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지역에는 사립예술고인 전남예술고와 공립 예술고인 진도국악고가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예술고는 모두 서부권에 편중되어 있어 동부권 학생들의 예술교육 수요 충족에는 한계가 있다. 전남예술고의 미술과 학생이 연습실에서 그림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전라남도교육청이 동부권 학생들의 예술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건립하는 동부권 창의예술고가 광양에 들어선다. 도립미술관 유치에 이은 공립예술고 유치는 그 동안 산업도시로만 각인된 광양의 도시이미지를 문화예술도시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공립 예술고가 지역 문화예술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다. 또, 학교 유치과정에서 광양시가 전남도교육청에 제시한 지원책이 지나치게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광양만신문은 광양시에 건립될 가칭)창의예술고의 성공적인 운영방안 모색을 위해 기존 지방 예술고들의 운영실태와 해외 예술교육 등을 취재, 보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지역 축제에 참가해 공연을 펼치고 있는 진도국악고 학생들. 예술고 학생들의 재능기부활동은 무대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남도교육청이 광양에 설립키로 한 동부권 예술고, 가칭)창의예술고는 당초 광양커뮤니티센터를 리모델링해 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이었다.
전남도교육청이 동부권예술고 설립을 추진한 것은 장만채 교육감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전남지역 예술고가 서부권에 편중되어 있어 동부권에 거주하는 예술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예술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전남지역에는 사립예술고로 무안에 전남예술고등학교가, 공립예술고로 진도에 진도국악고등학교가 있다. 2개의 예술고가 모두 서부권에 편중되어 있어 동부권 학생들의 예술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당초 광양커뮤니티센터를 리모델링해 설립할 예정이었던 창의예술고는 리모델링을 위한 설계가 진행되던 중 커뮤니티센터 건물이 학교 용도로 맞지 않고, 리모델링에 신축에 버금가는 과다한 사업비가 소요된다는 이유로 신축을 통한 설립으로 변경되었다.
갑자기 학교설립 방침이 변경되면서 광양시의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광양시의회가 학교 신축계획 변경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의회 승인이 3차례나 거부되다 지난 3월에야 변경안이 의회의 승인을 얻는데 성공했다.
▲ 진도예술고의 인간문화재 초청 수업 모습.
음악과 2개반과 미술과 1개반 등 학년당 60명씩 총정원 180명 규모로 설립이 추진되는 창의예술고는 광양커뮤니티센터 인근 3만5,649㎡의 부지에 신축되어 당초 예정보다 1년 늦은 2019년 3월 개교하게 된다.
창의예술고 설립 계획 변경에 대해 광양시는 시민들의 커뮤니티센터에 대한 다양한 활용을 보장하고, 예술중-예술고 병설로 토지이용의 효율화를 도모하며, 향후 커뮤니티센터에 예술관련 대학을 유치해 예술중-예술고-예술대학으로 이어지는 예술교육의 메카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교육청 관계자는 “예술교육 특구를 조성하고자 한다는 광양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신축계획이 변경된 것”이라며, “광양시가 예술중학교 설립을 건의해 왔고, 광양시 건의를 검토한 결과 그 것이 교육적으로 타당한다고 판단해 신축으로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광양시는 동부권 예술고 설립을 위해 학교 부지를 전남도교육청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시설비의 25%에 해당하는 75억2,500만원을 지원하게 된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5억원이 증액된 것이다.
예술고 설립 변경안에 대한 광양시의회의 승인을 얻음에 따라 전남도교육청은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교육부의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교육부의 재심사는 오는 8월 중 예정되어 있다. 교육부의 재심사 절차를 마친 후 도의회로부터 공유재산변경과 관련된 승인을 얻아야 한다.
이와 관련, 전남도 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도의회에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설명을 마친 상태”라며, “도의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계획 변경이 최종 확정되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시설공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설예정인 창의예술고의 정원에 대해서는 “동부권 학생들의 수요를 고려해 정원 규모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 전남예술고 학생들의 신입생연주회 모습.
 
예술교육은 그 특성으로 인해 일반교육에 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교육청에서 학교 설립이나 운영 관련 경비를 전적으로 부담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전남도교육청은 학교 설립 위치 선정에 앞서 예술고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학교 설립에 따른 자치단체의 제안을 접수했고, 이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지난 2015년 11월, 지역선정위원회를 열어 광양을 최종 설립 대상지로 발표했다.
