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개월간 필자와 함께 한 랭햄호텔의 유니폼과 뱃지, 명찰
작년 9월 20일 시작한 선전랭햄호텔에서의 인턴 생활이 오는 7월 22일자로 끝난다. 
그동안 모아둔 연차와 이러저러한 휴일을 한 번에 모아서 마지막 출근날짜를 앞당겼다. 
최종적으로 7월 9일이 마지막 출근일이다. 
만 10개월의 인턴생활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좋은 친구들을 만들 수 있어 행복했고, 때로는 학교와 병행하는 생활이 너무 힘들어 인턴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었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러기에 얻은 것이 많다. 중국인 동료들과 근무하며, 빠르게 중국어가 성장한 것과는 별개로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과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외국인인 필자를 배려하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동료들에게서 국적을 떠난 따뜻한 인정을 느꼈다. 
뜻깊은 인턴생활을 마무리하며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근무표가 완성되고 인사팀을 왕래하며 문서작업을 했다.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필요한 재직증명서를 발급받고, 계약 종료를 위한 문서들을 작성하고 서명했다. 
일반적인 절차였지만 기억에 남는 것을 설문조사였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동안에 회사 구내식당에 대한 만족도나 업무를 하면서 겪었던 경험담, 호텔의 발전을 위한 건의사항들을 적었다. 
마치 군대에서 전역 전 사단장에게 보내던 설문조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설문조사를 작성하면서 10개월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러고 난 후 시간이 맞는 동료들과 회식자리를 가졌다. 
호텔 특성상 같은 시간에 모두가 쉴 수는 없기에 여러 번에 걸쳐서 회식을 했다. 
‘결국엔 중국인 여자 친구를 못 만들고 돌아가는구나!’라는 짓궂은 농담을 던지는 동료와 ‘네가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는 동료들, 그리고 ‘한국에서 공부마무리 잘하고 다시 중국에 와서 일해!’라고 말하는 동료도 있었다. 
그중 가장 감동받았던 말은 나와 같이 일하는Guest relations부서의 동료가 ‘이제 준이 없으면 우리 일하기 힘들겠다. 준이 있어서 일하기 좋았는데, 너 같은 한국인을 내가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였다.
인사치레로 한 말일 수 있지만 필자는 적잖이 감동받았다. 
중국에 처음 와서 학교를 등록하고 호텔에서 인턴을 시작할 때 필자의 중국어 수준은 절망적이었다. 
니하오(你好, 안녕하세요?)와 뚜이부치(对不起, 미안해요.)정도밖에 말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답답했고 업무에 도움이 될 리는 만무했다. 
한국인 손님과 외국인 손님을 상대하는 것 말고 필자가 하는 업무는 거의 없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답답했을 것이다. 그들도 필자와 영어로 대화를 하다 답답함을 느끼면 필자의 중국어 실력에 대해서 언급하곤 했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중국어가 늘고 업무도 손에 붙으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밥값은 하는 직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뻤다. 
중국에 나와 중국인에게 동료로서 친구로서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처음 중국에 왔을 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제는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워졌다.
이제 7월 9일 출근을 끝으로 10개월간의 인턴생활을 마무리한다. 슬플 때도 많았고, 힘든 때도 많았다. 서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함께해 준 동료들이 고맙다. 그들은 중국에서 첫 걸음마를 떼던 필자에게 부모였으며, 형제였고, 훌륭한 스승이었으며, 가장 좋은 친구였다.
그들에게 받은 은혜와 배움과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갚아나갈 것이다.
 
황준영(선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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