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가 17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1월 중순부터 내년 3월 말까지 광양읍 일원에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화엔지니어링과 산이건설(주)가 건설사업관리단으로, 새한건설(주)와 이엔건설(주)가 시공사로 참여해 지금까지 공정율 48%를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와 불투수면적 증가에 따른 강우 유출량 급증으로 인한 도시 침수로 예상되는 인명 및 재산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시민의 목숨과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실시한다는 사업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사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과 피해를 호소하니 문제다.
지난 10월 초, 숯불구이 축제가 시작되던 날 제보가 들어왔다. 그냥 단순히 개인이 느끼는 불편함이거니 생각하고 잊고 있었다. 그런데 열흘 후인 15일, 또 같은 내용의 불편함을 장문의 내용으로 알려왔다. 
독자들이 신문에 관심을 갖고 제보를 해주었다는 사실에 잠시 흥분과 감사를 느끼며 직접 겪은 불편함도 아닐 뿐 아니라 제보를 해 준 공사현장을 오갈 일이 없는 입장이라 제보에 대한 피드백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였다.
제보의 내용은 이렇다. 제보자는 8시 10분에서 8시 20분 사이 광양여고 앞을 지나서 출근하는 직장인이다.
 
-10월 15일(토)
‘광양여고 앞 사거리는 평소에도 등하교 시간 때문에 혼잡하다. 교문 앞 도로가 유턴구간이 있어서도 그렇고 승용차로 통학을 하는 학생과 다른 통학차량이 뒤엉키는 복잡한 곳이다. 그런데 숯불구이 축제기간에 공사를 시작했다.
게다가 공사를 시작하면서 3개 차로 중 1,2차로를 막고 3차로만 열어놓고 공사를 하려고 준비를 한 듯 보였다. 꼭 해야 하는 공사라면 축제 전에 시작하든지 축제가 끝나는 며칠 뒤부터 시작하든지 해도 좋을 텐데 꼭 동시에 시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누군가 같은 생각을 하고 민원을 제기했는지는 모르지만 한 개 차로만 마 고 2개 차로를 열어서 통행할 수 있게 하고 축제기간에는 공사를 하지 않았다. 공사구간에서 교통사고도 있었는지 경찰차가 와있는 것을 봤다. 하수도 정비사업이 단 시일에 끝나는 것이 아닌. 간단한 공사가 아니라면 그렇게 서둘러서 그 복잡한 구간에, 그것도 축제기간에 동시에 해야 하는지 의문이 일었다. 
-10월 21일(금) 
비가 와서 진흙탕물이 인도 가운데까지 튀어 올랐다. 9시쯤 시청 하수도과에 전화했더니 확인해보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10월 22일(토) 
광양여고 앞 하수도 정비공사장에서는 오늘도 도로 쪽으로 물을 퍼내고 있다. 차들이 지나갈 때 마다 물이 인도 가운데까지 튀어 오른다. 제보를 하려고 사진을 찍다가 지나가는 차량에 의해 물이 튀어서 바지와 신발이 젖었다.
그곳을 지나는 차량들 중 그냥 그런 사태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차량도 있고 그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차량도있어서 사고위험도 다분하다. 무시하고 지나가는 차들은 바로 옆 인도에 물을 튀어 오르게 해서 행인들을 불편하게 하고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차량은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교통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봐야 한다.
 -10월 24일(월) 
여전히 도로로 물이 튀어 올랐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제보를 해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하수도과에 전화해서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광양시 전 지역에 침수되는 구간에 대해 순차적으로 공사를 진행 할 예정이며 올해 공사는 발주된 부분에 대해서는 내년 3월말까지 마무리 할 계획, 목성리 광양여고 앞 공사는 우시장 사거리까지가 공사구간이며 올 12월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낡은 하수관을 파내고 새로운 하수관을 묻어야 하는데 물이 고여 있으면 양생이 어려워서 물을 퍼낼 수밖에 없다. 공사시간은 아침 8시부터 5시까지, 출퇴근시간. 등교시간에도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장비협회 등 공사와 관련된 모든 업체들이 시간을 맞춰서 하기 때문에 시간조절은 불가능한 상황, 광양지역은 그래도 타 도심에 비해 비교적 교통혼잡이 덜하다. 시민들의 불편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민원을 다 받아 줄 수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비슷한 공사는 어떤 공사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입장을 설명했다.
사실 확인과 제보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아침 출근 길, 일부러 광양여고 앞을 지나왔고 제보자의 말대로 흙탕물이 인도로 튀는 지를 보려고 비오는 날 오후에 또 일삼아 그 곳을 가보았다.
도심지역 침수를 사전에 예방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시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그와 관련된 시민이 겪는 불편함에도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수도정비공사도 시민을 위한 일, 그로 인한 불편함을 덜어주는 일도 시민을 위한 일.
공사업체 달래서 공사 진행 하랴,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시민들의 민원 받아주랴 공무원들 고생하는 거 모르는 시민도 물론 없다.
아침 출근 길 불편함을 감수하던 제보자가 기자에게 제보한 내용 그대로 장문의 글과 사진을 시청 게시판에 비공개민원으로 올리자 10월 27일 오전 담당자로부터 답변이 왔다고 했다.
답변내용은 ‘공사 초기 공사구간에서 발생되는 지하수를 배수하기 위해 도로변으로 방류되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 사과드리며, 개선조치를 완료하고 배수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후 공사가 진행되어 차츰 구간이 멀어질 수도 있었을 테고 어쨌든 그 이후로 목성리 광양여고 앞 하수도정비 공사장은 조용하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다소 예민한 우리의 용감한 시민 제보자는 불편함을 살짝 더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제보자는 “결국 그렇게 조치를 취하고 민원을 해결해 줄 거였으면, 처음부터 예상되는 불편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공사를 시작했더라면 서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편의를 위해 해야 하는 모든 공사는 아침시간에는 출근과 등교가 어느 정도 끝나는 시간에 시작했으면 좋겠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 방안이나 대책을 세워놓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세금을 내는 시민을 배려하는 모습이 아닐는지….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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