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에 노출된 [인일(人日)]은 음력 1월 7일을 뜻하며, 이날 일곱 가지 나물로 국을 끓여 먹고, 사람 모양의 각종 장식물을 만들어 병풍에 붙이는 등의 풍습이 있었다.
1월 1일부터 6일까지 각각 차례로 닭, 개, 양, 돼지, 소, 말을 점치고 나서, 7일에 사람을 점치고, 8일에 곡식을 점을 치는 순서다. 기후가 청명하고 온화해 번식과 안태를 알 수 있고, 기후가 음한하고 참렬하면 질병과 쇠모를 미리 알 수가 있단다. 시인은 정관 연간 인일에 황제가 흔쾌하게 맞이하니, 십점의 병풍 깊이 충정이 배어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人日偶閱唐史(인일우열당사)
  / 매천 황현
인일에 황제 흔쾌 맞이한 정관 연간
십점의 병풍 깊이 충정이 배었구나
위현성 부끄러웠겠네 천년토록 홀연히.
貞觀人日帝欣迎   十漸屛深媚嫵情
정관인일제흔영   십점병심미무정
不見卿來碑忽仆   千秋流汗魏玄成
불견경래비홀부   천추류한위현성
 
정관 연간 인일에 황제가 흔쾌히 맞이하니(人日偶閱唐史)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정관 연간 인일에 황제가 흔쾌하게 맞이하니 / 십점의 병풍 깊이 충정이 배어나는구나 // 경을 보지 못하자 비를 홀연히 엎었다가 / 천년토록 위현성에게는 부끄러워했었네]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정관 인일 황제 흔쾌 충정 배인 십점 병풍, 비가 홀연 엎었다가 위현성에 부끄러워’라는 화자의 상상력이다.
 
위 시제는 [인일에 우연히《당사》를 읽다]로 의역해 본다. 시어로 나온 [정관(貞觀)]은 당나라 태종의 연호로 627년부터 649년까지의 재임기간에 사용되었다.
태종은 방현령, 두여회, 위징과 같은 명신들의 보필을 받아, 중앙집권을 강화하고 각종 율령을 정비했다. 돌궐과 토번까지도 아우르는 성대를 이루었는데, 이때의 훌륭한 치적을 가리켜 ‘정관의 치’라고도 했다. 이어지는 ‘십점(十漸)’은 정사를 하는데 있어서 저지르기 쉬운 열 가지의 잘못될 조짐이라는 뜻으로, 당(唐)나라의 명재상인 위징이 태종에게 이런 주소(奏疏)를 올렸단다.
 
시인은 인일(人日)에 흔쾌하게 맞이하고 싶었음을 알게 하는 시상의 모양을 갖추어 간다. 그래서 정관 연간 인일에 황제가 흔쾌하게 맞이해 주었으니 십점의 병풍 깊숙하게 충정이 배어나고 있다는 선경의 모양을 잘 갖추게 된다. 당황제의 당당했던 모습 아니 오늘에 되살리는 의젓함까지도 잘 알 수 있게 한다.
 
화자는 황제의 아랫자리인 경(卿) 벼슬에 있는 자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렇지만 전한 후기의 훌륭한 정치가인 위현성의 정치 철학의 상위의 바탕에 올려놓는다. 그래서 경을 보지는 못하자 비를 홀연히 엎었다면서 천년토록 위현성에게는 부끄러워했다는 후정의 시상을 읊고 있다. 위징이 죽자 태종이 직접 비문을 지어 내릴 정도로 애통해했었다고 한다.
 
貞觀: 정관. 人日: 인일. 帝欣迎: 황제를 흔쾌히 맞이하다. 十漸: 십점. 屛深: 병풍이 깊다. 媚嫵情: 충정이 배어나다. // 不見卿來: 경을 보지 못하다. 碑忽仆: 홀연히 비석을 엎다. 千秋: 천년. 流汗: 땀을 흘리다. 부끄러워하다. 魏玄成: 위현성(위징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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