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온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우리 사회는 기부나 나눔과 같은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친다. 그 출발점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런 행위들은 일반적으로 좀 더 많이 가진 자가 좀 더 적게 가진 자를 돕는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원봉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기부의 사전적 의미는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재물을 무상으로 내줌’이라고 한다. 자원봉사는 자원봉사활동기본법 제3조 1항에 ‘자원봉사활동이란 개인 또는 단체가 지역사회·국가 및 인류사회를 위하여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기부와 자원봉사의 문자적인 공통점은 ‘무상으로’, ‘대가없이’라는 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자원봉사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면, 기부는 그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사회단체나 종교단체에서는 각종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대가없이 자발적으로’ 기부금 전달, 여러 가지 물품후원,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자신들이 어느 단체에서 왔는지 소속을 밝힌다. 물론 이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간과 노력을 제공’한 만큼 보이지 않는 보상을 챙기려는 심리가 문제인 것이다.
미국의 내과의사 앨런 룩스(Allan luks)는 일주일에 8시간 이상 봉사에 임하는 자원봉사자 3,000명 중 95%가 심리적 포만감을 경험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의 저서 ‘선행의 치유력’(2001)이라는 책에서 심리적 포만감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용어로 소개하였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남을 돕고 난 사람들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단순히 기분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고 엔돌핀이 평소 3배 이상 생성되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것은 ‘재물을 무상으로’ 내주는 것과 누군가에게 ‘시간과 노력을 제공‘ 하는 행위 자체가 그 행위를 하는 당사자에게 벌써 충분한 보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고 말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준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행위를 하는 당사자가 많은 것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족하다. 이것 말고 또 다른 무엇을 기대하고 바란다면 그것은 욕심이다.
연말이 다가온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사회 곳곳에 널리 그리고 깊이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도현 시인의 시 한 소절이 생각난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우리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인 것을 다 안다. 한평생을 살면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때론 뜨겁게 해 준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은 멋지고 값진 삶을 산 것이다. 사람노릇하며 사람답게 살다 간 인생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 가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최영복(목사, 광양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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