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아산에 소재한 당림미술관에는 당림 이종무화백이 생전에 사용하던 작업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희소가치가 높다.

당림미술관, 당림 이종무 화백의 생전 작업실 고스란히 보존

갤러리와 전시관, 미술관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흔히 화랑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은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은 판매하는 작품이 아니다. 전시장의 작품들도 더러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만, 공공기관인 미술관의 미술품은 말 그대로 소장품이다.
공공미술관으로 건립되는 전남도립미술관은 미술품의 소장과 전시는 물론 도민들의 문화예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각종 교육사업 등을 펼치게 될 것이다.
호남권의 경우 전남북에 각각 도립미술관들이 운영되고 있고, 광주의 경우 광주시립미술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충청권에는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4개 광역자치단체 중 공공미술관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대전시가 유일하다.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에 소재한 대전시립미술관은 부지면적 2만8,827㎡, 연면적 8,427㎡ 로 지하1층, 지상2층 규모이다.
전시실, 수장고, 강당, 세미나실, 자료실, 생활문화센터 등의 시설과 야외시설로 분수공원과 잔디공원을 갖추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은 1998년 4월 개관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전시를 통한 미술문화발전은 물론 사회교육기관, 나아가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은 지역미술의  연구·조사·전시의 중심기관이면서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조망하는 현대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과학도시 대전의 특수성을 접목한 미디어·디지털 아트를 선도하는 전시를 개최하고, 해외미술과의 유기적 관계를 통한 연구, 전시로 지역미술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지난 6월부터 이달 초까지 아시아·태평양지역 작가들의 현대미술작품을 전시하는 ‘헬로우시티전’을 개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공공미술관답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시민맞춤형 실기교육을 연말까지 32회에 걸쳐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판화의 다양한 기법을 단계별로 지도하고 있다.
또, 7월과 8월에는 시민참여형 미술 이론교육을 통해 특별전시와 연계하는 통합적 예술교육을 실시했으며, 교원초청 세미나를 통한 융복합 예술교육, 사회복지기관을 방문해 실시하는 소통의 미술체험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공공미술관들이 진행하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전남도립미술관 개관 이후의 지향점을 시사해 준다.
시민대중에 대한 미술교육은 공공미술관만의 영역은 아니다. 충청권에 공립미술관으로 대전시립미술관이 유일하다고 하지만, 저명작가나 그 후손, 또는 미술애호가들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충남 아산에 소재한 당림미술관이다. 당림미술관은 故 당림 이종무 화백이 귀향하여 선산에 설립한 충남 1호 미술관으로 1997년 6월 개관했다. 
당림미술관은 이종무 화백 생애의 작품 세계 흐름과 유품이 함께 보존된 아뜰리에 및 근현대의 다양한 장르의 소장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사립미술관이지만 다양한 기획전 등을 개최해 오고 있다. 특히, 당림미술관은 국내 미술관 중 화가의 작업실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미술관 자체가 당림이 생전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이뤄졌기에 당림의 창작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그 희소가치가 높다.
이 미술관은 당림 화백의 차남인 이경렬 관장이 운영하고 있으며, 이종무 화백의 유작 150여점과 회화, 조각, 공예 등 1,0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이들 소장품을 분기별로 교체하며 상설전과 특별전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기획전 및 사회교육 프로그램, 음악회 등을 개최하여 일반인의 문화 향유에 이바지하고 있다. 
1980년대 한국미협 회장을 역임한 당림 이종무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당시 전두환대통령에게 건의해 성사시킨 주인공이다. 이 화백은 현대미술관 건립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작가들의 작품 기증운동을 주도하기도 한 바 있다.
공공미술관과 마찬가지로 당림미술관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당림미술관은 ‘어린이 문화학교’를 개설하여 미술관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시, 행사 및 소장품과 연계된 교육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틀에 짜인 학습에서 벗어나 ‘놀이’와 ‘체험’을 통하여 원리 이해 중심의 창의성을 증진시키며, 미술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접근 및 이해를 위해 각계 전문분야 에듀케이터, 학예연구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 계발함으로써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의 미술체험을 통한 미술관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15년 전통을 자랑하는 당림미술관 문화학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미술관의 특성을 살려 예술을 놀이의 개념으로 이해하게 하고 자연과 친숙하게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또한, 미술관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장르의 전시를 통하여 작가와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작가가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사립미술관이지만, 오히려 공공미술관보다 더 활발한 교육활동을 펼치는 셈이다.
이경렬 당림미술관장은 “황량한 민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듯 문화운동을 한다고 표현하고 싶다. 열정과 책임감 없이는 시립미술관 운영은 어렵다”며, “국립현대미술관에 투입되는 예산의 5%만 사립미술관에 지원해도 그 역할의 100배 이상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 이경렬 당림미술관 관장공공미술관 성패는 투명운영이 관건“국공립 미술관과 사립 미술관을 비교할 때, 공립미술관은 세금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때문에 건물이나 하드웨어는 잘되어 있으나 소프트웨어가 없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미술관에 그림이 없고, 박물관에는 소장품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이 건립하는 미술관들이 공립 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식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충남지역 1호 미술관인 당림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렬 관장은 당림 이종무 화백의 친 아들이기도 하다.지난 1996년, 서울에서 내려와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 관장은 “국공립 미술관과 사립미술관을 비교할 경우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예술적 감성을 전달하는 것은 사립이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국립 현대미술관과 사립인 삼성의 미술관이 하는 역할을 보면 삼성이 20년 정도 앞서 있습니다. 그림만 해도 삼성의 소장품이 10배 이상 됩니다. 미술관의 정체성은 공공성에 있습니다. 종사자들의 책임감과 열정이 필요한데,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인력에 그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관장의 마인드가 중요한데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들어오면 안됩니다. 관장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미술계의 커넥션 문제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가 공공미술관의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이 관장은 유능한 인재들이 공공미술관에 취업한 후 쉽게 관료화되어 버리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공공미술관의 경우 종사자들의 신분이 철저하게 보장되다 보니 일들을 안합니다. 젊은 인재들이 관료주의에 바로 동화되어 버리는 문제도 있구요. 오래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피카소 그림을 전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학예사들이 얼마나 공부를 안했으면, 그림을 거꾸로 걸었다가 망신을 당한 적도 있어요.”이경렬 관장은 전남도립미술관의 작품 구입비로 50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는 기자의 말에 “전례가 없는 것으로 대단히 잘 하는 것”이라고 부러움을 나타냈다.“50억원의 작품구입비를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는 전남 작가에 비중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양하고 검증에 검증을 거쳐 투명하게 집행해야지 작품 구입비가 눈 먼 돈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역에 비중을 두는 것은 맞지만, 치중은 안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집행, 커넥션 없이 공정한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 관장은 “50억원의 작품 구입비라면 국립현대미술관 다음으로 많은 작품 소장품을 지닌 미술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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