訥齋-讀國朝諸家詩[눌재-독국조제가시](3)
/ 매천 황현
 
우뚝한 곧은 기운 붓 부려 쏟아내니
절반은 생경하고 절반은 기험하네
건릉의 으뜸 칭찬을 알 수 없네 지금은.
直氣巖巖筆使之   半爲生澁半嶔奇
직기암암필사지   반위생삽반금기
帝魄秋枝冠全集   至今難解健陵知
제백추지관전집   지금난해건릉지
 
 
우뚝한 곧은 기운 붓을 부려 쏟아 내니(訥齋 朴祥3: 1474~1530)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우뚝한 곧은 기운 붓을 부려 쏟아 내니 / 절반은 생경하고 절반은 기험했었다네 // 제백 추지 정도가 전체 중에서 가장 으뜸이거늘 / 건릉의 칭찬은 지금도 알 수 없네]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곧은 기운 붓을 쏟아 절반 생경 절반 기험, 제백 추지 전체 으뜸 건릉 칭찬 알 수 없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이다.
위 시제는 [눌재 박상의 시를 읽고3]로 의역해 본다. 시어로 쓰인 ‘제백추지(帝魄秋枝)’는 앙상한 가을의 나뭇가지의 골상미(骨相美)를 뜻하는 고사와 같은 현대적 어휘다. ‘건릉(健陵)’은 정조의 능호를 말한다. 정조는 ‘일득록(日得錄)’에서 조선의 역대 시인들을 평하면서, “우리나라의 시율로는 대부분 석주, 동악, 읍취헌, 간이를 꼽는데, 간이는 꾸밈이 앞서고, 읍취헌은 더러 고매한 수준에까지 이르기도 하지만 사소한 흠도 있기도 했다. 동악은 태반이 수창조이고, 석주는 너무 부드럽고 곱다. 유독 박눌재가 이들의 장점을 겸비하였으니, 응당 으뜸이다” 평했다. 일찍이 몽헌 홍만종의 시평을 능가하는 정곡의 평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시인은 정조가 평가했던 박눌재의 시상이 푹 빠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뚝하고도 곧은 눌재의 기운으로 붓을 부려 시를 쏟아내니, 그 절반은 생경하고 그 절반은 기험했었다는(半爲生澁) 노골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솔직한 심정을 시문에서 털어내는 모습이다.
화자는 앙상한 가을의 나뭇가지의 골상미(骨相美)라는 의미로 쓰이는 제백추지(帝魄秋枝)가 모든 책의 으뜸임을 내세웠다. 그래서 제백 추지 정도가 전체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하는데 정조 임금이; 그토록  칭찬했던 이유를 지금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문학의 깊이는 깊은 속내에 있음을 알게 한다.
【한자와 어구】
直氣: 곧은 기운. 巖巖: 높고 험하다. 筆使之: 붓을 사용하다. 半爲生澁: 반은 생경하다(澁 껄끄러울 삽). 半嶔奇: 반은 기험하다. // 帝魄秋枝: 골상미(骨相美). 冠全集: 전체 중 으뜸이다. 至今: 지금. 難解: 해독하기 어렵다. 健陵知: 건릉을 세우다.
 
 
강희구 -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시조시인 / 문학평론가 /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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