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랭햄호텔 마지막 출근일, 동료들은 필자를 위해 조촐한 환송 세레머니를 준비해 주었다.
그렇게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새로움이 줄고 두려움도 줄었다. 동시에 무료함과 외로움이 몰려들었다. 공부도 전처럼 재밌지 않고 힘들었다. 배우는 단어와 문법의 수준이 어려워질수록 흥미를 잃어갔다. 그와 동시에 직장에서의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설날을 기점으로 같은 부서의 동료 4명이 그만두며 생긴 공백은 필자를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하루하루 무료와 괴로움 그리고 피곤함에 절어 살았다. 그때 ‘향수병’이 오는 것 같았다.
한국이 그리웠다. 중국 생활이 익숙해지고 집으로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집이 가고 싶었다. 가족이 보고 싶었고, 학교가 그리웠다. 감정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이러한 감정들을 같은 반 친구들과 기숙사 친구들, 그리고 직장동료들은 알아채고 있었다.
기숙사 친구들은 시시때때로 필자의 방에 찾아와 대화를 나누다 돌아가곤 했고, 같은 반 친구들은 수업내용을 설명해주거나 싱거운 농담을 던져주며 힘을 주었다. 그들도 같은 외국인이고, 유학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느꼈을 그리고 느끼고 있을 감정을 공감하고 공유하며 필자의 외로움을 어루만져주었다.
직장동료들은 주말이면 방으로 숨어들려는 필자를 가만두지 않았다. 주말마다 약속을 만들어 필자를 초대하고 함께 쇼핑을 다니고 음식을 즐기며 어울러 다녔다. 중국의 여러 가지 음식들을 소개해주고 영화관을 데려가며 매번 색다른 주말을 만들어주었다. 그와 동시에 업무 현장에서도 항상 격려하고 배려해줬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사람의 감정은 사람이 치료한다. 함께 어울리고 웃는 것만으로 마음의 병은 사라졌다.
그러면서 오기가 생겼다. ‘이 고마움과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선 제대로 살자.’ ‘내가 힘을 내고 내가 활력을 찾고 해야 할 일을 하자.’ ‘군대도 다녀오고 수능도 겪어봤는데 이까짓 게 대수냐!’와 같은 오기가 생겼다. 무늬만 정착이 아닌 진정한 나의 집으로 만들자 라는 의지가 올라왔다. 잠깐 머물다 갈 것 같던 삭막한 방에 책상을 사서들이고 이불을 바꾸는 등 정을 붙이고 삶과 휴식의 공간으로 바꾸며 학업과 일을 이어나갔다. 줄었던 말수가 늘었고 기운 없던 몸에 활력이 돌아왔다. 10kg가까이 빠졌던 몸무게도 다시 불었다. 아마도 매 주말마다 먹었던 중국음식이 역할을 톡톡히 했던 모양이다.
가끔씩 올라오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친구들과 함께 억누르며 활기찬 중국생활을 이어나갔다. 동시에 즐거움을 찾아갔다. 중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음식들 그리고 문화, 풍경을 찾아다녔다.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보려 노력했다. 그때부터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일주일이 지났는가 하면 한 달이 지나있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기말고사 일자가 정해지고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마지막 출근일 마저 정해졌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리고 내심 오지 않기를 바랐던 마지막이 다가왔다. 기분이 묘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나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고 출근을 하며 퇴근을 하는 그 나날들이 묘했다. 이제 학교를 안가고 출근을 안 한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얼마나 기다렸던 일인가. 하지만 슬펐다.
공부와 일은 끝까지 쉽지 않았다. 마지막 기말고사와 출근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힘들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지금처럼 쉽게 만날 수 없다. 그들의 얼굴을 매일같이 마주할 수 없다. 그들과 이야기할 수 없다. 마지막이다.
기말 고사 후 같은 학급의 친구들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고 꼭 연락하자고 약속하며 헤어지던 그때, 마지막 회식자리에서 직장동료들과 단체사진을 찍던 그때, 귀국을 위해 방에서 짐을 싸며 기숙사 친구들과 마지막 맥주를 마시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
한국에 돌아와 중국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한 이 기고를 쓰면서도 그때가 생각난다. 중국어가 늘어 HSK 5급 자격증을 취득한다던가. 업무적인 능력이 향상되어 좋은 회사에 취직한다던가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가 중국에서 유학하며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생각과 사람이었다.
옹졸하고 꼬여 있을지도 몰랐던 필자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릇을 넓혀주며 더 멀리, 높게 보게 해준 것은 사람이었다. 그들을 만나 성장한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 느낌이 이제는 필자의 자산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알지 못했던 사실과 생각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이 보물들을 사용해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지난 1년은 필자에게 힘들고 즐겁고 행복한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많이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광양만신문 독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광양만신문에서의 기고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기고문을 통해 막연한 경험과 감정들을 구체화시키고 각인시켜 주며 사고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앞날이 순탄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一路顺风,后会有期,大家都很感谢!再见!
 
황준영(경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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