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지난 후 필자가 근무하는 호텔에도 변화의 시기가 왔다. 
많은 사람이 퇴직 후 고향으로 떠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가장 먼저 변화가 시작된 부서는 컨시어지였다. 설을 쇠고 돌아온 동료 3명이 한 달 만에 떠나고 현재 2명의 새로운 동료가 입사해 일을 익혀가고 있다. 
필자가 속한 GR(Guest Relations) 부서도 마찬가지다. 
다음 주 월요일엔 반년을 함께 일한 동료 3명이 떠나간다.
자세한 사정은 이야기 해주지 않았지만 한 명은 상사와의 문제를 견디지 못했고, 다른 한 명은 다른 호텔의 더 높은 직급의 자리를 제안 받아 이직을 결정했다. 
마지막 한 명은 고향에 계시는 홀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져서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업무 중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않았다. 
그들도 말을 잘 안하는 편이었고, 필자 또한 필요 이상의 이야기는 오히려 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사드 이후의 상황에서는 더욱 말을 아꼈다. 
총 7명인 우리 팀에서 3명이 빠지게 되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서로가 분담했던 업무가 한사람에게 몰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업무에 대한 걱정보다도 아쉬움이 컸다.
중국에 유학오고 일을 시작할 때의 필자는 병아리였다. 중국어는 물론이고 업무적으로도 굉장히 떨어졌다. 전자 우편 답장부터 고객 응대까지 모든 것이 어려웠고 혼란스러웠다. 
그때 도와주고 알려준 동료들이 이제 떠난다고 한다. 몇 번이고 동료들 덕에 위기를 넘겼고, 중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었다.
나이 상으로도 필자는 제일 어렸다. 그래서인지 동료들은 ‘친누나’같았다. 
밥을 잘 먹지 않을 때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느냐며 걱정해주었고 회사 근처의 한식당을 찾아 알려줬다. 중국어가 서툴러 손님과의 대화에서 당황하고 있을 때면 어디서든 달려와 대신 응대해 주었다. 
주말에 심심해하는 필자에게 선전에서 놀 거리를 찾아주었고 같이 놀아주었다. 그런 ‘누나’들이 떠나간다고 하니 너무 섭섭했다.
중국에서 처음 만난 나의 친구들이고, 누나들이고, 동료였다. 
반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같이 일을 하고 이따금씩 사석에서 만나 시간을 보내며 정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있는 오늘 请客(QingKe, 칭커)를 했다. 
请客(QingKe, 칭커)는 중국문화중 하나다. 친구나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계산을 하는 것을 이른다.
식사 중 호텔에서 만났던 인상 깊었던 손님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처음 우리가 만나서 일을 시작하던 때를 이야기하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그리고 필자는 모르고 있던 새로 오게 될 동료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순히 외국인 동료가 아니라 한사람의 동료로 받아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고마웠다. 
절망적인 필자의 중국어 실력과 답답한 업무진행에도 군소리 않고 도와주고 지도해준 동료들이 고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반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일하고 웃고 이야기해왔다. 
이제 서로 다른 지역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나며 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일하고 나누었던 공감대는 잊지 못할 것 같다. 
필자에겐 마치 초등학교 동창과 같은 존재들이다. 처음을 함께 하고 동시에 가장 많은 일을 함께 한 친구들이다.
이제 친구들이 떠나고 새로운 동료가 올 것이다. 서로의 안녕을 빌고 그동안의 감사를 말하며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며 헤어졌다. 모자란 필자를 챙겨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다.
황준영(선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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