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 (필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시조시인 / 문학평론가 / 문학박사
湖陰-讀國朝諸家詩[호음-독국조제가시](4)
/ 매천 황현

일천 수 서곤체 시 원숙한 솜씨 흔적
세상에 임기 주석 없다고 한하지 말게
예부터 안목 갖춘 이 그리 많이 않았지.
琳琅千首祖西崑   熟處難尋刻鏤痕
림랑천수조서곤   숙처난심각루흔
莫恨世無林芑註   古來具眼不多存
막한세무임기주   고래구안불다존
 
서곤체를 본받은 천 수 흔적 찾기 어려워라, 
임기 주석 한치 말게 안목 갖춘 이 많이 않네
 
시제(詩題)로 채택한 시적상관자인 호음(湖陰)은 정사룡(鄭士龍: 1491~1570)의 아호다. 1509년 처음으로 생원이 되고, 이해 별시 문과에 합격하였다. 1516년에 황해도 도사로서 문과 중시에 장원하였다. 1554년 대제학이 되었으나 1558년 과거의 시험문제를 누설한 혐의로 파직되었다. 그의 시재는 중국에서까지 격찬을 받았으며, 특히 칠언율시에 능했다. 글씨에도 능했으나, 주위에서 너무 탐학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시인 옥고 일천 수는 서곤체를 본받았으니,  원숙한 솜씨는 꾸민 흔적 찾기 어려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옛날부터 안목 갖춘 이는 많지 않았느니(湖陰 鄭士龍: 1491~1570)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옥고 일천 수는 서곤체를 본받았으니 / 원숙한 솜씨는 꾸민 흔적 찾기 어려워라 // 세상에 임기의 주석 없다고 한하지 말게 / 옛날부터 안목 갖춘 이는 많지 않았느니]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서곤체를 본받은 천 수 흔적 찾기 어려워라, 임기 주석 한치 말게 안목 갖춘 이 많이 않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이다.
위 시제는 [호음 정사룡의 시를 읽고]로 의역해 본다. 시어로 쓰인 서곤체(西崑體)는 당나라 말기의 시인인 이상은 시풍을 추종하던 송나라 초기의 시인 양억과 유균 등의 시체를 가리킨다. 다음은 ‘임기(林芑:(?~1592)의 주석’에서 보인 그는 정사룡(鄭士龍)의 문하에서 시를 배운 제자다. 박학다식하기로 당대에 손꼽힐 정도라서 많은 사람들이 시문에 사용된 고사의 출처를 그에게 문의하였다고 한다. 매월당 김시습이 모방했다고 하는 ‘금오신화(金鰲新話)’의 모태가 된 ‘전등신화(剪燈新話)’의 주석도 그가 달아서 후대에까지 애용되었단다.
시인은 호음이 쓴 시가 일천수라고 하니 대단하다고 평가하면서 이는 이상은의 서곤체를 본받았다는 선경의 시상을 일구어 냈다. 그래서 호음의 옥고 일천 수는 서곤체를 완연하게 본받았다고 하면서, 원숙한 솜씨는 꾸몄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시적 상관자인 호음의 서정적인 시적 세계를 한 마디로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화자는 호음의 제자인 임기의 주석이 당대에 많이 알려졌음을 상기시키면서 칭찬의 한 마디를 후정에 담아 두었다. 이 세상에 임기와 같은 이의 주석 없다고 한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옛날부터 안목 갖춘 이는 많지 않았지만 결국 기다리면 그런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사람의 비범성을 그의 제자에서 찾는다.
 
【한자와 어구】
琳琅L 옥고. 千首: 일천 수. 祖西崑: 서곤체를 본받다. 熟處: 원숙한 솜씨. 難尋: 찾기 어렵다. 刻鏤痕: 꾸민 흔적. // 莫恨: 한하지 말게. 世無林芑註: 세상에는 임기의 주석이 없다. 古來: 고래로. 具眼: 안목을 갖추다. 不多存: 결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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