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다양화 중요…학과간 장벽 없애는 크로스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의 생각 열어줘야
 
▲ 진주에 소재한 경남예술고등학교 입구 모습.
현재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예술교육 특수목적고는 28개가 있다. 이러한 28개의 예술고 중 앞서 살펴본 진도국악예술고나 원광정보예술고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학교들은 특수목적고가 아니라 예술교육 특성화고등학교이다. 이러한 특성화고등학교와 특목고인 예술고는 신입생 유치를 두고 경쟁관계에 처할 수밖에 없다.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 경남 진주에 경남예술고가, 부산에 한국조형예술고와 부산예술고, 브니엘예술고가 있는데, 이들 학교들은 모두 특수목적고등학교이다.
광양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진주의 경남예고(교장 김영수)는 전남 동부권 학생들이 더러 진학하는 학교이다.
특목고의 경우 과학고나 외국어고와 같이 수월성교육이 가능하고, 사립 예고의 경우 대부분이 자립형사립고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경남예술고의 김신곤 교감은 “예술수월성 교육을 하려면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학생수급이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2020년이 되면 학령인구가 18만명이나 줄어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예술교육을 희망하는 아이들의 절대 수가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한다.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위해서는 예술교육을 희망하는 아이들이 예술고로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감의 주장이다.
  • ▲ 한국조형예술고의 변용권 교장은
  •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학과별 장벽을
  •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감은 “현재 28개의 예술고에 광양과 세종시가 예술고 설립 승인을 얻었다. 예술고들이 왜 생기는지는 모르지만, 기존 예술고를 지원하고 보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존 예술고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가운데 경남교육청은 올해 3월 고성지역의 폐교를 활용해 경남고성음악고등학교를 개교했다.
새로운 음악고등학교의 개교는 기존 예술고의 신입생 모집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 여기에 방과후 수업 등을 통해 예술교육을 학교 내에서 모두 소화하는 예술고는 지역내 음악학원이나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학원장들의 이해와도 충돌한다.
이들 학원장들이 예술고 진학을 희망하거나 예술고 진학 자원을 인문계로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실제로 예술대를 진학하는 많은 학생들이 인문계 출신이다. 이들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원 등지에서 예술과외를 받은 후 예술대로 진학하는데, 김신곤 교감은 “예술대 진학을 희망하는 아이들이라면 인문계 진학보다 예술고 진학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한다.
“인문계고를 진학해 예술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우선 학교 내에 동료가 없고, 학원을 마음대로 못가고, 내신관리도 안됩니다. 그렇지만, 예술고의 경우 성적관리에서 분리석차를 해주고 있습니다. 인문계 고교의 중하위권 성적을 받는 아이들이 예고에서는 상위권 성적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입시에 있어서도 지방대 갈 아이들이 수도권대로 가고, 수도권대에서도 하위권 대학 갈 수 있는 아이들이 중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어요.”
예술고의 경우 음악과는 음악과대로, 미술과는 미술과대로 석차를 내기 때문에 전체 학급을 대상으로 석차를 내는 인문계고 진학에 비해 내신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김 교감의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예술고도 인문계고처럼 단일 석차를 적용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내 전국의 예고 교장단들이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김 교감의 전언이다. 예술고 입장에서 교육부의 이러한 조치는 예술고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
▲ 경남예술고등학교 본관 전경.
경남도교육청은 도내 모든 학교에 예술동아리 육성 지침을 내려 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교육청의 예술교육 육성정책에 대해 김 교감은 “모든 학교에 예술동아리 육성 명분으로 지원하는 예산을 차라리 예술고에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 예술고는 대부분 자립형 학교로 일반고의 비해 학비가 비쌉니다. 공립예고가 학비는 저렴해도 현실적으로 레슨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강사진 모시고 와서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일반고에 비해 돈을 더 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예술고라도 수도권에 소재한 예술고와 지방소재 예술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수도권 예술고의 경우 재능도 재능이지만, 학생들의 학과성적도 인문계보다 오히려 높다는 것. 지방의 우수한 자원들이 서울 소재 예고로 가다 보니 지방예고와 수도권 예고의 이질감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교감의 전언이다.
“사립예고가 잘만 하면 예술교육의 가장 이상적인 터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김 교감은 “섣불리 예고를 만든다는 것은 모험”이라고 말한다.
“클래식을 하는 아이들이 줄고 있습니다. 예술교육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일반학교의 예술교육에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예술고를 집중 지원해야 합니다. 과학고나 외국어고는 기를 쓰고 가면서 예술을 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예고가 아니라 일반고를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학원 교사들의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전남도 교육청이 광양에 설립하고자 하는 공립예술고에 대해 김신곤 교감은 “경쟁 지역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학교를 만들 때 유지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기존 예고와 중복되는 학과 신설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기존 예고에 없는 특성화 된 학과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예고는 전국 예술고 중 유일하게 만화애니메이션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특화된 만화애니메이션과는 수도권 학생들을 지방으로 불러오고 있는데, 김 교감은 “예고를 신설한다면 전국적으로 특성화 할 수 있는 학과를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산에 소재한 3개의 예술고 중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교장 변용권)는 유일한 공립예고이다.
