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사 주지 정륜 스님

 

부처님이 세상에 온 이유, 자신이 바로 부처라는 것을 깨달으라는 깊은 뜻
 
‘광양 땅은 몰라도 ‘상백운암’을 모르면 스님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광양 백운산 상백운암은 도선국사, 진각국사와 같은 우리나라의 많은 큰 스님들이 수행 정진한 곳으로 알려진 ‘천하지 제일길지((天下之 第一吉地)’로 꼽는다.
 
5월 3일은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 
 
상백운암에서 수행을 하고 백운사 주지스님으로 있는 ‘정륜 스님’을 만났다.
 
“2561년, 인도 카필라 왕국에서 태어난 부처는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어머니를 잃었고 이모 손에 자랐다. 부처님이 태자시절, 소가 쟁기로 밭을 가는데 벌레가 나왔고 그 벌레를 새가 물고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본 후 생명의식을 느꼈고, 왜 사람이 죽는 것일까?, 생로병사에 대한 고민을 하다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출가해 도를 깨쳤다.”
 
불교는 신을 섬기는 종교가  아니라 내가 누군지를 깨닫는 종교라고 정륜 스님은 말한다.
 
“어느 때가 나인가? 어릴 때의 내가 나인가? 어른이 된 내가 나인가? 늙었을 때의 내가 나인가? 죽었을 때의 내가 나인가? 우리는 하루에도 50만 가지 생각을 한다.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왜 태어났고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정륜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끝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스님은 “내가 있으니까 부처님도 생각하고 하나님도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없더라도 세상은 존재한다. 그러나 내가 없는데 세상이 존재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느 때의 내가 나인가?” 
스님이 묻는다. 
 
“부처님은 당신이 왜 태어났고,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생로병사에 대한 고민을 하다 출가를 결심했다. 카필라 왕국의 왕인 아버지에게 출가를 하겠으니 허락을 해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너의 소원이 무엇이든 다 들어줄 테니 왕위를 잇고 나라를 융성하게 하라’고 하자 부처님이 말했다. ‘내 소원은 죽지 않는 것이다. 소원을 들어주면 출가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죽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
 
귀하고 귀하구나! 삼라만상이 다 불성을 다 가지고 있구나! (화엄경)
 
부처는 그렇게 출가 했고, 붓다가야 금강좌대 길상수 밑에 앉아 새벽 별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스님은 “불교는 철저하게 내가 누군지를 깨닫는 종교”라고 거듭 말한다.
 
사람들은 초파일 아침, 연등을 켜고 대웅전 불상 앞에서 복을 빌기도 하고 건강을 기원하기도 할 것이다.
불상이 만들어진 까닭은 부처님이 설법하러 간 사이에 부처를 따르는 자들이 그를 향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부처님 형상을 만들어 절을 하게 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설법에서 돌아온 부처님이 그걸 보고 “후세사람들은 내 형상 앞에 떡과 과일을 갖다 놓고 복을 빌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것은 낮은 차원의 불교라 할 수 있다. 기복신앙이다. 실제로 법당에 불상을 조성해 놓은 이유는 쇠로 만든 불상은 용광로에 녹을 것이고 돌로 만든 불상은 망치로 깨질 것이며, 또 나무로 만든 불상은 불에 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상을 모시는 것은 ‘부처님이 깨우쳐서 부처가 됐듯이 부처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부처라는 것을 깨닫도록 하라는 뜻”이라고 부처님 말씀을 전한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삼라만상, 시방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내 일심, 내 마음, 내 참 성품임을 깨우치라는 깊고 큰 뜻에 있다는 것.
 
효봉 스님의 일대기와 경허 스님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 책을 챙겨주는 스님의 배웅을 받으며 산문을 나섰다.
 
불기 2561년 사월 초파일, 그 하루만큼은 아무데고 부리던 마음 한데 모아 내가 누구인지를 성찰하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야겠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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