奇蘆沙先生挽(기로사선생만)[2]
  / 매천 황현
보배론 거울 보면 요정도 굴복하니
하늘의 서리치는 별빛과 같았어라
천고에 전해지리니 한숨 쉬는 장미 이슬.
寶鏡妖精伏   霜旻宿曜輝
보경요정복   상민숙요휘
微言足千古   太息盥薔薇
미언족천고   태식관장미
 
 
은미한 그 말씀은 천고에 길이 전해지리니(奇蘆沙先生挽2)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 율시 후구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보배로운 거울을 보며 요정조차 굴복하니 / 서리 치는 하늘의 찬란한 별빛과도 같았다네 // 은미한 그 말씀은 천고에 길이 전해지리니 / 크게 한숨 쉬며 장미 이슬에 씻네]라는 시상이다. 오른쪽 맨 위 요약문 2줄은 번역문 전체의 ‘요약의 요약’이 된다. ‘거울 보며 요정 굴복 하늘 찬란 별빛 같네, 은미 말씀 천고 전해 장미 이슬 씻은 한숨’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이다.
위 시제는 [기노사 선생에 대한 만사2]로 의역해 본다. 기 노사의 글이 실천적 논리성에 타당하다는 점을 우선 배제하더라도 앞을 내다보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하는 선견지명을 음양학적으로 해석했음도 주목한다면 더욱 설득력은 있었을 것이다. 기노사의 학문과 철학은 그런 방향으로 선회했음을 지적하게 된다. 이런 기노사의 학문적인 선견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고 ‘외필’의 의미에 합당하게 책을 통해 이해해 왔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노사 선생의 속 깊은 학문에 존경하고 있던 차 부음(訃音)을 오언율시 만사 한 폭은 촌철살인과 같았을 것이다.
시인은 흔히 거울을 이기철학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울을 보면 미래의 나를 아니 미래의 국운까지 볼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리라. 보배로운 거울을 보며 요정조차 굴복하는 것이니 서리치는 하늘의 찬란한 별빛과도 같았다다는 선경의 시정(詩情)은 도톰해 보인다. 사람이 숨을 거두면 덕과 학문을 기리는 내용을 담아 만사를 거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시적인 감흥이 충만해 보이는 시상이다.
화자는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썼던 후정은 더욱 넉넉해 보인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은미한 그 말씀은 천고에 길이 전해지리니, 크게 한숨 쉬며 장미 이슬에 씻어낸다는 시상을 일구어 냈음도 알 수 있다.
 
【한자와 어구】
寶鏡: 보배로운 거울. 妖精伏: 요정조차 굴복하다. 霜旻: 서리가 내리는 하늘. 宿曜輝: 찬란한 별빛 같다. //  微言: 은미한 말. 足千古: 족히 천고에 전하다. 太息: 크게 한 숨 쉬다. 盥薔薇: 장미 이슬을 대야에 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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