예술고이기는 하지만, 조형예술고는 미술교육에 특화되어 있고, 순수미술이 아니라 실용미술에 특화되어 있다.
한국조형예술고는 공예계열과 디자인 계열 학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공예계열에서는 조각, 도자기, 석공 등의 세부전공을, 디자인계열에서는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세부전공으로 두고 있다.
이 학교는 원래 전통예술을 양성하는 일종의 고등전문학교인 부산공예학교로 출발해 공예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가 다시 디자인고등학교로, 그리고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로 교명이 바뀌었다.
변용권 교장은 “원래 특성화학교는 취업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학비가 전액 면제된다. 취업 결과도 긍정적이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하기가 힘든 여건을 감안해 특수목적고로 변경하고, 학교 명칭도 한국조형예술고로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 교장은 예술고 신설과 관련, “어떤 성격의 학교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과의 문제라기 보다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천대교, 영종대교 등 다리 하나를 짓는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자체설계를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무언가를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아이들이 고민하고, 창안하고, 그것을 융합하는 것은 교육 과정의 문제입니다. 4차산업 시대라고 하는데,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상품은 예술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학과보다는 학과간 장벽을 없애는 교육과정의 다양화가 중요합니다. 영역을 공유하는 교육과정, 크로스 교육과정라고 해야겠지요. 교육과정이 열려있는 것만큼 학생들의 생각도 열리게 됩니다.”
변 교장은 “지방예고의 경우 인적구성이 어렵다”며, “신설 학교는 외부 인력 자원을 많이 활용해야 하는데, 인근 학교와 연합해 인력자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조형예술고는 우수한 외부강사 자원의 확보를 위해 공모를 실시하고 있는데, 지역 예술인들이 많이 응모해 주고 있다고 한다.
“미술의 경우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많습니다. 자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누구한테 배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미술을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학교에서 안되는 부분은 외부 인적자원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습니다.”
변 교장은 “작가 인턴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작가인턴제는 영역별로 지역 작가를 공모해 학생들이 해당 작가와 같이 공부를 하고, 학생과 작가가 같이 작업을 해 작품을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학생들에게는 작가의 꿈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는데, 변 교장은 “후견인 아래서 꼬마 작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예산여건상 참여한 작가들에게 많은 돈은 못 드려도, 작가들이 재능 봉사 차원에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바쁘다 보니 시간 맞추기도 힘든데, 참여 작가들이 학교에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기도 하고, 이러한 인연을 계기로 작가인턴제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도 작품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사립과 달리 공립예술고는 교사들의 이동으로 교육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변용곤 교장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곤란한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분위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며, “선생님들이 교류 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립의 경우 노하우를 가진 선생님들이 계속 가르칠 수는 있지만,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또, 사립예고는 대다수의 경우 정규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경제사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예술교육을 포기합니다.”
공립예술고이지만, 한국조형예술고는 모집정원을 180명에서 20명을 줄였다고 한다.
“학생 확보가 학교 입장에서는 늘 고민이 되고 불안합니다. 올해 1.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부산에 있는 3개 예술고 중 한 개교는 매년 7~80명정도 정원이 미달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또, 학생 수요예측이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학부모들 중에는 여전히 공부 못하면 미술이나 시키지 하는 인식도 있습니다.”
이런 인식때문인지 실제로 예술고 입학생들 중 50% 정도는 예술교육의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다.
부산의 경우 기존 예술고들이 정원을 못채우고 있는 가운데 인문계 고등학교인 반여고등학교가 한 학급을 미술전용 학급으로 운영하면서 예술고들과 신입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남의 경우 고성음악고가 신설되면서 예술고 자원을 빼가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1974년 부산공예학교로 출발한 한국조형예술고의 경우 졸업생들이 자녀들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변 교장은 “졸업생들이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다 보니 자녀들이 많이 온다”며, “이런 학생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해도 방안이 없어 동문회에 지원요청을 하고 있다. 학교의 전통 만큼 혜택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예술고의 신입생 모집은 대입성적도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조형예술고의 경우 졸업생의 95%가 국내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며, 이 중 25%는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다.
졸업생들의 2%는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데, 이러한 입시 성적이 신입생 모집에 영향을 준다는 것.
변 교장은 “취업까지 생각하는 예술교육이 되어야 한다”며,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많이 돼야 한다. 교육과정에 맞게 학교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학교의 중장기 발전계획이 잘 수립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망기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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