광양시는 학교 설립을 위한 부지 및 시설비 지원과 함께 다양한 운영비 지원도 약속했다.
광양시는 지역에 설립되는 예술고에 매년 10억원씩 10년간 100억원을 지원하고, 원어민교사와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 등 글로벌 외국어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관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예능 꿈나무 육성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백운장학회의 장학금을 활용해 1인당 연간 100만원씩 예술고 재학생 38명에게 38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광양시의 이러한 운영비지원액은 어떻게 활용될까?
전남도 교육청 관계자는 “예술고 신축시 필수적인 교육 기자재는 일단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하지만, 광양시의 지원도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은 지자체 지원으로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학교 운영에 필요한 필수 기자재는 교육청 예산으로 확보해 주지만, 예술교육에 필요한 기자재는 자치단체 지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 전남예술고 무용 전공학생의 발표회 모습.
지방에 소재한 신설 예술고의 가장 큰 과제는 학생모집이다. 예술교육 특성화 학교는 전국단위로 학생들을 모집하게 되고, 현실적으로 우수한 자원은 수도권 예술고들에 편중된다.
전남예술고의 위홍주 교장은 “예술분야 교육의 경우 학교에서의 지도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학원과외를 선호하는데 지역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위 교장은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 목적인데, 예술 계통에는 류(流)가 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류를 타지 않으면 대학에서 선발을 안해 주는 룰이 있어 아이들이 방학을 이용해 서울로 유학을 떠나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방예술고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수급이다. 전남지역에 소재한 전남예술고와 진도국악고는 모두 올해 신입생 모집에 있어 정원을 채웠다.
 
전남도내 유일한 공립예술고인 진도국악고등학교의 이숙희 교장은 “예술고는 전국단위 모집이다 보니 신설학교라도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만 나면 학생 모집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진도국악고는1982년 개교한 석교고등학교가 전신이다. 이 학교는 2008년, 예술계열 특수목적고로 국악과를 신설한데 이어 2013년 진도국악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국악계열 유일의 공립 특수목적고인 진도국악고등학교는 개교 후 지난해까지는 정원을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정원을 채웠다.
지난 해 3월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한 이숙희 교장은 “국악에 특화된 학교라는 점에서 전국 단위 홍보가 될 경우 학생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설립된 지 얼마 안돼 아직 우리 학교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 예술고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것보다 국악고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장은 광양에 설립이 추진되는 창의예술고에 대한 광양시의 지원 계획과 관련, “정원 180명인 학교에 지자체가 연간 10억원을 지원한다면 ‘달나라라도 갈 수 있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공립 예술고 운영의 문제에 대해 이 교장은 “일반계 고등학교와 달리 예술고는 감사도 많고, 연습실 관리도 많이 해야 하는데 교육청 예산은 일반고 기준으로 편성되어 있다. 현재 전남도내에서 우리가 유일한 공립예술고이다 보니 도 교육청에 무언가를 요구하더라도 기준이 없다. 광양에 예술고가 생기면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예술은 돈이 많이 드는 교육이고, 거기에 맞춰 예산 편성을 해주어야 하는데 공립예술고의 경우 일반고 기준으로 예산편성을 해주니 학교 운영이 쪼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서로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른데, 평가도 일반고 기준으로 받아야 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이 교장은 신설 예술고의 학생확보 방안에 대해 “좋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교육을 잘하면 학생은 전국에서 찾아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교사가 좋아야 하지요. 수준 높은 예술교육을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되어 합니다. 음악의 경우에 있어 특히 서양음악은 대부분 우수한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빠지고, 남는 학생들이 오게 되는데, 정말 잘 가르친다면 좋은 학생들이 오게 될 것입니다. 또, 졸업한 학생들이 좋은 대학을 간다는 학교의 전통을 잘 만들어 나가고, 학교 시설은 물론 교육환경이 좋다는 소문만 나면 구름같이 몰려올 것입니다. 그렇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교사들의 마인드도 중요합니다.”
이 교장은 지자체의 지원과 관련, “예술 교육에 필요한 악기나 교육기자재들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황망기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