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가 탄핵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아야 하고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필자는 태어나서 딱 한 번 대선을 치러보았다. 육군에서 복무하던 중에 치렀던 18대 대선이었다. 당시 당선자가 탄핵 되고 새로운 대선이 돌아왔다. 18대 대선에도 부재자 투표를 치렀고 이번에도 해외체류중이기에 국외부재자투표를 치렀다.
해외에서 거주중인 대한민국 국민은 국외부재자투표 혹은 재외국민투표를 치르게 된다. 재외선거인의 경우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은 취득한자에 해당한다. 즉,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이다. 필자의 경우 국내에 주민등록은 되어있으나 학업과 업무의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 중인 사람으로 국외부재자투표에 해당된다.
국외부재자투표를 위해선 사전에 등록과 신청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인의 한글성명과 영문성명 그리고 거주지와 여권 번호 등의 정보를 기입하고 전자 우편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처음에는 국외에서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찾아가야 하는 건가하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는 기분이 들었다. 절차가 복잡했다면 나의 권리를 위해 내 스스로가 고생해 쟁취한다는 생각이 들것도 같았다.
국외부재자투표신청을 완료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광저우 영사관에서 메일이 왔다. 필자가 거주하는 선전에서 광저우로 투표를 하러오는 국민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요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배차를 한다고 했다. 후에 나온 시간표와 지역을 확인했을 때 역시 선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저우까지의 셔틀버스 노선 중 선전이 가장 많았다. 강문이나 중산의 경우엔 배차가 되지 않았다. 확실히 광동지방에서 광저우와 선전이 가장 대도시이고 한국인이 많이 거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필자는 광저우로 가지 않았다. 필자와 친구들은 홍콩으로 향했다. 투표를 마치고 조금이라도 놀다가 올 심산이었다. 그렇게 하기에는 아무래도 광저우보단 홍콩이 좋았다. 지난 4월 25일부터 30일까지의 재외 투표 기간 중29일 토요일에 홍콩으로 향했다. 홍콩은 한 번씩 가곤했지만 투표를 위해서 홍콩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왠지 설렜다.
한 가지 걱정은 중국의 노동절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홍콩으로 여행가는 인파였다. 통상 홍콩으로 넘어가는 경우 출입국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30분정도다. 그리 길지 않은 편이지만 연휴인파와 겹치게 되면 굉장히 지체된다. 친구 한명이 추석에 홍콩을 가다가 2시간정도를 기다렸다는 소식도 들었던 터라 더욱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지체되진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인 영향도 있었겠지만 웬일인지 우리일행은 줄을 잘 섰다. 홍콩으로 넘어오고 나서 미리 조사해둔 교통편을 이용해서 손쉽게 홍콩 대한민국 영사관에 도착했다.
필자의 두 번째 맞는 대통령 선거이자 첫 번째 국외투표를 위한 장소에 도착했다. 영사관은 생각보다 협소했다. 일반적인 빌딩 한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미리 알아보지 않았더라면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런 표지판도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영사관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필자의 일행 4명만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박근혜씨 탄핵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도 이렇게 투표를 안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홍콩이기에 그럴 것이라고 위안 삼았다. 광저우에서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려 투표를 하리라…….
투표소로 들어가기 전 여권을 통해 신분을 확인하고 오른쪽 엄지의 지문을 스캔한다. 그 후 주어지는 투표용지와 발송용 봉투를 받아 투표소로 들어간다. 국내투표와 다른 점은 발송용 봉투뿐이었다. 그렇게 필자의 두 번째 대선투표가 끝났다.
누군가를 찍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이상이 다를 것이고 사람에 대한 견해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견해와 생각을 표현하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 찍을 사람 없어서 나는 이번에 투표 안 할 거야’라는 이야기를 가끔씩 듣곤 했다. ‘그렇다면 무효표라도 찍어라’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우리는 국민이다. 우리가 주권자다. 주권자가 입을 다물고 있다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아무도 우리를 위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효표를 던지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던 투표를 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의견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5월 9일 투표일엔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
황준영(선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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