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실예술촌에서 잡초제거작업을 하고 있는 조주현 촌장
위수탁계약 지연되며 올해 사업에 차질…위탁시설 목적달성 위한 지원 절실

 

사라실예술촌의 운영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일 예술촌을 찾았을 때 조주현 촌장은 폭염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예초기를 들고 운동장의 풀을 베고 있었다.

지난 해 6월, 사라실예술촌의 수탁자로 선정된 그는 5개월여가 지난 작년 12월 1일 정식 위수탁계약을 마치고 혼자 예술촌에 입주했다.

입주 이후 지난 2월까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1월 말부터 입주작가 모집에 들어가 3월부터 입주작가들이 입주했다.

전시 및 체험공간과 입주작가들의 활동공간이 조성된 사라실예술촌에는 현재 10명의 작가가 입주해 있다.

도예가인 조주현 촌장 본인과 목공예의 이태경씨, 가죽공예의 김명선씨, 천연아로마의 전경미씨, 한지 공예의 이인선씨, 아트플라워의 최지원씨, 종이 공예의 박상희씨, 성악의 이광일씨, 생활원예의 정형복씨, 조각의 배재성씨가 그들이다.

입주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다 보니 입주작가 대부분이 생활공예에 치중해 있어 순수예술과는 동떨어진 감이 있다.

조주현 촌장은 “회화분야를 모집했는데 응모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렇지만, 조만간 서예와 회화분야 작가가 입주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사업에 몰두하다 보니 미비함이 있었습니다. 시기가 중요한데, 위탁 계약이 지연되면 사업 추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내년에 정비를 통해 보다 전문화할 수 있도록 해 명실상부한 예술촌으로 거듭나도록 하고자 합니다.”

조 촌장은 “수탁자 선정 후 본계약까지 기간이 미뤄지면서 전반적으로 올해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그렇지만, 입주작가 선정 후 8개의 공모사업에 응모해 7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소개한다.

공식적인 개촌행사도 하지 못하고 예술촌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라실예술촌은 나름으로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해 오고 있다.

사라실예술촌은 오는 12일과 9월 2일 2차례에 걸쳐 ‘한 여름밤 모기장 속 영화이야기’라는 주제로 야외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1회 70가족, 총 140가족을 대상으로 운영하게 되는데, 공연과 체험, 캠프파이어 및 야외영화상영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모기장 속에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소통하면서 부모들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가족애를 심어주기 위한 사업으로 광양교육지원청 지원 사업입니다. 불과 200만원의 예산으로 추진되는데, 모기장과 음식재료를 제외한 모든 사업들이 주변사람들의 도움과 재능기부로 이뤄집니다. 예산이 태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공연장 앞에 멀티스크린을 설치해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인데, 참여가족들은 간식과 돗자리만 준비하면 된다고 한다.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것에 길들여진 시민들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는 것이 조 촌장의 설명이다.

“환경이 중요합니다.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직접 많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술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보면서 이런 종류의 사업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전반기에 자율마을학교, 우수평생학습 사업 등을 수행했는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직장인들이 밤에 예술촌에서 1~2시간 정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는데 30명 모집에 60명씩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남성들을 위한 문화예술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주경야톡’이라는 DIY 목공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 성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중급반과 고급반도 개설하고자 합니다.”

직장에서 시달리는 남성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없다는 현실에 착안해 사라실예술촌은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산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예산이 좀 더 확보된다면 더 많은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혜택 줄 수 있을 것인데 아쉬움이 큽니다. 운영예산의 2/3이상을 시설투자에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시, 휴식공간 등은 아직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조 촌장은 광양시에도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생업을 포기하고 운영에 전념해야 할 형편입니다. 사무원을 두게 되어 있는데 운영비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를 보아야 하고, 운영이나 관리비 마련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입주작가들이 200만원씩 거출했지만 거의 소진된 상태로 촌장이 사비로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책임감 때문에 끌고 가고 있지만, 너무 힘듭니다. 실패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지만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시의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데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방역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런 것 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요.”

조 촌장은 “위탁시설로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운영비 지원이 필요하다”며, “예술촌이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안된다. 하려는 욕구는 많은데 예술가들에게는 생활이 안된다”고 하소연한다.

사라실예술촌에서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무상으로 제공된다.

조 촌장은 “최소한의 실비를 받는 것도 크게 도움이 안되고, 재료비 명목의 비용을 받을 경우 얼마나 호응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프로그램 진행에 따른 호응도를 본다면 시민들이 얼마나 문화예술 체험에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다. 예술촌이 지속적으로 이러한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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