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은 홍콩과 인접한 도시다. 
선전에서 홍콩으로 건너가려면 페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통해서도 갈 수 있다. 
선전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통로 중 하나는 선전의 로후역에서 입국절차를 거친 후 홍콩메트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홍콩을 가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되는 관문인 로후에는 상당한 규모의 짝퉁시장이 형성되어있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들을 취급하고 있을까? 없는 게 없다. 가방부터 시계, 옷 그리고 전자기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러한 짝퉁시장이 그냥 시장 좌판처럼 구성된 것이 아니라 일반 백화점처럼 형성 되어있다는 것이다.
상업성(商業城)이라 불리는 이 짝퉁 백화점은 선전 지하철 1호선 로후역 B출구로 나가면 바로 보인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놀러 온 학교 선배와 함께 구경을 시작했다. 
1층에 첫발을 들이자 마자 호객꾼들이 몰린다. 이들은 손님얼굴만으로 국적을 구별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리고 그 구분한 국적의 언어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짝퉁시계? 짝퉁가방? 있어요! 오빠, 형, 삼촌 여기! 여기!’ 
어눌한 한국말이 쏟아진다.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으며 눈길도 주지 않고 갈 길을 갔다. 
승강기를 타고 맨 꼭대기 층으로 향하는데……. 아뿔싸, 호객꾼 중 한 명이 끈질기게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며 자기 가게로 유도했다.
못이기는 척 한번 따라가 주었다. 
가게 규모는 그냥 동네 구멍가게보다 작다. 동대문 두산타워의 옷매장 하나 정도 크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번쩍번쩍 빛나는 명품 시계들을 진열하고 조명을 쏴댄다.
나는 이미 시계도 있고, 지갑도 있고, 가방도 있어서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같이 간 선배는 시계가 없다며 관심을 보였다. 취급하는 브랜드는 롤렉스, I.W.C, 몽블랑 등과 같은 최고의 명품들이었다. 
사실 학생이기에 그런 시계의 가격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도대체 얼마 짜리를 취급하는 걸까 하고 인터넷에 쳐보았다. 세상에, 몽블랑 브랜드의 시계는 1,000만원을 호가했다.
조심스레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1000이긴 같은 1000이었다. 하지만 1000위안…. 요새 환율로 17만 원 정도다. 
직원들이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영어를 꽤 잘했다. 그래서 “짝퉁인거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왜 이렇게 비싸게 파냐?”고 다그쳤다. 
그랬더니 원하는 가격을 계산기에 쳐보란다. 
200을 적었다. 안된다고 한다. 그럼 잘 있으라고 했다. 350에 하자고 한다. 200 아니면 안한다고 했다. 그럼 두개를 사면 개당 200에 주겠다고 한다. 
나는 이미 시계가 있어서 하나만 있으면 된다. 200에 안 팔거면 이야기를 끝내자고 했다. 200에 주겠다고 한다.
1000만원을 호가하는 시계가 5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200위안이 되었다.
분명히 불법이다. 분명히 불법인 이 시장이 어떤 논리로 이렇게 성행하고 있으며 대놓고 장사를 해도 잡히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너무 거대하고 너무 당당하게 장사를 하고 있어서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웠다. 한국에서는 짝퉁을 팔던 일당을 검거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아마 이 사람들이 그런 ‘일당’들과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니 더 께름칙했다.
아무튼 선배는 200위안에 시계를 구매했고 아직까진 잘 간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같이 생활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도 로후에서 시계를 구매 했었는데, 친구와 장난을 치던 중 시계 알이 ‘쏙’하고 빠졌다고 한다. 
웃기면서 슬픈 웃픈이야기였다.  
 
황준영(경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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