에서는 닥터피쉬 체험도 가능하다.
자오시향은 이란현의 대표적인 온천지역이다. 특히, 이곳의 온천은 무색, 무미, 무취의 약알칼리성 온천수로 피부미용에 도움이 된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미인탕’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자오시(礁溪)향은 온천도시이지만, 한적한 시골마을을 연상시킨다. 이곳이 온천관광지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은 상가 중심부에 위치한 온천공원을 중심으로 들어선 온천호텔들과 음식점 들이다. ‘초계탕원구공원’은 그 입구부터 노천 족욕시설이 찾는 이들을 맞는다. 이곳에서는 무료 온천족욕이 가능한데, 하천을 따라 흐르는 온천수의 온도가 노천온천임에도 불구하고 높아 오래 발을 담그기에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천온천장 주변에는 유료 족욕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이러한 유료 족욕시설에서는 닥터피쉬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데, 노천온천에 비해 물이 뜨겁지 않아 부담없이 미지근한 물에서 닥터피쉬의 서비스(?)를 받으며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이용요금은 대만 돈 80위안으로 우리 돈 약 3천원 정도인데, 평일에는 이용시간에 제한이 없다.
원래는 이용시간에 제한이 있었으나, 여기 저기 닥터피쉬를 이용한 족욕시설이 설치되면서 가격도 내리고, 시간제한도 없어졌다는 것이 현지 안내인의 설명이었다.
자오시향의 상가마다 내거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는 닭 요리이다. 일종의 대만식 토종닭 요리인데, 항아리에 닭을 넣어 굽는 방식으로 요리한다. 이렇게 요리한 자오시의 닭 요리는 겉은 기름기가 빠져 바삭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다고 한다.
자오시에서는 온천수로 재배한 파와 토마토가 유명하다.
이란현은 대만 북부에서는 가장 넓은 평원을 가진 지역이지만, 중앙산맥을 기대고 있어 산촌관광도 활발한 곳이다.
대만정부도 오래전부터 산촌체험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책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만의 임업 및 산림정책방향은 산림의 경영이나 이용측면 보다는 산림자원의 증식과 수자원 및 토양보존을 제1목적으로 임업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1991년 제정된 대만 산림청 및 행정법규의 주요내용은 임업행정체계 수립, 산림자원보존, 하천관리강화, 산림경영 및 보호, 휴양림개발, 자연생태계 보호 등의 관리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란현은 대만의 가장 대표적인 금귤생산지역인데, 특히 이란현 자오시향에 소재한 임미촌마을은 대만의 ‘임업시범마을 운영계획’에 따른 마을조성사업을 통해 도시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마을은 사구발전협의회를 통해 금귤원을 조성하여 생산한 금귤과 녹차를 가공하여 판매하고, 자연경관을 관찰할 수 있도록 순환데크를 설치했다.
이곳을 찾는 도시민들은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을 이용하여 케익이나 빵, 수제맥주 등을 직접 만드는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이베이와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대부분 무박당일 여행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한적한 농촌지역을 연상시키는 이란현에는 이렇다 할 산업시설이 없다.
이란현을 찾는 사람들은 현지의 농가에서 현지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 만들기 체험이나 목공예 체험 등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원주민들의 문화가 가장 잘 보전된 지역이기도 하다.
이란현이 제작한 홍보책자에는 이란 자체를 ‘거대한 박물관’(Large Museum)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란현의 중심도시인 이란시 역시 농촌도시의 특성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도시라기보다는 시골읍내를 연상시키는 이란시가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대만 최대 규모의 위스키공장이 있다.
중국 본토의 한족이 본격적으로 대만으로 이주하기 전부터 거주했던 원주민들은 대부분 산악지대에 살았는데, 평원 지역인 이란현의 원주민들은 평원에 살았기 때문에 평포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평포족 중 하나가 거마란족이다. 거마란족은 카마란, 또는 카바란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위스키공장에서 생산되는 위스키가 ‘카바란(kavalan)'이다. 이 공장에서는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인 ’Mr.브라운‘도 생산하고 있다.
▲ 카바란 위스키공장의 방문자센터 전경
▲ 이란시 인근에 위치한 위스키공장에서는 위스키 생산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위스키 공장은 생산라인 일부를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있어 공장 자체가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
위스키 공장에서는 견학자들을 위한 레스토랑과 전시판매장을 갖추고 있으며, 시음행사도 운영하고 있었다.
공장견학은 별다른 제재도 안내도 없다. 방문자들은 참관 안내 표시를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공장을 둘러보며 위스키 생산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생산시설과 견학공간은 투명 유리벽으로 차단되어 있지만, 위스키가 발효에서부터 숙성을 거쳐 증류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생산된 위스키가 오크통에 담겨 저장고에서 상품이 되기를 기다리며 숙성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공장 단지는 공원처럼 잘 조성된 잔디밭과 조경수들이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곡창지대인 이란현에서 생산된 곡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관광상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카바란 위스키공장을 보면서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광양매실을 이용해 매실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잘 디자인해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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