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레슨을 받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는 양념이 들어갔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냉정하게 들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연습할 때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발라드를 부를까 했는데 전국노래자랑 분위기와 저의 음색이 트로트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우연이의 노래 ‘몰랐네’를 선곡하고 이 노래를 한 천 번은 부른 것 같아요.”
 
지난 5일, KBS전국노래자랑 광양시 편에서 ‘몰랐네’를 열창해 최우수상을 수상한 조순애(55)씨.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렇게 폭풍 가창력이 나올까? 마산이 고향인 조 씨는 고등학교 시절 성악을 공부했고 성악으로 대학을 가고 싶어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회사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나 결혼, 한 살배기 큰 아들을 안고 광양으로 온 지 34년 됐다. 노래가 하고 싶은 조 씨는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노인요양시설, 장애인 복지시설, 버스커 공연으로 노래봉사 재능기부를 하던 조 씨는 주위의 권유로 노래자랑에 나가게 됐다.
 
조 씨는 오전에는 중장비 사업을 하는 남편의 사무실 일을 봐주고 오후에 봉사를 하거나 노래연습을 한다. 조 씨는 자식농사 다 짓고 나니 시간도 많고, 좋아하는 노래 맘껏 부르며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하는 일이 있어 바쁘다 보니 봉사단체 어느 한 곳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요청이 오면 언제라도 두말 않고 달려가고 있다고 한다. 
 
“처음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때는 긴장도 많이 됐지만 봉사활동을 통해서 무대에 서는 용기도 생겼고 노래실력도 늘었습니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좋은 일을 한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내가 더 단단해지고 삶이 풍요로워졌어요.”라며 “봉사는 더불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조 씨의 소박한 꿈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연말에 결선 무대에 서는 것과 노래를 하고 싶지만 평범한 주부, 직장인 등 여건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반주기, 음향, 스피커, 마이크 등등 완벽한 장비를 갖춘 연습실을 마련해서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작은 체구가 뿜어낸 노래 실력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 조 씨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빈손으로 시작한 남편의 사업은 어느 시점엔 성공한 듯 했지만 부도를 맞기도 했다.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어 어려운 친구를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만 아이 양육을 위해 공공근로를 할 정도로 힘든 시절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속은 시커멓게 타도 겉으로는 항상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려고 했어요. 노래하는 것이 일상이기도 했고 삶이기도 했고 꿈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살려고 애쓰다 보니 정말로 그렇게 됐어요.”라며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큰 상을 받아 이제 그 꿈을 얼마쯤은 이룬 것 같아요. 꿈이 없는 사람은 빨리 늙습니다. 앞으로 남은 생은 열심히 노래 부르며 봉사활동 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의지를 다지는 저에게 이번 상은 다시 용기를 준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최우수상을 받던 날, 조 씨는 울었다고 했다. 노래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지만 이면에는 상처도 많았다고 한다. 노래로 인연을 맺게 된 ‘어떤 이’가 재능기부로 봉사활동하기를 좋아하는 조 씨에게 ‘이러이러한 무대가 있는데 한 번 가볼래? 하고 의향을 물으면 조 씨는 “재능기부 하는 거 맞죠? 돈 받고 하는 거 아니고 그냥 봉사하는 거 맞죠?”하며 확인까지 하고 직접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부산 등 먼 곳 까지 따라 나섰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조 씨를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겼다. 그런 일을 몇 차례 겪으면서 조 씨가 받은 상처는 말할 수 없이 컸다.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게 해 준 그 ’어떤 이‘에 대한 고마움보다 더 큰 배신감에서 오는 상처는 ’오직 노래를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노래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꾼 조 씨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앵콜 송을 부르던 조 씨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선명하게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고 했다.
 
조 씨는 “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시기와 질투가 들어차서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삶이 그냥 작아지고 볼품없어 집니다.노래로 봉사하는 삶,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런 삶을 살며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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