入京師(입경사)[1]
/ 매천 황현

모처럼 한양 가니 남산만 그대로네
길 따라 유리창엔 서양 불 번쩍이고
전차는 철사줄 따라 우는 듯이 달리네.
十年重到漢陽城    惟有南山認舊靑
십년중도한양성    유유남산인구청
夾道琉璃洋燭上    橫空鐵索電車鳴
협도유리양촉상    횡공철색전차명
 
 
십년 만에 한양도달 남산 모습 알겠구먼, 
서양 촛불 번쩍이고 철사 따라 전차 울며
 
한양에 도읍을 정한 태조는 백악산(북악산)에 올라 도읍지로서 지세를 살핀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북악의 정기를 받아 날로 번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한양(漢陽)’에 만족하면서 고려는 개경에 도읍했다. 조선은 도읍을 한양으로 옮겼다. 뒤로는 북한산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는 수려함을 본다. 우리의 수도 한양이다. 흔히 600년 도읍지라고 한다. 시인이 도착한 경(京)으로 서울이이란 뜻이다. 시인은 십년 만에 내 다시 한양에 이르렀으니, 오직 남산만이 옛 푸른 모습 알아보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하늘에 뻗은 철사줄 따라 전차는 울면서 가구나(入京師1)로 제목을 붙여본 율의 전구다. 작가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시 원문을 의역하면 [십년 만에 다시 한양에 이르니 / 오직 남산만이 옛 푸른 모습 알아 보겠네 // 길을 따라 유리창에선 서양 촛불들이 번쩍이고 / 하늘에 쭈욱 뻗은 철사 줄 따라 전차는 울면서 가네]라고 번역된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십년 만에 한양도달 남산 모습 알겠구먼, 서양 촛불 번쩍이고 철사 따라 전차 울며’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서울에 들어와서1]로 번역된다. 우리의 ‘서울’이란 본래의 뜻에 관해서는 몇 가지 이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徐), 서나(徐那), 서라(徐羅)’는 높고 신령하다는 우리말 [수리, 솔, 솟]의 음을 모방했고, 벌(伐)은 들판을 의미하는 우리말 ‘벌’의 음사겠다. 따라서 우리 ‘서울’, 즉 [서벌. 서나벌, 서라벌]은 [수도(首都)]라는 뜻이겠다. 시내 도로 중심부를 관통하는 전차의 달리는 철사 줄의 표현이 참 재미있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 지방에서 서울을 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시인은 어언 10여 년 만에 서울을 찾아 지인을 만나 정을 나누고 국가의 안녕은 물론 일본 침탈이나마 논의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십년 만에 내 다시 한양에 이르렀으니 오직 남산만이 그 옛날 푸르던 모습을 알아 볼 수 있겠다는 선경을 보는 시상이다. 
많이 변한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인의 궁금증이 많고 허탈한 모습까지도 만난다.
화자는 변한 서울에 취한 모습이다. 호롱불에 의지하던 백성들이 서양 촛불인 전깃불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는 시어가 조금은 낯설게는 느껴지나 친근감은 있다. 길을 따라서 유리창에서는 서양 촛불들이 번쩍이고, 하늘에 뻗은 철사 줄 따라서 전차는 울면서 간다는 후정을 담았다. 수도 서울의 변한 모습의 한 역사다.
 
【한자와 어구】
十年重到: 십 년 만에 다시 도착하다. 漢陽城: 한양의 성. 惟有南山: 오직 남산만이 ∼이 있다. 認舊靑: 옛 푸르름이 있다. // 夾道琉璃: 길을 따른 유리창. 洋燭上: 서양 촛불이 번쩍이다. 橫空鐵索: 하늘을 뻗은 철사 줄을 찾아(따라). 電車鳴: 전차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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