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가계에 있는 원자산의 기암절벽들.
저녁8시30분부터 시작되는 천문산쇼는 천문산을 뒤로 두고 펼쳐지는 뮤지컬이다. 입장권이 제법 비싸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중국인 친구의 지인이 천문산쇼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보통가격보다 저렴하게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쇼는 한 노총각과 구미호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였다. 쇼의 구성자체도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었지만 쇼 중간 중간에 천문산을 향해 쏘는 조명을 받은 산의 모습은 가히 절경이었다. 그 절경과 연기자들의 노래가 너무 잘 어울렸다.
쇼를 관람한 뒤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메뉴는 훠궈로 역시 중국친구들이 소개시켜준 식당으로 향했다. 하루 동안 도움 받은 것이 너무 많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중국친구들은 고맙다는 말에 계속해서 别客气(biekeqi, 손님처럼 굴지마!)라고 했다. 
손님처럼굴지말라니…. 오늘 처음만난 사람에게도 손님이 아니라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중국인들은 대부분 그렇다. 그들이 쓰는 말에서부터 행동까지 거리감이 있는 사이보다 친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파악할 수 없음이 정답이다.
그리고 다음날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자 장가계 여행의 메인인 원가계와 천자산으로 출발했다. 두 곳을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장가계 시내에 위치한 숙소에서 천자산까지의 거리도 대략 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했다. 버스로 갈수도 있었지만 편하고 빨리 가기 위해서 중국의 콜택시인 디디를 이용했다.
천자산으로 향하는 도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향하는 길이라고 하기엔 형편 없었다.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도로에 여기저기서 진행되는 건축공사로 덤프트럭과 중장비로 인해 차는 끊임없이 막히고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흙먼지가 심하게 일었다. 그 덕분에 시간이 지체되고 답답한 기분을 느꼈다. 
아직까지도 중국은 여기저기가 공사판이구나 싶었다. 심지어 고층빌딩이 즐비한 선전에서도 버스정류장 두개마다 공사장이 이어진다.
하지만 힘들게 도착한 천자산은 이런 기분을 한방에 날려줬다. 
절경! 가히 절경이었다. 한국의 완만한 산들과는 다른 깎아진 듯한 봉우리들이 솟아있었다. 천자산 입구에서 중국친구들이 섭외한 가이드와 함께 본격적인 천자산/원가계 관광을 시작했다. 이미 차를 타고 천자산을 올라왔기 때문에 도착하고 나서 산을 등반한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산속 산책로를 걷는 기분이었는데 그 산책로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가까웠고 봉우리들이 신비로웠다. 신선이 살만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로를 따라 3시간정도를 걸어가는 와중에 어느 하나 놓칠만한 광경이 없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어 도착한 버스정류장에서 원가계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되려 장가계 시내에서 천자산으로 오는 도로보다 산위에 있는 도로가 훨씬 좋았다. 그리고 산위에 이만큼의 도로와 시설들을 갖추어 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물론 산위에서의 물가에 놀란 것도 있다.
원가계 아래에 도착하여 그 유명한 백룡엘리베이터를 탔다. 세대가 나란히 운영되고 원가계 위까지 단숨에 올려주는 승강기다. 석영 사암으로 이루어진 원가계의 규모와 그 완만함에 반하며 천하제일교 등을 돌아볼 요량으로 출발했다. 
원가계로 이르는 길과는 달리 원가계 위에서의 등반로는 굉장히 좁았다. 하지만 그에 반해 관광객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 높은 산위에서 마치 홍콩시내를 걷는 듯한 인파에 부딪치며 힘들게 원가계를 둘러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소리 지르는 중국인들과 수많은 인파, 그리고 아찔할 정도의 높이에 머리가 아파와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일행을 놓칠 정도의 인파였다. 또한 한국인 관광객들도 굉장히 많아 마이크를 끼고 안내하는 조선족 가이드를 따라가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심심치 않게 마주쳤다. 우리를 안내하는 중국인 가이드와 다르게 설명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 가이드를 믿어야 하는지 그쪽의 조선족 가이드를 믿어야하는지 혼란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할렐루야 산을 만나보고 우리의 공식적인 장가계 관광 일정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함께한 중국인 친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위챗을 교환하며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기원했다.
장가계의 경관은 너무 멋지고, 아름다웠고, 놀라웠다. 그와 동시에 헌신적으로 우리를 도와준 중국인 친구들이 고마웠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라면 이렇게까지 적극적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며 다시 한 번 감사를 느꼈다. 그렇게 우리의 장가계 여행이 끝났다.
 
황준영(선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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