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고 진학 희망학생 줄면서 매년 2~3개교 폐교…고교 과정에서는 기초 다지는데 주력
 
▲ 일본 오이타현의 주도인 오이타시에 소재한 오이타현립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 전경. 
국내 예술고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비슷한 이웃 나라 일본의 예술교육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일본의 큐슈에 소재한 오이타 현립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를 찾아 일본 예술교육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오이타현의 주도인 오이타시에 소재한 오이타 현립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는 오이타 현립 예술문화단기대학 구내에 소재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예술고를 대학이 감싸안고 있는 형국이었다. 고등학교 교사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대학 건물들이었다.
원래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는 대학의 부속고등학교였으나, 지난 2006년 독립학교로 개칭했다. 이에 따라 현립이기는 하지만, 고등학교는 교육청 관할이고, 대학은 현청 관할이라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는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예술고등학교의 하나이다.
일본의 예술교육은 대부분 사립 학교가 담당하고 있는데, 미술과 음악만 가르치는 전문 공립예술고는 오이타와 도쿄, 사이타마 등 3개교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는 오이타 인근 벳부시에 소재하고 있었는데, 30여년 전 대학이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같이 옮겨왔다.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는 음악과와 미술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의 와따나베 세쯔꼬 교감은 “미술의 경우 학생들의 진로가 다양해 신입생 충원에 큰 문제는 없는데, 음악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과의 경우 학생 모집이 어려워 일본에서는 매년 2~3개의 예술고가 문을 닫는다는 것. 반면, 미술과의 경우 선택지가 다양하다 보니 신입생 모집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일본의 공립 예술고 중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능한 유일한 학교라고 한다. 공립 뿐만 아니라 사립예술고에서도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수 있는 학교는 일본 내에 거의 없다는 설명이었다. 국내 대부분의 예술고가 오케스트라 연주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 예술교육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 음악과의 경우 1대1 개인레슨이 기본인데, 같은 구내에 소재한 대학의 교수들이 학생지도를 지원해 주고 있어 강사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와따나베 교감의 설명이었다.
일본의 고등학교 주당 수업시간은 32시간이다. 예술계 고등학교라 해도 문부성에서 정해준 과정의 수업을 해야 하는데, 1학년의 경우 32시간 중 20시간은 일반계 고등학교와 같은 과목의 수업을 듣고, 예술에 특화된 수업은 주당 12시간이다.
▲ 디자인과 학생들의 수업모습.
2학년이 되면 일반 과목의 수업시간은 19시간으로 줄고, 예술교육은 13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3학년이 되면 일반 교과 수업은 17시간으로 줄어들고, 예술교육은 15시간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정부가 정한 최저 수준의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수업 시스템은 미술과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와따나베 교감은 “음악과의 경우 클래식을 하는 아이들이 주로 입학하는데, 일부 학생들 중 대중음악에 관심이 있어 동아리할동 차원에서 밴드를 결성해 자체적으로 활동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고등학교에서 실용음악이나 대중음악을 가르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와따나베 교감은 “개인적인 견해지만, 실용음악이나 대중음악을 고등학교에서 가르칠 정도로 학문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당장 그런 분야를 가르칠 교수진 확보도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음악의 경우 학생 수요가 없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규모의 관악밴드를 만들기를 희망하는 아이들이 입학하기도 합니다. 음악과 신입생 확보를 위해 중학생들을 접촉해 음악을 할 것인가 갈등하는 아이들을 설득하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 오이타현립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 미술과 1학년 학생들의 실기수업 모습.
예술계 고등학교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았다.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는 신입생 모집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 학교가 펼치는 신입생 확보 노력은 우리나라 예술고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학교는 작년부터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해 교수진들이 ‘원 포인트 레슨’을 실시하고 있다. 음악을 전공할 것인지 망설이는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원포인트 레슨에 이어 중학교를 순회하며 연주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방학을 이용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입학 학교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중학생들이 예술고등학교를 직접 찾아 학교의 시설들을 직접 접해보게 함으로써 예술고 입학의 꿈을 키우게 한다는 것.
이 학교의 신입생 확보를 위한 또 다른 노력은 ‘진로다이어리’를 만들어 중학생들과 타켓이 되는 학생들의 부모들에게 배포하는 것이다.
학생이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 음악과에 입학할 경우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게 되고,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어떤 대학에 입학하게 되며,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인지, 졸업생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진로 다이어리’다.
진로 다이어리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자신의 자녀에게 예술교육을 시켰을 때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알게 해 줌으로써 자녀들을 예술계 고등학교에 보내는데 따른 거부감을 줄인다는 것. 이러한 진로다이어리는 학교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은 일본 내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단계라고 한다.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는 우리나라의 충남예술고와 프랑스 예술고 등과도 교류를 해오고 있다.
 
▲ 일본화 실기교실은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어 앉아서 그림을 그리게 돈다.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음악과와 달리 미술과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미도리카오카고등학교 미술과는 1학년 과정에서는 모두 공통된 수업을 받는다. 1학년은 유화와 조각, 디자인, 목탄소묘, 연필소묘 등을 모든 학생들이 배운다.
2학년부터 전공이 나뉘게 되는데, 미술과는 다시 유화와 조각, 일본화, 디자인의 세부전공으로 나뉘게 된다. 디자인과는 다시 3학년이 되면 비주얼(시각) 디자인과 크래프트 디자인으로 나뉘게 된다. 평면디자인과 입체디자인으로 나뉘는 것인데, 학교 내에는 학생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산업과 연계된 분야 고교 시절에는 가르치지 않고, 대학에 가서 공부하도록 하고 있다.
미술과 역시 1년에 한두번씩 인근의 오이타 현립예술단기대학에서 수업을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미술과의 실습실은 다른 교실에 비해 천정이 훨씬 높고, 창문이 크다. 건물의 2개 층 높이를 단층으로 만들어 채광을 극대화함으로써 명암을 확실하게 드러내 보이도록 하고 있는 것.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일본화 실습실이다.
일본화의 경우 전통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다다미 위에서 앉아서 그림을 그리도록 꾸며두고 있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미술교육의 패턴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학교 관계자는 “고등학교 교육은 음악이나 미술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라며, “학교에서 디지털 아트 가르치는 문제는 설비 구축 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은 대부분 일본내 각지의 예술대학에 진학하는데, 일부는 바로 옆에 소재한 오이타현립예술단기대학에 입학한 후 편입을 통해 도쿄 등지의 대학으로 진학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타나베 교감은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유명한 학교”라며,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학교지만, 전국에서 신입생이 오고 있으며, 재학생과 신입생은 물론 졸업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예술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일본 전체적으로 대학의 예술분야 전공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예술고 졸업생들이 수시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었던 예술 전공이 줄고, 대학 신입생 모집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의 예술고들은 신입생을 모집할 때 실기 위주, 재능위주로 선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고의 비해 기초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일반대입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진학을 위해 최저수준의 학력 수업을 하지만, 보충수업 등을 통해 기초학력 높이는데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와타나베 교감의 설명이다.
 
황망기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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