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학교들도 겨울방학 중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핑계로 집돌이를 하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설을 쇠고 돌아온 친구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친구들과 珠海(ZhuHai, 주해)에 있는 御温泉(YuWenQuan, 위온천)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현장에서 표를 사는 것보단 淘宝(TaoBao, 타오바오)에서 사는 것이 가격이 더 저렴했기에 인터넷 표를 구매했다. 입장료는 1인당 135위안이었다. 
온천까지는 자동차를 렌트해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K5정도 사양의 자동차는 하루 빌리는데 400위안이었다. 선전에서 주해까지의 거리는 170Km정도로 2시간 정도는 이동해야 한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차에서 먹을 음료수와 간식을 사고 다함께 출발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해 보았다. 내가 얕보았을까? 중국의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도로주변의 풍경은 굉장히 색달랐다. 한국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면 도로 양옆으로 보통 산이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지평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끊임 없이 지평선이 보이고 아주 가끔 산이 보인다. 역시 대륙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끊임없는 길을 따라서 2시간을 달려 주해에 도착했다. 
요금소에서 요금을 지불하는데 중국의 고속도로 이용요금은 생각보다 많이 비쌌다. 
160Km정도 구간에 130위안(한화 약 21,000원)을 지불했다. 온천에 들어가기 전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인터넷 표를 휴대전화 화면에 띄우고 매표소로 갔다.
선전은 광동성에 있지만 보통화(중국의 표준말)를 사용한다. 경제특구가 되면서 유입된 인구가 95%에 육박하기 때문에 보통화를 사용한다. 하지만 주해는 달랐다. 
주해는 광동화(광동어)를 사용한다. 매표소에서 굉장히 놀랐지만 다시 돌아보니 놀랄 일도 아니었다. 보통화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기에 광동화도 조금 이해할 줄 알았지만 그건 속단이었다. 서울말과 부산말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새로운 외국어를 듣는 기분이었다.
보통화를 구사하는 직원 덕에 티켓발매에 성공했다. 온천에 입장하니 가장 먼저 마주한건 거대한 라커룸이었다. 
지난번 목욕탕 편에서 다뤘던 것과 동일한 전자식 열쇠를 가지고 라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한국의 온천은 라커에서 바로 탕으로 들어가게 된다. 중국의 경우 라커룸과 붙어있는 샤워장에서 먼저 샤워를 하게 된다. 샤워부스가 죽 늘어서 있었다. 어림잡아도 50동은 되어 보였다. 항상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샤워를 마치고 준비한 수영복을 입고 노천탕으로 향했다. 
탕에 들어가기에 앞서 죽 둘러보았다. 이것저것 탕의 종류만 어림잡아 30여개였다. 그중 이색적인 탕을 골라 들어갔다.
중국의 바이주(백주/고량주)를 섞은 백주탕과 커피 물을 채워둔 커피탕 그리고 다양한 약초들을 끓여낸 약초탕 등을 이용했다. 
효능은 제각각 친절하게 설명되어있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물의 온도가 뜨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 좋은 온도도 아니어서 굉장히 애매했다. 몸을 완전히 푸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차가운 온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상 깊었던 것은 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으면 직원들이 쟁반에 음료수를 들고 다니며 제공한다. 물론 무료제공이다.
어느 정도 온천을 즐기고 휴게실로 들어왔다. 갖가지 과일과 빵 그리고 음료수가 무료 제공된다. 
건물의 2층에는 개인 온천탕을 대여할 수 있었다. 시간당 200위안이었다.. 딱히 개인 온천탕이 필요하지는 않았기에 이용하지 않았다.
방학의 막바지를 맞이해서 기획한 온천여행이 완벽하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바깥바람도 많이 쐬고 신기한 탕들도 많이 들어가 봐서 즐거웠다. 항상 느끼지만 중국의 모든 것들은 규모가 크고 뭔가 특이하다. 
그리고, 그 특이한 것이 오롯이 특이한 느낌일 때도 있고, 모자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황준영(경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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